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있다고 27일(현지시간) 공식 확인하며 “바그너 그룹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번 반란 사태에서 러시아 정부와 바그너 그룹을 중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국영매체를 통해 “오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러시아 본토로 진입,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이튿날 철수 결정을 내린 뒤 행방이 불분명했으나 이날 벨라루스에 도착한 사실이 확인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머무는 것을 환영하며 그들의 전투 경험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을 위한 캠프를 새로 건설하지 않겠지만,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군사기지 가운데 하나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면서 “울타리가 있고 모든 것이 있으니 텐트를 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바그너 그룹 지휘관이 와서 우리를 도와준다면 값진 일이 될 것”이라며 “바그너 그룹의 전투 경험은 우리가 그들로부터 얻어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달 인접국인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점을 두고 제기된 바그너 그룹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벨라루스 땅 안에서 그들이 도발할 의도가 없다”고 못 박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벌어졌을 당시 자국군에 전면 전투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날 군 고위 장성 휘장 수여식에서 “러시아에서 발생한 사태를 지켜보는 것은 나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었고, 많은 시민도 이 사태를 가슴에 새겼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반란 이틀째 러시아 정부와 프리고진 사이를 중재하며 바그너 그룹의 철수와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 등 협상을 이끌어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TV 연설을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어려운 상황을 해결한 데 대한 그의 기여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