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사무처장 인터뷰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이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100일(22일)을 앞두고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70년 분단사에 전례 없는 조직인 공동사무소가 23일로 개소 100일을 맞는다. 김 사무처장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공동사무소의 하루하루는 남북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며 “이름 9자 가운데 ‘공동’이 핵심이다. ‘함께 주인’이라는 자세로 풀어가자고 늘 강조한다”고 밝혔다.
공동사무소에선 285차례의 대면 접촉·협의(19일 기준)가 이뤄졌다. 하루 2.9회꼴로, 분단사 ‘최단 기간, 최다 접촉’ 기록이다. 금강산 관광 20돌 기념행사를 앞두고 현대아산과 북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공동사무소에서 사전 협의를 했다. 산림협력 대표단이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갈 땐 ‘비자 조기 발급’ 지원을, 11월 동해에서 남쪽 어선이 나포됐을 땐 조기 송환 협의를 맡았다. 당국·민간 불문 남북 소통의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공동사무소엔 하루 평균 50여명의 남쪽 공무원과 시민이 상주한다. 김 사무처장은 “공식 협의뿐만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대화로 얻는 ‘감’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 11월엔 공식적이진 않지만 북쪽의 ‘모종의 움직임’이 감지됐는데, 12월엔 사라졌다. 대형 인공기가 걸린 160m 높이 탑으로 유명한 북쪽 최남단 ‘기정동마을’. 김 사무처장이 물었더니 북쪽 관계자가 ‘따끈한 정보’를 알려줬다. “그곳은 판문점리로 행정명이 바뀌었다. 여성 동무가 관리자인데, 전동 장치로 깃발을 올렸다 내렸다 한다. 장치가 고장나면 올라가서 수리한다. 여성 동무가 대단하다.” 공동사무소에선 적대와 오해의 수렁을 벗어날 ‘눈밭 걷기’가 오늘도 쉼 없이 이뤄진다.
글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