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가득한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의 근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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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1-14 15:35 조회6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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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으로 가득한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의 근거들
기사입력시간 : 2024/11/14 [15:20:00]
이인선 기자
우크라이나와 한국을 필두로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을 주장한 지 1달이 지났다.
한국 언론 등에는 ‘근거’라며 가지각색의 관련 주장들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하게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되어 있다고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전히 많다. 그리고 앞뒤가 맞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근거’라는 명목으로 끝없이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속에서 진위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일치하지 않는 투입 시기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한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 ‘블루-옐로’는 10월 28일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의 첫 육안 접촉은 10월 25일 쿠르스크주에서 이뤄졌다”라며 “내가 알기로 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름이 가득한 북한 국기를 노획했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월 3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북한 병력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이 첫 교전을 벌였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1월 4일 “북한군의 전투 참여 관련 보도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보도 내용이 맞다고 확인해줄 순 없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월 5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첫 교전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미국 뉴욕타임스도 미국 고위급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 사이에 교전이 발생해 적지 않은 북한군 병사가 사망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라고 보도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장관은 같은 날 KBS와의 대담에서 ‘북한군’과 “전면적 교전이 아닌 소규모 접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무렵 한국은 아직 북한군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북한군 40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했다’라는 보도와 관련해 한국 정보 당국자는 11월 5일 “북한군이 전투를 안 했는데 어떻게 사망자가 나오나?”라고 밝혔다.
해당 보도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 대응 부서 책임자인 안드리 코발렌코의 텔레그램에서 시작되었다.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월 6일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군이) 본격적인 전투는 개시하지 않았다”라며 “소규모 인원이 정찰 활동이나, 전쟁 이외의 사전 준비 차원에서 (일을 벌이다가)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는 저희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주시하고 있는 것은 전투가 시작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며 전투가 개시될 경우 다음 단계를 밟아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앞서 교전이 있었다고 주장했던 뉴욕타임스는 11월 10일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당한 쿠르스크주 일부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해 5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는 “(북한군 덕분에 러시아가)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진격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앞으로 며칠 안에 북한군이 포함된 대규모 병력의 진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즉 북한군이 어딘가에는 집결했지만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을 어떻게든 사실로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투입 시기, 교전 여부 등에서 정보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보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를 만드니 (북한군 뉴스는) 공식 발표 전에는 믿지 말라’라고 언론에 말할 정도라고 한다.
북한군 포로와 북한 관련 증거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 ‘엑실레노바+(Exilenova+)’는 10월 17일 ‘체포된 북한군 영상’이라며 한 동양인처럼 보이는 포로의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영상 속 남성은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부대 표식이나 이름 등 어떠한 정보도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써준 것을 암송하는 것처럼 보였다. 뭔가 생각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영상을 찍는 사람이 단어를 얘기해 주었고, 그 단어를 시작으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같은 모습은 여러 차례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10월 18일 일제히 러시아군이 ‘북한군’에게 장비를 지급하는 모습과 러시아에서 ‘북한군’이 훈련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출처는 우크라이나 문화·정보정책부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며 러시아 연해주 세르게옙스키 훈련장에서 촬영한 영상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10월 22일 “영상의 입수 경로는 특정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주장을 검증할 수 없었다”라고 보도 말미에 첨부했다.
또한 영상의 화질이 너무 떨어져 사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게 북한군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세르게옙스키 훈련장에서 9월 25~26일 라오스 군인들이 러시아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니 그 영상은 라오스 군인을 찍은 영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영상에서 나오는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데 한국 언론은 북한말이 들린다고 보도했다. “야야”, “힘들다야”, “늦었어”, “물” 같은 짧은 단어들인데 아무리 자세히 들어봐도 고개가 갸우뚱할 뿐이다.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 홍 모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군은 외부에 나가서는 절대 반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군복 등을 받을 때도 줄을 서서 받지 않으며 이름을 부르면 나가서 받는다고 한다. 또 오로지 자기 지휘관 명령만 들을 뿐 러시아 군인의 명령을 절대 듣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영상에 나오는 모습은 북한군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 군인들에게 군복 등 보급품을 지급하기 위해 한글과 러시아어가 병기된 설문지를 준비했다’라는 주장도 10월 19일부터 제기되었다.
