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북중접경지역을 가다② “자고 일어나면 달라”…북중접경지역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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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7-26 17:52 조회5,06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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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갈래요"...'100배' 증가한 중국인 관광객
"200위안(3만 3천 원)이면 북한 갑니다!"
7월 14일 북중 접경지대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압록강단교 앞 매표소. 중국인들의 호객 행위가 한창이다. 중국인이라면 여권 없이 신분증 하나로 신의주 여행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압록강대교 인근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의주나 평양 등 북한의 주요 도시로 가려는 중국인들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며 개방 의지를 피력하자 중국이 관광 등 독자 제재를 완화하면서 북중 국경에도 활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단둥에서 출발해 평양으로 가는 국제열차는 8월까지 매진됐다.
신의주와 단둥을 오가는 버스는 하루 평균 40~50대 운행되는데, 이 역시 80% 이상 자리가 찬다고 한다. 압록강 단교에 오르자 바로 옆으로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가 보였다. 조중우의교로 중국인 관광객이 탄 버스들과 물자를 실은 화물 트럭들이 쉴 틈 없이 지나갔다. 단둥역에서 출발해 평양으로 향하는 8칸짜리 국제열차도 지나갔다. 현지 조선족 가이드에 따르면 북한을 찾은 중국인은 지난 1월에 비해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실제로 단둥을 비롯한 접경 지역에서는 다양한 여행 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북한을 찾는 중국인은 앞으로 더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북한 개방에 대비해 사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늘 것으로 보인다.
꿈틀대는 '신의주'...개성 아닌 신의주, 왜?
대북 제재 완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장 먼저 달아오른 것은 부동산 경기다. 북한이 본격적인 개방에 나서게 되면 북중 교역의 핵심 지역인 단둥의 경제는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단둥은 총면적은 서울의 25배(1만5222㎢)이다. 단둥 부동산 가격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 직후부터 들썩이기 시작해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며 50% 이상 치솟았다. 실제로 단둥 도심을 벗어난 외곽 지역까지도 40~50층에 육박하는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곳곳이 한창 개발 중이었다. 현지 조선족 가이드는 "단둥은 어제, 오늘 집값이 다를 정도로 빠르게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다"며 중국인들이 와서 한 사람 당 몇 채씩 집을 사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단둥에서 수출 사업을 하는 한 한국인 교민은 "중국인 사업가 중 이미 대북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신압록강대교가 가동에 들어가면 단둥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둥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신의주 역시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단둥 교민들은 "김정은 위원장 취임 이후 신의주가 밤에 굉장히 밝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네온사인과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으며, 최근에는 편의점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장사가 굉장히 잘 된다고 한다. 왜 신의주가 주목받을까. 최근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행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과 세 번째 중국 방문 후 김정은 위원장의 첫 국내 활동 지역은 북중 접경지역이었다. 압록강 하구의 신도군와 신의주시를 연이어 방문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경제협력을 본격 추진하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신의주시는 북한이 일찌감치 경제특구로 지정한 곳이기에 중국 측의 협조와 지원만 얻으면 가장 빠르게 변화가 시작될 곳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북한 잇는 왕복 4차선 도로 건설하는 중국
북중 접경 지역 중 변화가 두드러진 곳 중 하나가 두만강 중류에 자리잡은 '도문'이라는 국경도시다. 도문은 함경북도 남양시와 마주하고 있는데 두 도시 사이를 잇는 도문대교가 있다. 길이는 100m 남짓. 도보로 북한을 갈 수 있는 다리다. 그런데 최근 이 다리 옆에서 왕복 4차선 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북한과 연결하는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장비와 인부들 역시 북한 지역에 넘어가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인구 약 14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에서 왜 북한과 연결되는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현지 교민은 "중국에서 북중 접경지역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중국의 자본과 인력은 앞으로 북중 접경지역에 더 많이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되면 만납시다"...술을 직접 주기도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면서 북한 식당의 분위기도 빠르게 달라졌다. 현지 교민들의 말에 따르면 "북한 식당에 가보면 남북 관계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라고. 남북 관계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또 하나의 '바로미터'가 북한 식당의 분위기인 것이다. 최근 단둥과 연길 등을 중심으로 북한 식당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북한 식당도 많아지고 있는 데다 북에서 온 종업원 수도 올해 초에 비해 부쩍 늘었다. 북한 식당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들도 크게 늘었다.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북한 여종업들은 20대 초중반 평양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외화벌이를 위해 취업 비자 없이 3년에서 5년 단위로 계약해서 일한다. 단둥 도심에 위치한 '평양 고려식당'의 북한 여종업원들 역시 세련된 외모에 유머감각도 갖추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거리낌 없이 대할 뿐만 아니라 "남쪽 동네 분위기는 어떻냐"는 농담을 건네는 여유까지 보였다. 북한 음식과 술을 추천해주고 북한 사정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한 북한 여종업원은 "남쪽은 잘 살지만 불편하고 조선(북한)은 잘은 못 살지만 편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북한 식당에서는 북한 여종업원들의 공연도 볼 수 있다. 대부분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거나 김일성 수령을 찬양하는 노래들이다. 공연할 때 여종업원들은 한복뿐만 아니라 반짝이 무늬가 들어간 세련된 원피스를 입기도 했다. 드럼과 베이스, 가야금까지 공연에 등장했다. 연길에서 찾은 '류경식당' 역시 분위기가 비슷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공연 노래도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이 주를 이뤘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년 전 류경식당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며 "남북관계에 따라 북한 여종업원들 태도가 변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여종업원들은 '통일'이라는 단어도 자주 썼다. 식당을 나가며 헤어질 때는 "통일되면 만납시다"라며 손을 맞잡는 종업원도 있었다. 북한 여종업원들의 얼굴에서 접경 지역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감이 비쳤다.
