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최대 규모의 오하이오급 핵탄두 탑재 잠수함(SSBN·전략핵잠수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북한을 저지하고 동맹국인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이 핵 잠수함을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 오는 잠수함은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으로 일명 ‘부머’(boomer)로 불린다. 수천㎞ 떨어진 목표물을 겨냥해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고 무기한 잠항이 가능하다. 수개월 연속으로 순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미 해군 최강 전력 중 하나로 꼽힌다. 미 SSBN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이후 42년 만의 기항이 된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당국자들은 핵탄두로 무장된 잠수항의 기항 시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전략핵잠수함 파견 계획은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SSGN) ‘미시건함’이 이달 16일 부산에 입항해 한국 해군과 연합 특수작전을 진행한 지 약 2주 만에 전해진 것이다. WSJ은 “이번 전략핵잠수함 파견은 북한을 억제하고 동맹인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차원”이라며 “북한 김정은 정권을 겁주기 보다는 한국을 안심시키는데 더 성공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핵잠수함 파견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의 첫 실질적 성과라고 WSJ는 평가했다.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비확산 의지를 밝혔고,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에 핵잠수함, B-52 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워싱턴선언에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이 명문화된 바 있다.
다만 유럽북한연구센터의 진 리 연구원은 오히려 이번 파견이 한미의 공동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보다 더 많은 무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독재자 김정은의 논리에 활용될 수 있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지금 그들(북한)은 가진 게 많지 않기 때문에 (핵무기) 실험을 정당화하기 위한 긴장이 필요하다”라면서 북한이 이번 핵잠수함 파견 상황을 그간의 핵무기 투자, 개발을 정당화할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짚었다.
또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태평양 동맹국들과 미국의 군사적 협력이 깊어지면서 북한은 물론 중국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패트리샤 킴은 “중국은 자신들의 강압적인 행동이 이 지역 미 동맹국들을 더 미국과 가깝게 만들었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중국은 스스로를 미 동맹국에 포위된 ‘희생자’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의 핵무기 사용에 관여를 하는 것이 당혹스럽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하와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의 군사 전문가인 라미 킴은 “미국과 한국은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격파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면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기함의) 핵심은 미국이 어떤 무기 시스템을 사용할 의향이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압도적인 무력으로 북한을 응징할 의지가 있느냐”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