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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던 평양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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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0-07 18:59 조회7,3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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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룡/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생애 처음으로 발을 내딛은 땅, 평양은 멀지 않았다. 필자는 일제 식민통치시기인 1941년에 태어났다. 식민의 역사, 광복의 역사, 분단의 역사, 대한민국 70년의 역사를 오롯이 경험하며 그 속에서 삶을 일군 세대다. 농경시대에 태어나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산업화시대와 정보통신시대를 거쳐, 이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세대 동안 인류역사의 변화를 거의 경험한 유일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 온 저에게 70년 넘게 차단됐던 그 곳, 평양의 거리는 1시간이었다.

북녘을 통해 백두산도 올랐다. 중국을 통해 장백산으로 불리던 그곳을 여덟 번이나 오르면서 바라만 보던 저 너머였다. 이번 방문단 중 유일하게 등산복을 갖춰 입고 올랐는데, 장백산이 아닌 백두산을 오르고자 하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 준비해 갔다. 일생의 소망을 함께 이룬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북한은 변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던 평양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잘 살아 보겠다는 의지를 보았다. 제재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발전할 수 있었는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 흔하게 보이던 미제 타도등 호전적 구호들이 사라지고,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 ‘달려가자 미래로’,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세계미래를 강조하는 구호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구호에는 북한이 가고자 하는 길이 담겨 있다. 저는 그 길이 개혁과 개방으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 북한은 이미 경제건설 총력을 국가 목표로 설정했다. 인민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주민들의 민생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기 때문에 이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불가역적 상황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바로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만남과 교류가 변화를 만드는 동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 것을 확약한다고 했을 때, 평양시민들이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고, 또 감동을 받았다. 그동안 북한은 핵 무력을 완성했다는 것이 목표이자 자랑이었는데,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말에 열광적 환호를 보낸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께서 북한 주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대다. 바로 접촉과 만남, 이를 통해 쌓인 신뢰가 열어 준 변화다.

 

 9월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 앞 거리의 모습.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서독은 동독과의 접촉을 넓혀 나가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통일 이전에 수많은 조약과 협정으로 인적, 물적, 정보의 교류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민간단체와 기업뿐 아니라, 정당도 폭넓고 치열하게 교류하면서 접촉면을 넓혔다. 꾸준하고 점진적 교류가 평화의 토대였고, 통일의 계기가 됐다. 접촉과 만남이 변화의 시작이다. 새로운 평화의 미래를 여는 행동이자 실천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접촉면을 넓혀 나가는 교류와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한 여정이었다.

민족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다. 해방과 함께 분단을 맞은 우리는 통일된 삶, 온전한 평화의 삶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하고 꿈만 꾸며 가보지 않았던 그 길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일이지만, 국제적 상황도 중요하다. 북한이 변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시간낭비와 힘 빼기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이 어느 때인지, 그리고 시대가 부여한 사명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해야 할 일이 나온다.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실천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일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70년의 역사를 함께 일구며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성해 냈다. 이제 평화시대, 통일시대의 사명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남북의 대립과 우리내부의 분열을 넘어,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새로운 미래를 여는 노력도 구체화되고 있다. 만남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들, 화해의 기회를 갖지 못한 세대들, 새로운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에게 만남과 접촉을 폭넓게 열어주는 가을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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