"200위안(3만 3천 원)이면 북한 갑니다!"
7월 14일 북중 접경지대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압록강단교 앞 매표소. 중국인들의 호객 행위가 한창이다. 중국인이라면 여권 없이 신분증 하나로 신의주 여행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압록강대교 인근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의주나 평양 등 북한의 주요 도시로 가려는 중국인들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며 개방 의지를 피력하자 중국이 관광 등 독자 제재를 완화하면서 북중 국경에도 활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단둥에서 출발해 평양으로 가는 국제열차는 8월까지 매진됐다.
신의주와 단둥을 오가는 버스는 하루 평균 40~50대 운행되는데, 이 역시 80% 이상 자리가 찬다고 한다. 압록강 단교에 오르자 바로 옆으로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가 보였다. 조중우의교로 중국인 관광객이 탄 버스들과 물자를 실은 화물 트럭들이 쉴 틈 없이 지나갔다. 단둥역에서 출발해 평양으로 향하는 8칸짜리 국제열차도 지나갔다. 현지 조선족 가이드에 따르면 북한을 찾은 중국인은 지난 1월에 비해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실제로 단둥을 비롯한 접경 지역에서는 다양한 여행 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북한을 찾는 중국인은 앞으로 더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북한 개방에 대비해 사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늘 것으로 보인다.
꿈틀대는 '신의주'...개성 아닌 신의주, 왜?
대북 제재 완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장 먼저 달아오른 것은 부동산 경기다. 북한이 본격적인 개방에 나서게 되면 북중 교역의 핵심 지역인 단둥의 경제는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단둥은 총면적은 서울의 25배(1만5222㎢)이다. 단둥 부동산 가격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 직후부터 들썩이기 시작해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며 50% 이상 치솟았다. 실제로 단둥 도심을 벗어난 외곽 지역까지도 40~50층에 육박하는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곳곳이 한창 개발 중이었다. 현지 조선족 가이드는 "단둥은 어제, 오늘 집값이 다를 정도로 빠르게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다"며 중국인들이 와서 한 사람 당 몇 채씩 집을 사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단둥에서 수출 사업을 하는 한 한국인 교민은 "중국인 사업가 중 이미 대북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신압록강대교가 가동에 들어가면 단둥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둥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신의주 역시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단둥 교민들은 "김정은 위원장 취임 이후 신의주가 밤에 굉장히 밝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네온사인과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으며, 최근에는 편의점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장사가 굉장히 잘 된다고 한다. 왜 신의주가 주목받을까. 최근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행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과 세 번째 중국 방문 후 김정은 위원장의 첫 국내 활동 지역은 북중 접경지역이었다. 압록강 하구의 신도군와 신의주시를 연이어 방문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경제협력을 본격 추진하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신의주시는 북한이 일찌감치 경제특구로 지정한 곳이기에 중국 측의 협조와 지원만 얻으면 가장 빠르게 변화가 시작될 곳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북한 잇는 왕복 4차선 도로 건설하는 중국
북중 접경 지역 중 변화가 두드러진 곳 중 하나가 두만강 중류에 자리잡은 '도문'이라는 국경도시다. 도문은 함경북도 남양시와 마주하고 있는데 두 도시 사이를 잇는 도문대교가 있다. 길이는 100m 남짓. 도보로 북한을 갈 수 있는 다리다. 그런데 최근 이 다리 옆에서 왕복 4차선 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북한과 연결하는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장비와 인부들 역시 북한 지역에 넘어가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인구 약 14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에서 왜 북한과 연결되는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현지 교민은 "중국에서 북중 접경지역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중국의 자본과 인력은 앞으로 북중 접경지역에 더 많이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되면 만납시다"...술을 직접 주기도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면서 북한 식당의 분위기도 빠르게 달라졌다. 현지 교민들의 말에 따르면 "북한 식당에 가보면 남북 관계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라고. 남북 관계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또 하나의 '바로미터'가 북한 식당의 분위기인 것이다. 최근 단둥과 연길 등을 중심으로 북한 식당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북한 식당도 많아지고 있는 데다 북에서 온 종업원 수도 올해 초에 비해 부쩍 늘었다. 북한 식당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들도 크게 늘었다.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북한 여종업들은 20대 초중반 평양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외화벌이를 위해 취업 비자 없이 3년에서 5년 단위로 계약해서 일한다. 단둥 도심에 위치한 '평양 고려식당'의 북한 여종업원들 역시 세련된 외모에 유머감각도 갖추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거리낌 없이 대할 뿐만 아니라 "남쪽 동네 분위기는 어떻냐"는 농담을 건네는 여유까지 보였다. 북한 음식과 술을 추천해주고 북한 사정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한 북한 여종업원은 "남쪽은 잘 살지만 불편하고 조선(북한)은 잘은 못 살지만 편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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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당에서는 북한 여종업원들의 공연도 볼 수 있다. 대부분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거나 김일성 수령을 찬양하는 노래들이다. 공연할 때 여종업원들은 한복뿐만 아니라 반짝이 무늬가 들어간 세련된 원피스를 입기도 했다. 드럼과 베이스, 가야금까지 공연에 등장했다. 연길에서 찾은 '류경식당' 역시 분위기가 비슷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공연 노래도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이 주를 이뤘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년 전 류경식당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며 "남북관계에 따라 북한 여종업원들 태도가 변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여종업원들은 '통일'이라는 단어도 자주 썼다. 식당을 나가며 헤어질 때는 "통일되면 만납시다"라며 손을 맞잡는 종업원도 있었다. 북한 여종업원들의 얼굴에서 접경 지역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감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