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톱다운 메시지’…북·미대화 재점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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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2-04 11:10 조회11,46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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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톱다운 메시지’…북·미대화 재점화할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G20에서 한·중 정상과 잇따라 만나 김정은 향해 발신
실무라인의 비핵화·제재완화 조율이 ‘2차 회담’ 관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잇달아 긍정적인 대북 메시지를 발신함에 따라 교착 국면에 빠진 북·미대화가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은 합의를 다 마저 이행하기를 바라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김 위원장에게 발신한 것은 북·미 고위급회담과 실무접촉이 이뤄지지 않은 채 겉돌고 있는 북·미대화를 재점화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100% 협력’을 약속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했다. 남·북·미 정상 간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일을 추진하는 ‘톱다운 방식’의 메커니즘이 다시 작동한 것이다.
톱다운 방식은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을 이끌어내는 동력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 이후 장관급과 실무 레벨의 협의에 무게를 두는 신중한 접근으로 돌아섰다. 트럼프식 대북 접근법이 국내적 반발에 직면한 데다 싱가포르 합의에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싱가포르 합의 이후 북·미대화가 덜컹거리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 차원의 워킹그룹 활성화를 원했고, 북한은 ‘최고지도자 간의 새로운 방식의 합의를 실무적 전문가급에서 줴버리고 낡은 방식으로 되돌아가려 한다’며 미국의 태도를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달 뉴욕 북·미 고위급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메시지를 받기 원했으나 이것이 무산되자 회담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대북 메시지는 사실상 북한이 원하는 ‘최고위급의 의지’를 확인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북·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북한 관련 언급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급 접촉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실무접촉에서 양측이 어떤 합의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고위급에서 ‘무엇을 하느냐’를 결정한 이후 실무라인이 ‘어떻게 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훨씬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완화 조치를 양쪽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교환할 수 있는 정교한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지난 6월 싱가포르 합의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는 생각이 강하다. 싱가포르 합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실토한 것처럼 ‘시간이 부족해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문에 넣지 못한’ 것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 합의 외에 나머지 핵시설을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을 원하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앞으로 북·미대화는 김영철-폼페이오의 고위급 채널보다 스티븐 비건-최선희의 실무라인 접촉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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