미국 CNN은 우크라이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를 통해 해당 설문지를 입수했다며 설문지 복사본을 공개했다.
하지만 ▲한글 번역이 이상하고 북한식 표현에 맞지 않는 점 ▲설문지 내 일관성이 없는 점 ▲수치 간 경계가 불분명하고 러시아 규정과 일치하지 않는 점 ▲문항 내 표가 잘린 점 ▲‘여름용’이라고 특정한 점 ▲설문지 응답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점 ▲한국과 일본 언론이 보도한 문서의 글꼴이 다른 점 등에서 조작된 근거로 보인다.
한국 국정원은 10월 20일 러시아 군사기지에 모여있는 북한군이라며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위에서 찍었다 보니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지 얼굴도 알 수 없고 깃발이나 휘장 같은 표식도 안 보인다. 이 사진만 가지고 북한군이 파병되었다고 얘기하기엔 어려울 수준이다.
국정원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북한군 관계자의 얼굴과 러시아 장교 옆에 있는 군인 얼굴이 일치한다는 걸 찾았다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게 구분될 뿐만 아니라 실제 러시아 장교 옆에 있는 군인이 맞는지, 어디서 가져온 사진인지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거짓 정보가 아닌지 의심될 수밖에 없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0월 24일 한 텔레그램 채널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훈련 중 사용하는 장비”라며 사진 2장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사진에는 러시아 국기와 북한 인공기가 부착된 군복에 김일성 주석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위에 소총이 올려져 있다.
이 채널은 “아마 동지들(북한군)에게 러시아제 AK-12 소총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되며 탄창에는 5.45밀리미터 구경의 실탄이 보인다”라고 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의 말을 인용해 김일성 주석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부터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진짜 북한군이 아니라 취미용 레플리카(복제품)로 보인다”라며 “방탄조끼도 방탄복이 들어가지 못하는 복제품 티가 나고, 아래 있는 소총 핸드가드(총열덮개)도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AK-12나 AK-74용 제식 핸드가드와 다른 ‘사제(군 보급품이 아닌 민간에서 판매하는 제품)’”라고 짚었다.
사진을 들여다보면, 군복에 북한 국기가 부착되어 있고 북한 최고지도자 배지도 달려있다. 애당초 북한은 최고지도자 배지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흠집이 나기 쉬운 군복 바깥쪽에 달지 않는다.
또한 조사가 부족했는지 최고지도자 배지 위아래에 파란 줄이 그어져 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배지와 전혀 다르다.
이러한 이상한 군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군인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나온 현수막을 들고 찍은 사진도 공개되었다.
이 역시 북한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온 사진, 현수막 등을 들지 않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은 10월 28일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과 모습을 알 수 없는 3명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 앞에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 김일성 주석 초상 순으로 놓였다는 점에서 북한에서 배치하는 순서와 다르다. 즉 조작된 사진으로 판단된다.
11월 2일에는 ‘첫 번째 북한군 포로’라며 누군가 쓰러져 있고 사진 찍는 사람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 신분증’, ‘조선인민군’이라고 적힌 것을 들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탈북자 홍 씨는 이와 관련해 “초상화 위치가 바뀌었고, 인민군에선 병사, 사관, 초기복무사관들에게는 ‘군인증’, 군관들에게만 ‘신분증’을 발급한다”라며 “‘군인신분증’이라는 건 애시당초 없다. 그리고 전시에는 군인증을 모두 회수하고 ‘군인표’만 지급하게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JTBC에 “북한의 일반적인 사진 배열상을 볼 때 아주 이례적이고, 이례적이라는 것은 상당히 신뢰성이 떨어지는 사진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같은 날 ‘러시아 군복을 입은 북한군 셀카’라며 동영상 하나가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영상 속 병사는 한국말이 아닌 중국말을 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의미하는 ‘Z’ 군복을 입고 있었으나 북한군이 아닌 중국 용병으로 추정됐다.
‘북한군이 준 개고기 전투식량을 무슨 고기인 줄도 모르고 받아먹은 러시아군’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은 11월 1일 공개됐다.
영상 속 통조림에는 ‘누렁이 개고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대 전용 특수’, ‘제조 정보’, ‘품질 관리’ 등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부른다는 점 ▲보통 생산 공장 명칭이 적히지만 국방성 명의로 통조림이 나왔다는 점 등에서 조작된 영상으로 보인다.
