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식, 통일국가 설계도 만들 ‘개성 평화통일대학’ 제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8-27 19:33 조회1,567회관련링크
본문
박한식, 통일국가 설계도 만들 ‘개성 평화통일대학’ 제안
- 김치관 기자
- 승인 2021.08.27 18:11
박한식 회고록 『평화에 미치다』 출판기념회 열려
“통일국가를 만들려면 영토가 있어야 하고, 인구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이 이념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이념을 만들어야 한다. 평화통일대학에서 이걸 만들어야 한다.”
<한겨레>에 연재한 글을 모아 회고록 『평화에 미치다』(삼인)를 출간한 박한식(82)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는 27일 오전 10시 30분 건국대 새천년기념관 우곡국제회의장과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된 출판기념회에서 특강에 나서 ‘남과 북이 함께 만드는 통일평화대학’을 주창했다.
박한식 명예교수는 “남과 북은 지금 냉전시대를 통해 수십년 동안 체제경쟁을 해왔다”며 “체제경쟁해 가지고는 통일의 길이 없다”고 진단하고 “이제는 체제경쟁이 아니고 체제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된 정부를 만들자고 하면, 집이 갈라졌다가 같이 들어와 사는 집을 하나 지어야 한다. 통일된 나라의 집을 짓는데 설계도 없이 집을 어떻게 짓느냐”며 통일국가의 ‘설계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하버드 대학은 미국의 국가건설 설계도를 만들려고 만들어진 대학”이라며 “1636년 신학교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거기서 배출된 인재들이 국가건설을 하는데 옛날부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고 “하버드가 없었으면 오늘날 미국처럼 미국은 발전되지 못했을 거다. 미국의 연방제도는 하버드 출신들이 다 고안했다”고 예시했다.
또한 “고려의 초창기 서기 992년에 국자감을 만들었다”며 “조선의 하버드가 지금 미국의 하버드보다 거의 7백년 전에 만들어졌다. 국자감이라는 것이 고려 후기에는 이름을 바꿔서 성균관이 됐다”고 제시했다.
박 교수는 독일과 달리 “우리는 흡수통일이 불가능하다”며 “북의 사회주의 공산주의와 남의 자본주의 민주주의와 이렇게 큰 차이 있는 것도 우리가 감수하고 우리가 받아들여서 통일하자”는 남북 정상 간의 합의 정신을 상기시키고 “우리는 경험이 많다”는 점에 주목을 돌렸다.
나아가 “지구촌을, 새로운 집을 지어야 되는데, 이 집을 짓는 데는 설계가 필요한데, 그 설계도를 우리 민족이 지어야 한다”며 “우리 민족만큼 경험이 깊고 다양한 민족은 없다”고 ‘우리식 정치이념’, ‘우리식 설계도’를 제안했다.
박 교수는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봤을 때 “개성에다가 통일대학을 만들어야겠다”며 구체적으로 6개의 단과대학을 예시했다.
첫째는 건강대학으로 북의 고려의학과 서양의학을 조화시키고 부속병원을 둬 불치병을 치료하자는 것. 둘째는 농생대학으로 농과대학에 생태과학까지 결합해 좋은 종자와 음식재료를 제공하자는 것, 셋째는 정경대학으로 정치에서도 사회에서도 정의로운 분배를 연구하자는 것, 넷째는 인문대학으로 통일국가의 이념을 만들고 이상적인 수단과 방법을 제시하자는 것, 다섯째는 예술대학으로 동양과 서양을 조화시키는 종합적인 문화예술로 세계인의 행복한 삶에 기여하자는 것, 여섯째는 환경대학으로 기후변화 속에서 환경을 살리는 연구와 실천을 하자는 것.
박 교수는 이번 출판기념회에 힘을 모은 21개 단체·언론사들을 토대로 “통일평화대학에 건설추진위원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제안하고 “이 위원회에는 기필코 북 사람, 남 사람, 해외 사람이 포함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6.15남측위원회와 6.15해외측위원회를 비롯해 민화협, 겨레하나 등 단체들과 건국대통일인문학연구단, 세종연구소 등 연구기관, 통일뉴스, 한겨레신문사 등 언론사들이 참여했다.
박 교수는 이 외에도 “노벨평화상이 정치도구화 돼 버렸다”며 새로운 ‘평화상’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 교수의 출판기념 특강에 앞서 진행된 1부 출판기념회는 권오혁 촛불전진준비위원회 정책위원장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성민 건국대통일인문학연구단 단장과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축사를,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과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영상 축사를 했다.
또한 이재봉 원광대 융합교양대학 명예교수가 대담자로 나서 저자 박한식 명예교수와 『평화에 미치다』 내용을 두고 질문을 주고받기도 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영상축사에서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박 교수님의 이 저서는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상찬하고 “<평화에 미치다>는 박 교수님의 역사 체험과 이해가 담겨있고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고심어린 연구와 문제해결 노력이 담겨있다”며 “평화와 통일정책을 담당하는 관계자와 정치인들은 물론이려니와 한반도와 민족문제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헌사했다.
임 전 장관은 “1980년대 초부터 평양을 50여 차례나 방문하며 북한을 심층 연구해 오셨다. 박 교수님이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북한문제 최고전문가”라며 “특히나 미국의 전 대통령 조지 카터와 윌리암 클린턴의 평양 방문을 주선하는 등 문제해결사요, 평화중재자로서 누구도 대신하기 어려운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해오셨다”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을 마련해 준 김성민 건국대통일인문학연구단 단장은 “선생께서는 실천적 차원에서 개성에, 제3지대에 DMZ까지 아우르는 세계에서 처음 건축하는 통일평화대학을 건립하자라고 하는 제안을 하셨다”며 “이 통일평화대학은 아마도 우리 후배들에게 주는 숙제일 거라고 생각한다. 개성에 평화통일대학이 건립된다면 이것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함은 물론이고, 동북아 평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출발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