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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200일…남북합의 이행,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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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1-12 09:38 조회12,0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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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200일…남북합의 이행, 어디까지 왔나

등록 :2018-11-12 05:00수정 :2018-11-12 09:33

정치BAR_노지원의 진토닉_2018 남북합의 중간점검
     

 

오늘(12일)은 지난 4월27일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지 2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9월 두 정상은 평양에서 다시 만나 판문점 선언 합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두 선언의 합의 내용은 얼마나 이행이 됐을까요. 또 아직 남아있는 과제는 얼마나 될까요?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점·평양공동선언 36% 이행 완료…52%는 협의 중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나와 있는 25개 합의 내용(☞표 참조)의 이행 상황을 점검해보니 이행이 완료된 합의는 9건(36%), 이행 수준이 초보적이거나 분과 회담을 하는 등 계속 협의 중인 사항은 13건(52%)이었습니다. 이행에 실패한 건수는 2건(8%), 조건부 약속이라 아직 이행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합의(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정상화 및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문제 협의)는 1건(4%)이었습니다.

 

남과 북의 합의는 △남북관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크게 세 분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일단 전체 합의 25건 가운데 남북관계 분야가 17건으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합니다. 그만큼 이행 건수(7건)가 다른 분야에 비해 많았고, 협의 중인 사항(7건)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남북은 보건의료협력(11월7일), 체육(11월2일), 산림협력(10월22일) 회담 등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 합의 이행을 위한 분과회담을 계속 열고 있습니다. 다만,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나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등 인도적인 문제이면서도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이행이 시급한 사안과 관련해 남북이 눈에 띄는 진척을 이루지 못한 점은 한계로 꼽힙니다.

 

남북관계 부문에서 이행에 실패한 합의 2건은 6·15 남북공동행사 개최와 10월 중 평양예술단의 서울공연인데요. 이 사업들은 이행 자체에는 실패했지만 아직 비관하긴 일러보입니다. 지난달 열린 10·4 선언 남북공동행사 등 다른 공동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고, 예술단의 공연도 남북이 협의 중인 만큼 11∼12월 또는 내년이라도 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올해 안’ 못박은 철도·도로 착공식, 종전선언 가능할까?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 합의 내용 가운데 이행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사안은 ‘올해 안’이라고 못박은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과 종전선언입니다. 미국은 한국이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조사와 착공식을 하기 위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 요청을 한 뒤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는 실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유엔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양해를 해야 제재위에 면제를 요청하는 일도,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종전선언도 마찬가지 입니다. 남과 북의 정상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언이 사실상 남과 북이 종전을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북한과 미국이 전쟁, 적대관계의 종식을 선언하는 일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협상에 달려있는 문제라 한국 정부가 ‘올해 안’이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북-미가 고위급·실무회담 등을 열어 북한의 비핵화, 미국의 상응 조처 등이 포함된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 합의한다면 남북 간 합의 이행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만, 지난 8일 열릴 예정이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고 아직 구체적인 날짜가 잡히지 않는 상황입니다.

 

 

남·북·유엔사 3자가 10월26~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안에 있는 남북의 초소 및 화기 철수에 대한 공동검증을 마무리했다. 이르면 이번달 중 민간인 관광객의 자유 왕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남쪽 군 관계자들이 공동경비구역 북쪽 지역 지하시설 입구에서 비무장화 상황을 검증하는 모습이다. 국방부 제공
남·북·유엔사 3자가 10월26~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안에 있는 남북의 초소 및 화기 철수에 대한 공동검증을 마무리했다. 이르면 이번달 중 민간인 관광객의 자유 왕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남쪽 군 관계자들이 공동경비구역 북쪽 지역 지하시설 입구에서 비무장화 상황을 검증하는 모습이다. 국방부 제공
■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는 예정대로 착착

 

점검 결과,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분야 합의는 이행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의 합의 내용은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라는 부속 합의서 채택(9·19)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안에 있는 남북의 초소 및 화기 철수에 대한 남·북·유엔사 3자의 공동검증이 마무리됐습니다. 조만간 민간인 관광객들의 자유왕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일부터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해 땅·하늘·바다에서 실시하던 각종 군사연습, 곧 적대행위를 멈췄습니다. (▶관련기사: 70년 만에 적대행위 멈추다…남북, 1일부터 중단한 ‘적대행위’는 무엇?)

 

지난 5일에는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수로조사를 함께 했습니다. 현재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는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도로개설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남북이 시범 철수하기로 한 감시초소 각각 11개소의 모든 화기·장비·병력 등은 10일 철수가 완료됐습니다. 남북은 이달 말까지 역사적 상징성 및 보존가치, 향후 평화적 이용 가능성 등을 감안해 감시초소 1개소를 빼놓고 나머지 10개소의 모든 시설물을 완전히 파괴할 방침입니다. (▶관련기사: [더친기] 비무장지대에서 ‘지피’를 철수한다고요?)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진전은 ‘북-미 협상’에 달려

 

아쉽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분야는 아직까지 합의사항이 이행된 건이 없습니다.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문제 자체가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이자 정전협정 당사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분야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인데, 이 문제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밀접히 연관돼 있습니다. 사실상 북-미 대화 결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십년동안 북쪽과 협의해 온 한국 정부는 미국이 북한 입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미 간 협의에 힘을 쏟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예컨대 이번에 외교부 차원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한-미 워킹그룹을 만든 사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워킹그룹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한국 정부는 북-미 협상에서 북쪽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미국한테 북쪽의 입장이 무엇인지 전달하고 북-미가 보지 못하는 절충점을 한국이 마련해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협력 사업을 위한 제재 면제 조처 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외교부가 주축이 된 워킹그룹이 청와대를 비롯해 특히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통일부와 부처의 장벽 없이 긴밀히 소통해야 할 필요성도 큽니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우리를 막는 장애물은 아니지만, 미국이 양해를 하지 않으면 남북협력이 제약 받는 건 사실이다”라며 “미국이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근거나 조건도 없이 안 된다고만 할 때 한국이 제재를 혼자 돌파하긴 어려워도 다시 한번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끌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결정해야할 시점이 올텐데, 우리가 다시 주도해서 대화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특사를 보낸다든지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북-미 협상 상황에서 북쪽의 요구사항이 뭔지 파악해 북-미 사이에 제동 걸린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협력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말했습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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