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거론 불쾌감’ 분석도
정부가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분류 검토 문제를 두고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정부가 미국 측으로부터 민감국가 지정 검토 사실을 확인받고 이를 막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민감국가 분류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외교부는 관계부처와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미국 측 관계기관과도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리스트는 현재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부는 미국 에너지부뿐 아니라 국무부 등 관련 부처를 접촉해 해당 사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는 내달 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는 방안을 두고 이달 초쯤 산하 17개 연구소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이런 사실을 미국으로부터 공식 통보받지 못했고, 최근 비공식 경로를 통해 파악했다.
한국이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미국과의 첨단 과학기술 관련 협력 및 교류가 제한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특정 국가를 민감국가로 지정할 수 있다.
민감국가로 분류되면 원자력과 인공지능(AI), 양자과학, 첨단 컴퓨팅 등 첨단 과학기술 협력과 연구 참여 등이 엄격히 통제된다. 현재 민감국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 시리아 등이다.
이 대변인은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려는 경위와 관련한 질문에 “미국 측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감국가 지정 기준 가운데 ‘핵 비확산’이 주요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한·미가 지난해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해 ‘한반도 핵억제 및 핵작전 지침’을 마련하는 등 확장억제를 강화했는데도, 핵무장론이 계속 거론되는 데 미국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러 추정 논리 중에 그런 말(핵무장론)이 나오는 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며 “다만 반드시 그게 이유인지는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