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연구국장
해리 카지아니스
하지만 편협한 사고는 이번 회담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낼 수 있는 북-미 관계의 새로운 시작일 뿐 아니라 북한의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비핵화의 문을 열고, 한반도가 영구히 분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굳히는 기회가 될 가능성을 묵살할 뿐이다.
이런 가능성들을 차단할 수 있는 요소는 하나다. 미국인들은 오늘날까지도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보고 싶은 대로 본다. 그들은 평양을 악마, 또는 핵 억지력을 획득하는 시점에 있으면서 한반도를 강압과 힘으로 통일하려는 나치 정권 같은 존재라고 비난한다.
나도 지난해 여름까지 그렇게 생각했기에 이런 관점을 잘 안다. 하지만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고, ‘화염과 분노’나 핵전쟁의 위협으로 되돌아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심사숙고한 끝에 그런 생각은 틀렸다고 말하게 됐다.
지금의 북한은 20년 전, 10년 전 혹은 5년 전 북한과 매우 다르다. 자유, 개인, 국가에 대한 반대 움직임은 광범위하게 무시되지만,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소규모 장마당, 어업, 농업, 다른 산업들에서 자본주의가 느리지만 분명히 뿌리내리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는 폭증했고, 제한은 심해도 평양과 다른 지역 주민들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북한 버전의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경제 활성화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평범한 주민들은 어려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물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평양의 핵무기고 확대는 워싱턴에 의한 정권 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조처다. 나는 북한이 현실적인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을 저지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과 많은 토론을 해왔고, 그들은 부끄럽게도 수백만이 지켜보는 티브이에서 그렇게 말한다. 그런 위협은 미국인들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북한은 이미 핵무기로 아시아에서 수백만명의 목숨을 빼앗고 적어도 미군기지나 미국 섬들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그게 현실이다.
미국 협상가들이 북한의 성격과 능력에 대한 이 두가지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베트남에서 항구적 평화의 확실한 길을 찾을 수 있다. 첫째, 북-미가 내 희망으로는 중국과 한국까지 포함해 한국전쟁을 종식하는 평화선언에 서명해야 한다. 이는 누군가 양보를 하는 것도 아니며 오래된 상처의 치유가 시작됐음을 세계에 알리면서 워싱턴과 평양의 새로운 관계의 기초가 될 것이다.
둘째,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을 테이블에 올린 만큼 미국도 북한 경제를 짓누르는 제재의 완화를 통해 ‘상응 조처’를 제시해야 한다. 완화의 범위와 규모를 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워싱턴은 북한이 상호 성의와 신뢰 구축을 위해 희망해온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정교한 안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이고 빠르게 소통하기 위한 연락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위기가 발발 직전 상황으로 가더라도 간단한 대화로 피할 수 있다.
물론 워싱턴의 평양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이것들이 가능하다. 70년간의 긴장과 불신을 겪은 상황이라 쉽지 않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역사적인 성취를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해리 카지아니스는 미국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CNI)의 한국연구국장이자, 이 기관이 펴내는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편집장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외교정책을 담당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강력한 대북 압박을 주문하는 등 강경파였으나, 지난해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와 단계적 접근을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