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오늘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다. 최근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관계 때문에 남북협력 사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열린 이번 착공식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착공식을 계기로 남북협력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성과를 낼 뿐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의 디딤돌을 마련하기 바란다.
남과 북이 왕래할 수 있는 통로마저 차단된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열리는 착공식은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뿐만 아니라 경제효과도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과 북의 공동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남북이 착공식을 합의한 뒤에도 실제로 성사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했다. 유엔과 미국이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25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와 협의가 완료돼 예정대로 착공식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비록 무난하게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남북협력 사업이 앞으로도 어떤 조건에서 이뤄지게 될지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이번은 사안 자체가 명료할 뿐 아니라 상황도 좋았다. 지난 19일 한미워킹그룹 제2차 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북한정책 특별대표가 "북미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하는 등 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없이 착공식이 성사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착공식을 무사히 마친다 해도 앞으로 또 어떤 곡절이 기다리라고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 남북협력은 철도나 도로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게 된다. 그 때마다 제재 위반 논란은 끊이지 않고 나올 것이다. 미국이 남북관계를 북미대화의 하위 범주에 놓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세력은 이를 빌미로 ‘속도조절’을 압박하며 딴지를 걸 것이다.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지리라 봐야 한다.
남북협력 사업은 만만치 않은 환경에서 할 수밖에 없다. 순탄한 길이 아닌만큼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 때로는 설득을, 때로는 정면돌파를 단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남북관계가 북미 협상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북미관계 개선의 동력도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