부산하나센터장인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 물건이나 최근에 떠밀려 오는 것들을 보면 ‘제조 정보’나 ‘철저한 품질 관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해당 통조림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개고기 통조림을 본 일이 없고 개를 이용한 식품은 단고기 가락엿 정도가 있다”라며 “통조림의 표기도 공장 정보를 넣지 ‘조선인민’ 등의 표기를 하진 않는데 북한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가짜로 만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인텔리전스 프런트’란 이름을 쓰는 엑스 이용자는 11월 3일 자신의 계정에 각각 1분과 2분 3초 길이의 영상 두 편을 게재했다.
그는 “러시아를 위해 싸우러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북한군 병사가 제공된 음식의 다양함과 푸짐함에 놀라고 있다. 그는 ‘난 전장에서 먹고 있다. 이 고기를 봐라. 큰 소고기와 즉석라면이다’라고 말한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올린 영상은 북한과 무관한 중국 출신 병사의 것으로 보인다고 키이우포스트는 지적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자체 사실 확인 결과 이 남성은 조선어가 아니라 중국어로 말을 하고 있다”라면서 “그는 중국인이고 그저 자신이 뭐를 먹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영상의 근본 출처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러시아군에 소속된 중국 출신 용병 일부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영상을 업로드하는 경우가 잦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달에는 북한군 장교 8명이 우크라이나 전선 배치 첫날 모조리 전사했다는 중국 출신 러시아 용병의 주장이 나왔지만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은 11월 5일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러시아 소수민족의 구별을 돕기 위한 ‘아군 식별 전단’을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날 “상단에 ‘아군을 구별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문구 아래로는 남성 4명의 사진이 차례로 배치된 전단을 입수했다”라며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가 해당 전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만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이 오늘 배포한 전단을 우크라이나군에게 전달받았다”라고 말했다.
전단에는 그림과 함께 북한 사람(кореец), 야쿠트인(якут), 부랴트인(бурят), 투바인(тувинец)이라고 적혀있었다.
야쿠트인, 부랴트인, 투바인은 모두 러시아 국민이다. 즉 전단은 북한 사람과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굳이 러시아 국민을 구분하고 있다.
해당 전단이 사실이라면 러시아군에 있는 야쿠트인, 부랴트인, 투바인 입장에선 자신들을 생김새로 구분한다는 것이 기분 나쁜 일이다.
물론 북한 사람이라고 그려진 그림과 나머지 그림들은 전혀 닮지 않았다. 그리고 전단에 그려진 그림만 보고 북한 사람, 야쿠트인, 부랴트인, 투바인을 구분한다는 것도 터무니없다.
전단 속 그림만 보고 실제로 북한 사람, 야쿠트인, 부랴트인, 투바인을 만난다면 각각 어디 출신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11월 11일에는 한 병사가 ‘조선로동당 당원증’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려권’이라고 적힌 것을 들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 속 당원증에는 김일성 주석의 모습만 담겨 있었고, 도장에는 ‘조선인민군정치부’라고 적혀있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살포한 당원증은 가짜다. 2013년부터 당원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도 같이 넣는다. 북한에 ‘조선인민군정치부’는 없다.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이다. 이렇게 무성의하니 내가 문제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사진 속 당원증이 2019년 발행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이해영 교수는 이외에도 실제 대동강 담배와 다른 가짜 담배 사진(파란색 담배갑)이 돌아다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발 ‘모든’ 증거 자료는 그냥 가짜라고 보시는 것이 맞겠다”라고 덧붙였다.
음성과 오역
10월 31일 “북한군 쿠르스크주 투입 결과”라며 ‘생존 북한 장병’이라는 인물의 육성 동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영어 자막에 따르면, 이 인물은 병상에 누워 북한식 억양으로 “러시아군에 속았다”, “40명 인원이 다 전사했다”, “러시아가 공격 전에 아무런 정찰도 하지 않고 무기도 주지 않았다” 등의 말을 했다.
하지만 해당 자막은 실제 들리는 남성의 말과 상당 부분이 달랐다.
영어 자막은 “40명의 전우들이 다 죽었다”라고 시작하지만, 실제 음성은 “러시아군은 저희가 방호 시설들에만 있고, 절대로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실제 음성에는 없는 말이 태반이다.
