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회담 장소로 '중동' 선정…'유럽' 향한 트럼프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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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2-28 13:13 조회6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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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회담 장소로 '중동' 선정…'유럽' 향한 트럼프의 경고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5.02.28 09:55
사우디 이어 튀르키예…유럽 대체
유럽, 평화회담 개최할 자격 없다?
푸틴, 트럼프 실용·현실주의 호평
"전통적 동맹들 보수하거나 소멸"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양국 외교장관이 이끄는 고위급 회담을 가진 지 9일 만인 27일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에서 국장급 실무 회의를 열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리야드 회담에서 미-러는 3년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냉전 해체 이후 최악인 양국 간 외교, 경제 관계 복원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날 이스탄불 회의는 그 후속 작업의 일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회담한 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8. 07. 16 [AFP=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2/12187_39686_4115.png)
속도감 있는 세기의 미·러 협상
푸틴, 트럼프의 현실주의 호평
불과 보름 전인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양측의 협상 진행엔 상당히 속도감이 있다.
AP와 로이터,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탄불의 미국 총영사 관저에서 6시간여 진행된 이날 실무 회의는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우크라 침공) 이후 상호 외교관 추방, 공관 폐쇄 등으로 타격 입은 공관 기능의 정상화와 양국 갈등 요소 제거에 초점을 맞췄다. 우크라 전쟁 종식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실무 회의에는 소나타 콜터 미 국무부 부차관보와 유력한 주미 러시아대사 후보인 알렉산드르 다르치예프 러시아 외무부 북미국장이 참여했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회의 연설에서 트럼프가 "고정관념과 메시아적인 이념적 진부함"을 지닌 전임자들과는 달리 "실용주의와 현실주의 관점"을 지녔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새 정부와의 첫 접촉은 어느 정도의 희망을 준다"며 "양측 모두에게 관계를 복원하고 글로벌 아키텍처(세계질서)에 있는 엄청난 양의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문제들을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앞에서 두번째)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 앞)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2025. 02. 18 [EPA=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2/12187_39688_506.jpg)
예사롭지 않은 회담 장소 선택
사우디와 튀르키예…유럽 대체
회담 장소의 선택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번 고위급 회담은 사우디에서 했고, 이번 실무접촉 장소론 미국 공관이기는 하지만 튀르키예를 선정했다. 둘 다 이슬람 국가로 중동의 지역 강국이다. 또한 그동안 러시아-우크라 갈등 해결을 위해 나름 노력해왔던 나라들이다.
우크라 전쟁 발발 초기부터 사우디는 러-우 어느 쪽도 '소외'시키지 않고 갈등 해결에 노력해왔다. 2023년 5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AL) 정상회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을 초청해 연설 기회를 줬으며, 그해 12월에는 '전범'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배를 받던 푸틴이 사우디를 방문하고 실세 총리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서방 진영의 비난을 감수한 행동이란 점에서 푸틴으로선 빈 살만에게 자못 고마움을 느꼈을 법하다. 튀르키예도 미국 주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이면서 러시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러-우 협상을 직접 주선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회담 장소로 사우디나 튀르키예가 선정된 것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유럽 배제'에 더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 심지어 그 결정이 트럼프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동특사를 지냈던 제이슨 그린블라트가 바로 그런 경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방미 중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 02. 27 [AFP=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2/12187_39689_5244.jpg)
유럽 향한 트럼프 경고란 시각도
"유럽, 평화회담 개최 자격 없다"
그린블라트는 '트럼프-푸틴 리야드 정상회담은 대단한 일'이란 21일 자 '아랍뉴스' 기고에서 "일부에선 회담이 유럽 아닌 어딘가에서 열린다는 사실에 분개하지만, 내겐 신선한 공기다. 이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적절한 역할과 함께 양측이 협상 타결에 진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에게 유럽은 신뢰가 없고 나머지 세계에서도 (유럽의) 신뢰는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유럽이 푸틴을 테이블로 데리고 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푸틴에 맞서 유럽 국가를 비롯해 "자유 애호 국가들의 동맹"을 구축하려 했던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게 그린블라트의 견해다.
사우디를 미-러 회담 장소로 선정한 것을 그린블라트는 유럽에 보내는 트럼프의 '경고'로 읽었다. 그는 "유럽은 안 된다. 브뤼셀이나 파리, 베를린은 평화 정상회담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 유럽은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할 때조차도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라는 게 트럼프의 메시지라면서 뒷북친 유럽에 협상 주선을 맡기는 대신에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고 풀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방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백악관에서 진행한 정상회담 도중에 악수를 하고 있다. 2025. 02. 24 [로이터=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2/12187_39687_4536.jpg)
"전통적 동맹들 보수하거나 소멸"
"걸프, 실용적이고 비즈니스 지향"
그린블라트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다른 걸프 국가는 한때 유럽 국가가 그랬던 '신뢰받는 중재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라면서 걸프 국가 지도자들의 '실용주의적이고 비즈니스 지향적인' 자세가 그런 역할에 도움이 됐다고 봤다.
유럽이 아닌, 사우디가 회담 장소로 선정된 것에 대해 그는 "우리는 국제 외교에서 주목할만한 시기를 지켜보고 있다"라면서 "전통적 동맹관계들은 보수해야 하거나 소멸할 것이고, 더 새로운 관계들이 열매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실용주의적 걸프 국가가 협상을 통해 복잡한 상황을 해결하는 본거지로 떠오른 이유를 빠르게 배워가고 있다"면서 걸프 국가는 내분과 정치 게임에 여념이 없는 유럽과는 달리 "평화, 안정, 번영을 추구하는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글로벌 도전 극복에는 어떤 상대도 협상에 참여하고 결국 실행가능한 타협에 도달할 수 있는 '혁신적 연합들'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며 국제관계에서 트럼프의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CNN도 16일 자 기사에서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 후 첫 방문국으로 사우디를 시사한 사실을 거론한 뒤 "다른 미국 동맹국들은 그(트럼프)를 도발하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지만, 트럼프 하에서 사우디의 국제적 평판과 영향력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