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 모습. 국방부 제작 ‘6·25 전쟁 제72주년 전쟁기념관 타임랩스’ 갈무리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은 국방부와 국가보훈부 가운데 누가 운영·관리해야 할까. 그동안 정부 안팎에서 꾸준히 나왔던 이 논쟁이 국가보훈부의 승격을 계기로 다시 불거졌다. 현재 전쟁기념관 운영·관리는 국방부 산하 공공기관인 전쟁기념사업회가 맡고 있다.
논쟁의 뿌리는 전쟁기념관의 구실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것에 맞닿아 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지난 15일 출입기자단 정책설명회에서 전쟁기념관의 운영·관리 업무를 보훈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전쟁기념관은 국방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기념관은) 전쟁의 상처와 실상을 보며 후세 사람들이 전쟁을 기억하는 곳이다. 전쟁이 어떻게, 누구의 책임으로 발발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등 교훈을 얻는 곳”이라며 “그렇다면 누가 전쟁기념관을 관할해야 하는지가 명명백백하다”고 주장했다. 전쟁기념관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기억’과 ‘기념’의 공간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전쟁기념관을 ‘호국보훈의 가치’에 집중해 운영·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보훈부가 국가보훈처에서 승격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전쟁기념관은 전쟁을 준비하는 등 군사(준비 차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후세들에게 전쟁의 교훈을 일깨워 주는 교육을 하는 곳”이라며 국가보훈처가 전쟁기념관 운영·관리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을 보면,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 대한 보훈, 제대군인의 보상·보호 및 보훈선양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국방부는 ‘국방에 관련된 군정 및 군령과 그 밖에 군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한다.
당시 소 의원은 미국의 진주만 국립기념관, 독립기념관 등 주요기념관이 내무부 산하의 국립공원 관리청에서 관리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전쟁기념관과 뉴질랜드 오클랜드 전쟁박물관도 국방부가 아닌 전문 부처 소관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쟁기념관이 지금처럼 국방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남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전쟁기념관이 단순한 박물관이나 보훈 성격의 기관일뿐만 아니라 국방력의 주요 요소인 장병 정신전력을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전쟁기념관의 설립 근거인 전쟁기념사업회법의 목적이 전쟁의 교훈을 찾아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며 “매일 수백, 수천명의 장병들이 전쟁기념관에 견학 와서 6·25전쟁이 왜 일어났는가, 어떻게 전쟁을 막아야 하는가 등을 느끼고 간다”고 말했다.
국방부 차관 출신인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은 “전쟁기념관은 정신전력 강화 공간이므로 전쟁기념관의 관리 주체를 국가보훈부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백 회장은 지난 16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정신전력 강화는 국방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버티는 힘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국민의 정신 전력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애초 전쟁기념관 자리에는 육군본부가 있었다. 1989년 6월 육군본부가 충남 계룡대로 이전하고 그 터에 전쟁기념관이 1994년 6월 개관했다. 군 안에는 전쟁기념관이 육군본부 터에 자리잡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보훈부로 넘기는 것을 꺼리는 정서도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