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 “탄핵 앞당기는 마지막 계기될 것”
CNN “탄핵 요구 더 확장될 것”
아사히 “정권 앞날 불투명…민주주의 훼손 대가 커”
가디언 “북한이 움직이면 ‘자기실현적 예언’ 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후 철회한 사태를 두고 해외 여러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4일 로이터통신은 “윤 대통령이 밤늦게 충격적인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그의 정치적 미래에 의문이 제기됐다”며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의 국제적 평판에 초점을 맞춰온 대통령으로서 이는 한국을 매우 불안정해 보이게 한다”며 “금융 및 통화 시장과 한국의 외교적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 서방 외교관은 이날 사태로 인해 한국이 다국적 외교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절박하고 위험해 보인다. 그는 이미 인기가 없었지만 이번 사건이 탄핵 절차를 앞당기는 최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CNN은 한국 상황을 라이브 업데이트하며 “윤 대통령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주도했던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알렸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전까지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요구는 부패 혐의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더 확장될 것”이라고 전했다.
알자지라 역시 라이브 업데이트로 한국 소식을 전하며 전문가들의 평가를 소개했다. 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위원장은 계엄령 선포가 “상당히 경솔한 행위다. 매우 성급한 결정이었다”며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팀슨센터 나탈리아 슬라브니 연구원은 한국이 ‘정치적 다원주의’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계엄령 선포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국회의원 190명이 계엄을 비판하는 긴급 표결에 참석한 것은 강력한 정치적 다원주의의 신호”라며 “한국은 대규모 시위와 신속한 탄핵에 익숙하다. 한국은 대중이 대통령에 대한 감정을 표출한 역사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끈질긴 싸움과 많은 희생 끝에 1980년대 후반 민주화가 이뤄졌다. 정치는 격렬히 대립하면서도 대선으로 정권 교체를 이어가며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윤 대통령은 이런 민주화의 역사에 대한 생각이 없었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정권 앞날은 더 불투명해졌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가가 너무 크다”고 전했다.
가디언 소속 줄리언 보거 선임기자는 분석 기사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함으로써 전국민이 영원히 잠들었다고 생각했던 유령을 깨우려고 했다”며 “바닥을 친 지지율에 맞서 벌인 절박한 도박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윤 대통령은 군대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역사적으로 정치적 권력을 맛본 군이 완전히 그 병에서 낫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거 선임기자는 윤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을 계엄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을 두고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위험이 있다. 김정은은 한국의 약점을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북한이 공격적으로 움직이면 윤석열과 군대에게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