그리고 음성과 남성의 입, 목젖 등의 움직임도 일치하지 않았다.
병사의 얼굴에 둘러진 붕대도 이상하다. 이마의 붕대를 자세히 보면, 아래쪽과 위쪽 두 군데에 그을린 듯한 자국이 보였다. 불에 타거나 피에 물들었다면 나머지 부분에도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영상 속 인물은 그렇지 않았다.
입으로 들어가는 수액 호스도 이상하다. 일반적인 의료용 호스는 혈관 등으로 연결된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해당 영상을 본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유동식(액체 상태의 음식)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보통은 (입으로 넣기보다는) 콧줄로 넣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조작한 영상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11월 10일 자신들이 전날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감청한 북한군의 무선 통신이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런데 음성과 자막이 다를뿐더러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고 북한말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부분도 많았다. 사실상 음성만 듣고는 무슨 대화 내용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한국 언론들도 “하나둘, 하나둘”, “기다려라”, “나 물개 수신”, “물개 둘, 물개 하나, 물개 하나” 등처럼 들린다고만 보도했다.
북한군의 음성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영상은 ▲‘물개’를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돌아와라(повертайся)’라고 번역한 점 ▲‘하나둘’을 ‘셋, 둘(Третій, другий)’로 번역한 점 등에서 이상하다.
자막 내용만으로 보면 수리공과 수신하다가 누군가 기다리라고 하고, 갑자기 3명이 ‘넷, 넷’, ‘셋, 둘’ 등을 외치며 누군가에게 돌아오라는 수신을 한다. 그게 끝이다. 이게 실제 쿠르스크주에서 감청한 것이 맞는지는 물론이고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해당 음성과 일치하지 않는 자막을 단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인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 관련 거짓 정보 많아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과 관련해 거짓된 정보가 난무하자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한국, 서방 등에서도 자중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언론 오보즈레바텔은 국제시민단체 ‘인폼네이팜’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인들이 가짜뉴스를 유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는 여러모로 불리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틀 동안 러시아 군복 차림으로 숨진 북한군을 배경으로 누군가 군인신분증을 들고 있는 사진에 대해 여러 차례 제보가 들어왔다. 포토샵으로 엉성하게 조작된 사진은 유명인들에 의해 ‘첫 번째 북한군 희생자’라며 사회관계망에 공유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과도한 가짜뉴스는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된다. 특히 진짜 증거가 나왔을 때 서방 정치인들은 ‘가짜 증거가 많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라며 시간을 끌고 행동을 미루기 쉬워진다”라고 주장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1월 4일 사회관계망 등에 공개된 정보들에 대해 “다 조작”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인민군 포로를 잡는 게 지금 소원인데, 그런 포로를 잡았다면 국제적으로 북한 파병을 주장할 증거가 되기 때문에 북한군 어디 소속, 이름 등 신원이 다 나올 거고 그걸 공식 발표하면 될 일인데 그걸 왜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민간단체가 공개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또 “탈북민들도 해당 영상 속 남성의 억양이 다르다고 한다”라며 “그 남성이 말하는 내용 역시 우크라이나 정부가 원하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북한이 파병을 공식 인정도 안 했고 북한군도 러시아 군복 입는데 무슨 인공기를 달고 다니느냐”라며 “(정보를 퍼뜨리는 쪽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심리전 부대거나 지원을 받는 것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짚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흑색선전, 모략 심리전”이라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다국적군도 아니고 용병인데 인공기를 건다는 건 말도 안 된다”라며 “우크라이나가 흑색선전을 하는 것 같은데 대단히 미숙해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인공기를 내걺으로써 국제 사회를 향해 북한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그래야 나토가 파병해줄까 싶어 그러는 모양인데 인공기만 부각하는 걸 보는 순간, 북한의 참전을 부각하려는 흑색선전이구나, 우크라이나가 장난하고 있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누가 봐도 가짜뉴스인 게 뻔해서 ‘심리전’이라고 하기도 어렵다”라고 밝혔다.
