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결의안 채택이 불발된 데 대해 “안보리가 마비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도하 포럼에서 “안보리가 지정학적 분열로 인해 마비됐다”며 “세계 기구들이 80년 전 현실을 반영하는 시간 왜곡에 사로잡혀 나약하고 구식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도주의 지원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이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유엔의 신뢰성이 낮아지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앞서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는 양측의 휴전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실시됐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결의안 통과는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과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가능하다. 투표에선 13개 이사국이 찬성했으나, 미국은 현 상황에서의 휴전이 하마스에만 이익이 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유엔에서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무함마드 시타예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총리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제안한 이스라엘-하마스 유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미국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이로 인한 주민 희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와 접경한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도 “(거부권 행사에) 극도로 실망했다”며 “한 나라가 전 세계에 맞서고 있고, 전 세계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안보리가 이번에 양측의 휴전 결의안 채택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아직 이를 포기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측의 중재역을 맡은 카타르도 휴전 노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연설에서 “카타르 정부와 파트너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되살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