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과 대만민중당(민중당)이 총통 선거를 50여일 앞두고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선거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양당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룬 뒤 연합정부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국민당과 민중당은 전날 총통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양당은 각각 추천한 통계 전문가에게 7~17일 진행된 각종 외부 조사와 내부 여론조사에 대한 분석을 맡기고, 그 결과를 토대로 18일 최종 단일화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양측은 최종적으로 후보가 결정되면 공동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입법위원 선거에도 공동 대응하고,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연합정부를 구성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국민당과 민중당은 각각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과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을 총통 후보로 확정한 상태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인 라이칭더 현 부총통에게 열세를 보이자 지난달 14일 단일화 논의에 착수했다.
이후 몇 차례 협상 과정에서 양측은 단일화 방식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다 정식 후보 등록을 5일 앞두고 국민당 소속인 마잉주 전 총통의 주선으로 극적인 합의를 이루게 됐다. 대만 총통 선거는 정·부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함께 출마하며, 오는 20~24일 후보 등록을 진행한다. 허우 후보와 커 후보는 최종 결과에 따라 정·부 후보로 함께 선거에 출마한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내년 1월13일 치러지는 총통 선거의 판세를 뒤흔드는 가장 큰 변수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후보가 두 후보를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근 격차가 좁혀져왔다. 또 허우 후보와 커 후보의 단일화를 전제로 한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어떤 조합으로 출마하든 라이 후보에게 앞서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들 외에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도 무소속으로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했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은 10% 안팎으로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 판세 변화는 미국과 중국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은 그동안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야권 분열로 반중·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직간접적인 우려를 드러내왔다. 반면 미국은 친미 성향이 강한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하기를 내심 바라는 입장이다. 선거 결과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뿐 아니라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