결국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은 한국과 서방 등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파병을 정당화하는 수단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군은 매일같이 돈바스지역과 자포로제주, 헤르손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며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러시아군의 진격을 북한군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합리화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 군사적으로 지원해준다는 한국, 프랑스, 영국, 나토 등의 도움을 확대해 파병까지 바라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사입력시간 : 2024/11/14 [15:20:00]
이인선 기자
우크라이나와 한국을 필두로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을 주장한 지 1달이 지났다.
한국 언론 등에는 ‘근거’라며 가지각색의 관련 주장들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하게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되어 있다고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전히 많다. 그리고 앞뒤가 맞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근거’라는 명목으로 끝없이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속에서 진위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일치하지 않는 투입 시기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한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 ‘블루-옐로’는 10월 28일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의 첫 육안 접촉은 10월 25일 쿠르스크주에서 이뤄졌다”라며 “내가 알기로 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름이 가득한 북한 국기를 노획했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월 3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북한 병력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이 첫 교전을 벌였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1월 4일 “북한군의 전투 참여 관련 보도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보도 내용이 맞다고 확인해줄 순 없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월 5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첫 교전을 벌였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미국 뉴욕타임스도 미국 고위급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 사이에 교전이 발생해 적지 않은 북한군 병사가 사망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라고 보도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장관은 같은 날 KBS와의 대담에서 ‘북한군’과 “전면적 교전이 아닌 소규모 접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무렵 한국은 아직 북한군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북한군 40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했다’라는 보도와 관련해 한국 정보 당국자는 11월 5일 “북한군이 전투를 안 했는데 어떻게 사망자가 나오나?”라고 밝혔다.
해당 보도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 대응 부서 책임자인 안드리 코발렌코의 텔레그램에서 시작되었다.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월 6일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군이) 본격적인 전투는 개시하지 않았다”라며 “소규모 인원이 정찰 활동이나, 전쟁 이외의 사전 준비 차원에서 (일을 벌이다가)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는 저희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주시하고 있는 것은 전투가 시작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며 전투가 개시될 경우 다음 단계를 밟아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앞서 교전이 있었다고 주장했던 뉴욕타임스는 11월 10일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당한 쿠르스크주 일부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해 5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자는 “(북한군 덕분에 러시아가)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진격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앞으로 며칠 안에 북한군이 포함된 대규모 병력의 진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즉 북한군이 어딘가에는 집결했지만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을 어떻게든 사실로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투입 시기, 교전 여부 등에서 정보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보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를 만드니 (북한군 뉴스는) 공식 발표 전에는 믿지 말라’라고 언론에 말할 정도라고 한다.
북한군 포로와 북한 관련 증거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 ‘엑실레노바+(Exilenova+)’는 10월 17일 ‘체포된 북한군 영상’이라며 한 동양인처럼 보이는 포로의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영상 속 남성은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부대 표식이나 이름 등 어떠한 정보도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써준 것을 암송하는 것처럼 보였다. 뭔가 생각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영상을 찍는 사람이 단어를 얘기해 주었고, 그 단어를 시작으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같은 모습은 여러 차례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10월 18일 일제히 러시아군이 ‘북한군’에게 장비를 지급하는 모습과 러시아에서 ‘북한군’이 훈련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출처는 우크라이나 문화·정보정책부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며 러시아 연해주 세르게옙스키 훈련장에서 촬영한 영상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10월 22일 “영상의 입수 경로는 특정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주장을 검증할 수 없었다”라고 보도 말미에 첨부했다.
또한 영상의 화질이 너무 떨어져 사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게 북한군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세르게옙스키 훈련장에서 9월 25~26일 라오스 군인들이 러시아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니 그 영상은 라오스 군인을 찍은 영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영상에서 나오는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데 한국 언론은 북한말이 들린다고 보도했다. “야야”, “힘들다야”, “늦었어”, “물” 같은 짧은 단어들인데 아무리 자세히 들어봐도 고개가 갸우뚱할 뿐이다.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 홍 모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군은 외부에 나가서는 절대 반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군복 등을 받을 때도 줄을 서서 받지 않으며 이름을 부르면 나가서 받는다고 한다. 또 오로지 자기 지휘관 명령만 들을 뿐 러시아 군인의 명령을 절대 듣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영상에 나오는 모습은 북한군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 군인들에게 군복 등 보급품을 지급하기 위해 한글과 러시아어가 병기된 설문지를 준비했다’라는 주장도 10월 19일부터 제기되었다.
