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력 철저한 임전태세”
핵 탑재 가능한 ‘화살-1형’으로 추정
전문가 “미국에 정면 대응, 메시지 보낸 것”
탄도미사일 아닌 이유 “러시아에 부담 안 주려”

북한이 지난 26일 오전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6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28일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기조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인민군 서부지구 미사일연합부대는 지난 26일 서해상으로 전략순항미사일들을 발사했다고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발사된 미사일들은 각각 7961초(2시간 12분 41초), 7973초(2시간 12분 53초) 동안 1587㎞를 타원형 궤도로 비행해 표적에 명중했다고 통신 등은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도 지난 26일 오전 8시쯤 서해상으로 발사된 순항미사일 수 발을 추적·감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력의 보다 철저한 임전태세를 갖추고 그 사용에 만반의 준비됨으로 믿음직한 핵방패로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영구적으로 수호해 나가는 것은 공화국핵무력 앞에 부여된 책임적인 사명”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노동당 중앙군사위원과 장창하 미사일총국장도 참관했다.
통신 등은 이번 발사 훈련 목적이 “각이한(다양한) 핵운용수단들의 준비태세를 알리고 국가핵억제력의 신뢰성을 과시하며, 전략순항미사일구분대들을 불의적인 화력임무수행에 숙달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발사된 미사일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화살-1형’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21년 9월 처음으로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공개한 뒤 2023년 3월 등에 화살-1형을 발사했다. 북한은 ‘화살-1형’과 ‘화살-2형’에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장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올해 두 번째로, 지난달 25일에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서해상으로 발사한 바 있다.
이번 발사는 대북 강경 노선을 취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보내는 북한의 경고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한·미·일 협력을 지속하는 등 대북 강경 태도가 가시화됨에 따라 이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외교장관은 지난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MSC)를 계기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에 북한은 “새로운 핵무력 강화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나갈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다만 북한은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택해 도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 부담이 되는 유엔 안보리가 소집된다”며 “이를 감안해 종전 협상 중인 러시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순항미사일로 자신들의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6일 오전 서해 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미사일이 표적을 명중하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