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핸드볼 단일팀 격려한 남북대사 "하나된 힘 과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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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1-03 11:04 조회3,80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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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핸드볼 단일팀 격려한 남북대사 "하나된 힘 과시하자"
- 기사입력2019/01/03 01:12 송고
박남영, 개성공단 재개의지·평화협정 등 김정은 신년사 강조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에서 남북의 두 대사는 이젠 서로 너무 익숙해 보였다.
대화의 내용도 대사의 직분을 넘어 개인적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로 들어섰다.
독일 주재 정범구(남) 박남영(북) 대사가 2일(현지시간) 남자 핸드볼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남북 단일팀을 격려하기 위해 훈련장을 찾았다.
지난해 1월 말 한스 모드로 전 동독 총리의 90세 생일축하 행사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한 이후 이번이 네번 째 만남이었다.
지난해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 이전식에서 함께 참석한 뒤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손을 마주 잡았다.
이들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격려했다. 단일팀은 남측 선수단 16명과 북측 선수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 대사는 "베를린에서 단일 송구(핸드볼의 북한 용어)팀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북남관계개선이 얼마나 많이 전진했는가, 지난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큰 놀라운 정변들이 일어났는가를 다시 한번 새겨본다"면서 "날로 발전하는 북남 관계개선에 맞게 단일팀이 많이 출전해 더 좋은 성적을 이룩하고, 이번 대회에서 실적을 많이 올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남이 공동으로 합심해 힘을 합친다면 체육기술 발전과 우리 조선 민족의 힘을 온 세상에 과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사는 "작년에 한반도에 평화 기운을 연 것이 평창이었다면 올해는 베를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여러분이 만들어달라. 정말 우리가 하나가 되면 강하다는 것을 독일 국민뿐만 아니라 남북 동포들에게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막전 상대인 독일 팀과 객관적인 전력 차이는 있지만, 정말 우리가 하나로 뭉쳤을 때 새로운 힘을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
두 대사는 관람석에서 한 시간 정도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남 중 둘만의 대화가 가장 길었다. 지난해 6월에도 베를린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18주년 기념식에서 2시간 정도 나란히 앉아있었지만, 행사가 진행되는 관계로 대화는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
박 대사가 추위를 탄 듯 "목도리를 하겠다"며 양해를 구하자, 정 대사는 "비겁하지만 저는 내복을 입고 있었다"고 말해 주위에 웃음을 유발했다.
박 대사는 "정 대사만큼 도이칠란트 기후에 적응되지 않았다"고 말하자 정 대사는 "베를린은 날씨가 습하고 추위가 옷 안으로 스며든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지난해 1월, 박 대사는 4월에 부임했다.
두 대사는 명절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가 냉면 애호가인 정 대사가 박 대사에게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 등 북한 냉면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박 대사는 "밀가루와 녹말의 비율이 잘 맞아야 맛있다"고 말했다.
두 대사는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면서 핸드볼의 경기 규칙 등에 대해 대한핸드볼협회 최병장 상임부회장에게 물었다.
두 대사는 취미로 하는 운동과 영화에 대해서도 대화를 이어갔다.
정 대사는 "'월미도'라는 북한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간호사의 노래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하자 박 대사도 그 영화를 안다며 반가워했다.
박 대사는 정 대사에게 "교포들이 많이 칭찬하더라"고 덕담을 건네 분위기가 더욱 훈훈해졌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남북관계로 이어졌다.
정 대사는 "서울서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베를린에 도착하는 여정을 해보고 싶은 소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을 강조했다.
박 대사는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청산하고 평화지대를 만들려는 의지를 보이셨다"면서 "개성공단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하셨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변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하자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북남관계에서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고 통일을 위해 총진군하자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정 대사는 "쉬운 여건은 아니지만 이럴 때일수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되돌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화답했다.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