미국 CNN은 우크라이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를 통해 해당 설문지를 입수했다며 설문지 복사본을 공개했다.
하지만 ▲한글 번역이 이상하고 북한식 표현에 맞지 않는 점 ▲설문지 내 일관성이 없는 점 ▲수치 간 경계가 불분명하고 러시아 규정과 일치하지 않는 점 ▲문항 내 표가 잘린 점 ▲‘여름용’이라고 특정한 점 ▲설문지 응답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점 ▲한국과 일본 언론이 보도한 문서의 글꼴이 다른 점 등에서 조작된 근거로 보인다.
한국 국정원은 10월 20일 러시아 군사기지에 모여있는 북한군이라며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위에서 찍었다 보니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지 얼굴도 알 수 없고 깃발이나 휘장 같은 표식도 안 보인다. 이 사진만 가지고 북한군이 파병되었다고 얘기하기엔 어려울 수준이다.
국정원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북한군 관계자의 얼굴과 러시아 장교 옆에 있는 군인 얼굴이 일치한다는 걸 찾았다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게 구분될 뿐만 아니라 실제 러시아 장교 옆에 있는 군인이 맞는지, 어디서 가져온 사진인지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거짓 정보가 아닌지 의심될 수밖에 없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0월 24일 한 텔레그램 채널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훈련 중 사용하는 장비”라며 사진 2장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사진에는 러시아 국기와 북한 인공기가 부착된 군복에 김일성 주석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위에 소총이 올려져 있다.
이 채널은 “아마 동지들(북한군)에게 러시아제 AK-12 소총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되며 탄창에는 5.45밀리미터 구경의 실탄이 보인다”라고 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의 말을 인용해 김일성 주석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부터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진짜 북한군이 아니라 취미용 레플리카(복제품)로 보인다”라며 “방탄조끼도 방탄복이 들어가지 못하는 복제품 티가 나고, 아래 있는 소총 핸드가드(총열덮개)도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AK-12나 AK-74용 제식 핸드가드와 다른 ‘사제(군 보급품이 아닌 민간에서 판매하는 제품)’”라고 짚었다.
사진을 들여다보면, 군복에 북한 국기가 부착되어 있고 북한 최고지도자 배지도 달려있다. 애당초 북한은 최고지도자 배지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흠집이 나기 쉬운 군복 바깥쪽에 달지 않는다.
또한 조사가 부족했는지 최고지도자 배지 위아래에 파란 줄이 그어져 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배지와 전혀 다르다.
이러한 이상한 군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군인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나온 현수막을 들고 찍은 사진도 공개되었다.
이 역시 북한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온 사진, 현수막 등을 들지 않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은 10월 28일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과 모습을 알 수 없는 3명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 앞에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 김일성 주석 초상 순으로 놓였다는 점에서 북한에서 배치하는 순서와 다르다. 즉 조작된 사진으로 판단된다.
11월 2일에는 ‘첫 번째 북한군 포로’라며 누군가 쓰러져 있고 사진 찍는 사람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 신분증’, ‘조선인민군’이라고 적힌 것을 들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탈북자 홍 씨는 이와 관련해 “초상화 위치가 바뀌었고, 인민군에선 병사, 사관, 초기복무사관들에게는 ‘군인증’, 군관들에게만 ‘신분증’을 발급한다”라며 “‘군인신분증’이라는 건 애시당초 없다. 그리고 전시에는 군인증을 모두 회수하고 ‘군인표’만 지급하게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JTBC에 “북한의 일반적인 사진 배열상을 볼 때 아주 이례적이고, 이례적이라는 것은 상당히 신뢰성이 떨어지는 사진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같은 날 ‘러시아 군복을 입은 북한군 셀카’라며 동영상 하나가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영상 속 병사는 한국말이 아닌 중국말을 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의미하는 ‘Z’ 군복을 입고 있었으나 북한군이 아닌 중국 용병으로 추정됐다.
‘북한군이 준 개고기 전투식량을 무슨 고기인 줄도 모르고 받아먹은 러시아군’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은 11월 1일 공개됐다.
영상 속 통조림에는 ‘누렁이 개고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대 전용 특수’, ‘제조 정보’, ‘품질 관리’ 등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부른다는 점 ▲보통 생산 공장 명칭이 적히지만 국방성 명의로 통조림이 나왔다는 점 등에서 조작된 영상으로 보인다.
