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잘못해도 간첩?…중국 새 ‘방첩법’ 내일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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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6-30 13:04 조회82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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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잘못해도 간첩?…중국 새 ‘방첩법’ 내일 시행
[앵커]
내일부터 중국에서 새로운 '방첩법'이 시행됩니다.
기사 검색만 잘못 해도 간첩 행위로 몰릴 수 있을 만큼 규제가 대폭 강화됐는데요.
벌써부터 나라 안팎의 우려를 사고 있는데, 중국이 이러는 이유가 뭘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내일부터 적용되는 중국의 새로운 '방첩법',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간첩 행위의 범위가 크게 넓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국가 기밀 정보를 빼내거나 팔고 사는 등의 행위를 간첩 행위로 봤는데, 앞으로는 기밀이 아니더라도 '국가 안전 이익에 관한 정보'라면 문제가 됩니다.
또 중국이 아니라 제3국을 겨냥한 행위더라도, 이로 인해 중국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되면 '방첩법' 위반입니다.
법을 위반하면 징역 1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 영토 밖에서 중국 국민이나 조직을 이용해 정보를 빼내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앵커]
한 마디로 중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 무엇이든 '간첩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 같은데,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불확실성이 큰 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중국 체류자나 여행객에게 새 '방첩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있는데요.
중국의 군사, 방위산업 시설이나 시위 현장을 방문하거나 촬영하는 행위, 심지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검색하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CNN은 중국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이나 언론인, 학자 등이 새로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전에는 일반적인 정보였던 통계나 문서, 기사들이 이제는 중국의 안보나 이익과 관련된 내용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에 있는 중국연구기관인 '메릭스'는 "앞으로 중국에서는 간첩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지 아닌지 불가능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앵커]
이런 우려가 커지면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남아있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기자]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중국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를 많이 잃은 상태죠.
여기에 '방첩법'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활동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주중 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570개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시행한 조사를 보면, 3분의 2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새 '방첩법'처럼 경제 활동이 점점 정치화하는 점을 이유로 꼽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중 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 : "유럽 기업들은 (중국에서) 시장 접근성이 떨어지고 규제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전체 응답 기업의 11%는 이미 중국 밖으로 사업을 옮겼거나, 옮기기로 했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외국 기업이 떠나면 중국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 같은데, 중국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중국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는 법을 제정해 국가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마오닝/중국 외교부 대변인 : "모든 국가는 입법을 통해 국가 안보를 보호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국가의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외신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이 법을 취재 활동과 연관 지을 이유가 없다"며, "법과 규정에 부합하는 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중국 정부 얘기를 들어 보면 경제 회복보다는 안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
"경제가 더디게 발전하는 건 체제에 장기적 위협이지만, 안보 위협은 즉각적이기 때문"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분석했습니다.
독일의 중국연구기관 '메릭스'도 비슷한 관측을 내놨는데요.
"중국 정부가 자국에 대한 이미지나 인식을 더 많이 통제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정부의 공식적인 언급 외의 중국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고갈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올해 초부터 외국 기업들에 대한 단속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는데요.
미국 컨설팅 업체 여러 곳의 중국 현지 실사 사무소를 급습했고, 일본 제약사 직원을 간첩혐의로 구속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인과 접촉하면서 국가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간첩 신고 포상 규정도 영향…"탈북민 구조도 간첩행위 포함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중국이 내달 1일 개정 방첩법(반간첩법)을 시행하면 대북지원단체와 탈북민이 지금보다 위험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29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방첩법 시행으로 북한 국경 인근에서 활동하는 단체에 추가적인 위험이 발생하거나 주민들의 탈북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월 말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넓히는 방향으로 방첩법을 개정했다.
특히 기밀의 범위에 '기타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된 문건, 데이터, 자료, 물품'을 포함해 법적으로 비밀로 분류되지 않은 자료도 유출 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선교 단체 '한국 순교자의 소리' 설립 목사 에릭 폴리는 개정 방첩법이 종교 단체뿐 아니라 여러 인도주의 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폴리 목사는 "기본적이고 간단한 인도적 지원을 하는 중국 단체들도 중국 정부가 국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여기는 종교단체와 같은 범주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법이 "간첩 조직 외에 모든 해외 기관, 단체, 개인의 활동을 끝내기 위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새 방첩법에서 간첩 활동을 신고하거나 방첩 활동에 기여한 이들을 포상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도 중국 내 탈북민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NK뉴스는 짚었다. 이 조항이 탈북민 신고자에 대한 포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박지현씨는 중국이 탈북민에 대해 "인도적 문제가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탈북민 구조 행위도 간첩 행위에 포함될 여지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NK뉴스 프리미엄 서비스 NK프로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북한과의 접경지 수용소 세 곳을 확장 또는 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한 곳은 탈북민을 북한에 송환하기 직전 구금하는 장소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단둥 등 북한 인근지역 여행객이 방첩법의 영향을 받을 우려도 제기된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올린 개정 방첩법 시행 대비 안전공지에서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 지도, 사진, 통계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 등을 유의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단순 관광객은 아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 전문 여행사 영파이어니어투어스 투어 매니저 로언 비어드는 "단둥의 가장 큰 관광 자산은 북한이다. 북한 지역 사진 찍는 것도 권장된다"며 관광 위험이 "국경을 따라 더 먼 곳에 있는 위험 지역에 국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수년간 북한 인접지역에 대한 중국 당국북의 감시가 강화돼왔다면서 '스페이버 사건'이 방첩법 개정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페이버 사건은 대북 사업가로 활동한 캐나다 시민 마이클 스페이버와 마이클 코브릭이 2018년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가 2021년 풀려난 사건이다.
당시 중국이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하자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