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대화 분위기 '솔솔'…고위급 만남 성사는 '글쎄' (202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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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7-03 09:58 조회82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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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북한과 일본이 납북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놓고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일본 정부와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고 남측의 대북 강경 기조를 흔들고 싶어 하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북일 대화가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양측 실무진이 이미 제3국에서 물밑 접촉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납북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북한과 일본인 납북 피해자의 조기 송환을 요구하는 일본 사이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일본 측이 희망하는 북일 고위급 협의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시다 "고위급 협의 원해"…北 "만나지 못할 이유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27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인 납북자 귀국 촉구 국민 대집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일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북한과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에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납북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날 의사가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더 나아가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고위급 협의를 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한 셈이다.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은 같은 달 29일 담화에서 기시다 총리의 이런 제안에 납북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입장 변화를 전제로 하면서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도 "북한과 일본 간 현안을 해결해 양측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는 관점에서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의 결의를 김 위원장에게 계속 전달하고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협의 의지를 연이어 피력하는 가운데 일본 내에선 양측이 이미 물밑에서 대화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나카 히토시 전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은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라는 구체적인 말이 나왔다면 (일본이) 북한 측과 일정한 접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韓도 북일 기류에 촉각…통일부 "북한과 일본 간 일련의 움직임"
한국 정부도 북일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대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와 통일부가 공동 개최한 '2023 한반도 미래 심포지엄'에서 "북한과 일본 간에도 일련의 움직임이 있고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이러한 모습은 북한이 대화로 나오려는 조짐일 수 있다"며 "정부는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은 일본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과제로 역대 일본 총리는 입버릇처럼 납치 문제 해결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해왔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의원(하원) 해산 및 총선거를 앞두고 북한과 협상을 통해 납치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뤄내면 기시다 총리는 정치적 입지는 훨씬 탄탄해진다.
기시다 총리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피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선 일본의 의중을 떠보고 한미일 공조와 남측의 대북 강경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생각에 향후 일본과 대화에 나서거나 이미 접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일본과의 대화 카드를 한미일 공조에 일정한 틈을 만들고 남한을 견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일본이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면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윤석열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납치 문제 입장차 워낙 커 고위급 접촉은 쉽지 않을 듯
다만, 정 실장은 북일 실무 접촉이 제3국에서 이뤄지더라도 고위급 협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70∼1980년대 일본인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됐고, 그중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 후 일시적 귀환 형태로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이 북한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아예 북한에 오지 않았다며 해결할 납치 문제 자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과거에도 양측이 납치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접촉한 적이 있지만, 이런 입장 차이로 인해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 일본연구소 리병덕 연구원은 "일본이 실현 불가능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전제조건 없는 일조(북일) 수뇌회담'을 희망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는 일본 당국자(기시다 총리)의 입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난달 28일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일본을 향해 납치 문제 해결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