부산하나센터장인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 물건이나 최근에 떠밀려 오는 것들을 보면 ‘제조 정보’나 ‘철저한 품질 관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해당 통조림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개고기 통조림을 본 일이 없고 개를 이용한 식품은 단고기 가락엿 정도가 있다”라며 “통조림의 표기도 공장 정보를 넣지 ‘조선인민’ 등의 표기를 하진 않는데 북한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가짜로 만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인텔리전스 프런트’란 이름을 쓰는 엑스 이용자는 11월 3일 자신의 계정에 각각 1분과 2분 3초 길이의 영상 두 편을 게재했다.
그는 “러시아를 위해 싸우러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북한군 병사가 제공된 음식의 다양함과 푸짐함에 놀라고 있다. 그는 ‘난 전장에서 먹고 있다. 이 고기를 봐라. 큰 소고기와 즉석라면이다’라고 말한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올린 영상은 북한과 무관한 중국 출신 병사의 것으로 보인다고 키이우포스트는 지적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자체 사실 확인 결과 이 남성은 조선어가 아니라 중국어로 말을 하고 있다”라면서 “그는 중국인이고 그저 자신이 뭐를 먹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영상의 근본 출처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러시아군에 소속된 중국 출신 용병 일부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영상을 업로드하는 경우가 잦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달에는 북한군 장교 8명이 우크라이나 전선 배치 첫날 모조리 전사했다는 중국 출신 러시아 용병의 주장이 나왔지만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은 11월 5일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러시아 소수민족의 구별을 돕기 위한 ‘아군 식별 전단’을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날 “상단에 ‘아군을 구별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문구 아래로는 남성 4명의 사진이 차례로 배치된 전단을 입수했다”라며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가 해당 전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만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이 오늘 배포한 전단을 우크라이나군에게 전달받았다”라고 말했다.
전단에는 그림과 함께 북한 사람(кореец), 야쿠트인(якут), 부랴트인(бурят), 투바인(тувинец)이라고 적혀있었다.
야쿠트인, 부랴트인, 투바인은 모두 러시아 국민이다. 즉 전단은 북한 사람과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굳이 러시아 국민을 구분하고 있다.
해당 전단이 사실이라면 러시아군에 있는 야쿠트인, 부랴트인, 투바인 입장에선 자신들을 생김새로 구분한다는 것이 기분 나쁜 일이다.
물론 북한 사람이라고 그려진 그림과 나머지 그림들은 전혀 닮지 않았다. 그리고 전단에 그려진 그림만 보고 북한 사람, 야쿠트인, 부랴트인, 투바인을 구분한다는 것도 터무니없다.
전단 속 그림만 보고 실제로 북한 사람, 야쿠트인, 부랴트인, 투바인을 만난다면 각각 어디 출신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11월 11일에는 한 병사가 ‘조선로동당 당원증’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려권’이라고 적힌 것을 들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 속 당원증에는 김일성 주석의 모습만 담겨 있었고, 도장에는 ‘조선인민군정치부’라고 적혀있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살포한 당원증은 가짜다. 2013년부터 당원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도 같이 넣는다. 북한에 ‘조선인민군정치부’는 없다.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이다. 이렇게 무성의하니 내가 문제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사진 속 당원증이 2019년 발행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이해영 교수는 이외에도 실제 대동강 담배와 다른 가짜 담배 사진(파란색 담배갑)이 돌아다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발 ‘모든’ 증거 자료는 그냥 가짜라고 보시는 것이 맞겠다”라고 덧붙였다.
음성과 오역
10월 31일 “북한군 쿠르스크주 투입 결과”라며 ‘생존 북한 장병’이라는 인물의 육성 동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영어 자막에 따르면, 이 인물은 병상에 누워 북한식 억양으로 “러시아군에 속았다”, “40명 인원이 다 전사했다”, “러시아가 공격 전에 아무런 정찰도 하지 않고 무기도 주지 않았다” 등의 말을 했다.
하지만 해당 자막은 실제 들리는 남성의 말과 상당 부분이 달랐다.
