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장, '비상대권' 발동…"안보리, 무조건 재앙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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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2-08 10:51 조회88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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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장, '비상대권' 발동…"안보리, 무조건 재앙 막아라"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3.12.07 17:20
52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헌장 99조 발동
발 빠른 이사국 UAE, '휴전 촉구 결의안' 제출
이스라엘 "하마스 테러리스트 조직 지지하는 것"
전쟁 틈타 동예루살렘에 유대 정착촌 불법 승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도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붕괴 위험에 직면해 있다. 상황은 빠르게 악화하면서 잠재적으로 모든 팔레스타인인과 역내의 평화와 안보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줄 재앙으로 가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런 결과는 막아야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6일 일종의 '비상대권'인 유엔 헌장 99조의 발동 결정을 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국제사회는 추가적 상황 악화를 막고 이 위기를 끝내기 위해 모든 영향력을 사용할 책임이 있다"면서 "나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인도주의 재앙 방지를 위해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간인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인도주의 휴전을 호소했다.
이날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유엔 헌장 99조의 발동 결정을 알렸다. 유엔 헌장 제15장(사무국) 99조는 "유엔 사무총장은 본인이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에 위협이 된다고 보는 어떤 문제든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두 달 간의 가자 전쟁을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에 대한 위협'으로 본 것이다. 서한에서 그는 "8주 넘게 진행된 가자와 이스라엘에서의 교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점령지 전반에 걸쳐 끔찍한 인간의 고통과 육체적 파괴, 집단적 트라우마를 초래했다"고 개탄했다.
유엔 헌장 99조 발동…1971년 이후 50년만
유엔 총장 "가자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유엔 헌장 99조 발동'은 유엔 총장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일종의 '비상대권'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 조항이 발동된 것은 1971년 방글라데시 국가 수립으로 끝난 인도-파키스탄 분쟁 이후 52년 만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내 생각에 그것은 유엔 총장이 지닌 가장 강력한 도구"라면서 "너무 단기간에 발생한 가자와 이스라엘에서의 인명 손실 규모를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서한에 따르면, 10‧7 하마스의 "혐오스러운 테러 공격"으론 1200명 이상이 살해되고 수천 명이 부상했으며 약 250명이 납치됐고 그 중 130명 넘게 억류돼 있다. 반면에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개시이래 1만5000명 이상(가자 보건부, 최소 1만620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살해됐고, 그 중 40% 이상이 어린이였다. 또한 수천 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카타르의 중재로 11월 24일부터 일시 휴전에 들어가 7일간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그러나 1일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휴전협정 위반을 구실로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재개하면서 휴전은 7일 만에 끝났다.
특히 가자의 인도주의 상황은 처참하다. 주택의 절반 이상이 파괴됐고 220만 명의 주민의 약 80%가 강제 난민으로 전락해 더 협소한 지역으로 밀집됐다. 현재 110만 명 이상이 가자 전역에 걸친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시설들에 피신해 있지만, 너무 과밀한데다 프라이버시도 없고 위생도 엉망인 상황에 놓여 있다. 또 길거리를 헤매는 이들도 많지만, 잔류 폭발물들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한 보건 시스템은 붕괴하고 병원들은 전장으로 변했다. 병원 36곳 중 14곳만 경우 부분 가동 중이며, 기본 품목과 연료도 고갈되고 있다. 병원들엔 수천 명의 난민이 거처하고 있어 며칠이나 몇 주안에 더 많은 주민이 치료받지 못한 채 죽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가자지구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구테흐스는 "이스라엘 국방군(IDF)의 폭격이 지속되고 생존할 거처와 필수품이 없고, 제한적인 인도적 지원도 불가능한 절망적 상황에서 공공질서가 곧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며 "전염병과 인접국들로의 대량 추방 압박 증가를 포함해 훨씬 나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UAE, 유엔 총장 호소에 '휴전 촉구 결의안' 제출
이스라엘 "하마스 테러리스트 조직 지지하는 것"
유엔 헌장 99조 발동 직후 안보리 이사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재빨리 나섰다. UAE는 이날 인도적 휴전 요구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하고 "긴급 채택"을 촉구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UAE의 주유엔 대표부는 'X'를 통해 "휴전은 도덕적, 인도주의적 절대명령이며 모든 국가가 유엔 총장의 호소에 화답하길 촉구한다"며 "아랍권과 이슬람협력기구(OIC)가 우리의 결의안 초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8일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의안 통과를 위해선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거부권을 행사하는 곳이 없어야 한다. 그동안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해왔던 미국은 영구 휴전은 하마스에만 이롭다면서 반대해왔다. 현재로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유엔 헌장 99조의 발동에 호응할지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 남부 군사작전에서 민간인 보호를 위한 일부 중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나서 그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유엔 헌장 제99조 발동에 대해 "가자의 인도주의 재앙은 견딜 수 없다. 구테흐스 총장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가자의 보건 시스템은 탈진 상태고 총제적 붕괴 직전이다. 사무총장의 휴전 호소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반발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제99조 발동 요청과 가자 휴전 촉구는 하마스 테러리스트 조직을 지지하고 노인들 살해와 아이들 유괴, 여성들 강간에 대한 승인"이라고 비난했다.
전쟁 틈타 동예루살렘에 유대 정착촌 불법승인
"팔 국가 연속성 고려할 때 매우 문제 많은 계획"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은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는 동예루살렘에 새 정착촌 건설을 승인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하부 수로'(Lower Aqueduct)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계획은 약 18만6천㎡ 부지에 1700여 채의 유대인 주택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신규 건설 주택의 절반은 동·서 예루살렘의 경계인 '그린라인'을 넘어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인 동예루살렘에도 건설된다. 이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부는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이용해 점령한 예루살렘 지역에 정착촌 건설을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비정부기구(NGO) 피스나우의 하짓 오프란은 AFP 통신에 "전쟁이 아니었다면 큰 소동이 일었을 것"이라며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으로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국가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매우 문제가 많은 계획"이라고 말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을 점령한 뒤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들을 이주시켰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는 총 144개의 정착촌과 100여 개의 불법 정착촌이 있다. 서안에는 45만여 명, 동예루살렘에는 약 22만 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은 3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