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더 다가선 미국…눈길 쏠리는 김정은 신년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2-24 10:40 조회11,638회관련링크
본문
뉴스분석-고위급들 유화 제스처
펜스 부통령 ‘북 인권 연설’ 취소
폼페이오·비건 이어 대화 의지
북한을 향한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의 유화 몸짓이 이어지고 있다. 멈춰 있는 북·미대화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11월 초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미국 방문을 전격 취소한 후 미국의 대화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 반응이 주목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사진)이 지난주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한 연설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고 미국 ABC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 측은 취소 이유에 대해 “다른 스케줄과 겹쳤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한 소식통은 “북한을 화나게 하거나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점, 비핵화 대화를 탈선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연설 취소는 북한을 인권 문제로 새롭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미국 정부가 지난 10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해 독자 제재를 단행하고,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하자 “제재와 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의 연설 취소는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이 내놓은 발언과도 맥이 닿아 있다. 비건 대표는 19~21일 한국을 방문해 한·미 워킹그룹 회의 등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교류사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새해 첫날로부터 그리 머지않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스처는 ‘대화 분위기’ 조성에 긍정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16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담화를 통해 ‘악랄한 대조선 적대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국무성을 비롯한 미 행정부 내 고위 정객들’에 해당하는 인사들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북한이 당장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유연한 태도와 남북 협력에 대한 지지,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 자제는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제재 완화’와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톱다운’ 방식으로 다시 문제를 풀어나가길 희망하는 북한 입장에서도 연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려면 대화 자체를 무한정 마다할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비핵화 협상에 나올 북한의 기본 입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국 측이 연말에 임박해 대북 유화 제스처를 잇따라 내놓은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4·27 판문점선언,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9·19 평양공동선언의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할 것”이라며 “다만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도 제거돼야 한다는 필요성도 동시에 강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