영어 자막은 “40명의 전우들이 다 죽었다”라고 시작하지만, 실제 음성은 “러시아군은 저희가 방호 시설들에만 있고, 절대로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실제 음성에는 없는 말이 태반이다.
그리고 음성과 남성의 입, 목젖 등의 움직임도 일치하지 않았다.
병사의 얼굴에 둘러진 붕대도 이상하다. 이마의 붕대를 자세히 보면, 아래쪽과 위쪽 두 군데에 그을린 듯한 자국이 보였다. 불에 타거나 피에 물들었다면 나머지 부분에도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영상 속 인물은 그렇지 않았다.
입으로 들어가는 수액 호스도 이상하다. 일반적인 의료용 호스는 혈관 등으로 연결된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해당 영상을 본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유동식(액체 상태의 음식)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보통은 (입으로 넣기보다는) 콧줄로 넣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조작한 영상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11월 10일 자신들이 전날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감청한 북한군의 무선 통신이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런데 음성과 자막이 다를뿐더러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고 북한말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부분도 많았다. 사실상 음성만 듣고는 무슨 대화 내용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한국 언론들도 “하나둘, 하나둘”, “기다려라”, “나 물개 수신”, “물개 둘, 물개 하나, 물개 하나” 등처럼 들린다고만 보도했다.
북한군의 음성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영상은 ▲‘물개’를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돌아와라(повертайся)’라고 번역한 점 ▲‘하나둘’을 ‘셋, 둘(Третій, другий)’로 번역한 점 등에서 이상하다.
자막 내용만으로 보면 수리공과 수신하다가 누군가 기다리라고 하고, 갑자기 3명이 ‘넷, 넷’, ‘셋, 둘’ 등을 외치며 누군가에게 돌아오라는 수신을 한다. 그게 끝이다. 이게 실제 쿠르스크주에서 감청한 것이 맞는지는 물론이고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해당 음성과 일치하지 않는 자막을 단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인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 관련 거짓 정보 많아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과 관련해 거짓된 정보가 난무하자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한국, 서방 등에서도 자중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언론 오보즈레바텔은 국제시민단체 ‘인폼네이팜’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인들이 가짜뉴스를 유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는 여러모로 불리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틀 동안 러시아 군복 차림으로 숨진 북한군을 배경으로 누군가 군인신분증을 들고 있는 사진에 대해 여러 차례 제보가 들어왔다. 포토샵으로 엉성하게 조작된 사진은 유명인들에 의해 ‘첫 번째 북한군 희생자’라며 사회관계망에 공유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과도한 가짜뉴스는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된다. 특히 진짜 증거가 나왔을 때 서방 정치인들은 ‘가짜 증거가 많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라며 시간을 끌고 행동을 미루기 쉬워진다”라고 주장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1월 4일 사회관계망 등에 공개된 정보들에 대해 “다 조작”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인민군 포로를 잡는 게 지금 소원인데, 그런 포로를 잡았다면 국제적으로 북한 파병을 주장할 증거가 되기 때문에 북한군 어디 소속, 이름 등 신원이 다 나올 거고 그걸 공식 발표하면 될 일인데 그걸 왜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민간단체가 공개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또 “탈북민들도 해당 영상 속 남성의 억양이 다르다고 한다”라며 “그 남성이 말하는 내용 역시 우크라이나 정부가 원하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북한이 파병을 공식 인정도 안 했고 북한군도 러시아 군복 입는데 무슨 인공기를 달고 다니느냐”라며 “(정보를 퍼뜨리는 쪽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심리전 부대거나 지원을 받는 것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짚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흑색선전, 모략 심리전”이라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다국적군도 아니고 용병인데 인공기를 건다는 건 말도 안 된다”라며 “우크라이나가 흑색선전을 하는 것 같은데 대단히 미숙해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인공기를 내걺으로써 국제 사회를 향해 북한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그래야 나토가 파병해줄까 싶어 그러는 모양인데 인공기만 부각하는 걸 보는 순간, 북한의 참전을 부각하려는 흑색선전이구나, 우크라이나가 장난하고 있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누가 봐도 가짜뉴스인 게 뻔해서 ‘심리전’이라고 하기도 어렵다”라고 밝혔다.
결국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은 한국과 서방 등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파병을 정당화하는 수단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군은 매일같이 돈바스지역과 자포로제주, 헤르손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며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