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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북한군 영상' 조작 의혹...공론장 침투한 우크라전 허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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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1-08 14:20 조회5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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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북한군 영상' 조작 의혹...공론장 침투한 우크라전 허위 정보



뉴스타파  2024년 11월 08일 10시 00분

'전쟁의 첫 희생자는 진실이다'. 전쟁이 낳는 극단의 프로파간다를 경계하는 오랜 격언이다. 인공 지능과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의 시대는 이러한 진실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2022년 2월 시작돼 2년 반 넘게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전쟁이란 군사적인 수단 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여론전, 심리전 등 비 군사적 수단이 전쟁에 수반되는 것을 말한다. 전쟁에서 심리전은 언제나 있었지만, 가짜뉴스 시대의 전쟁 양상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국 진영은 존재한 적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SNS 등을 통해 확산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여론을 왜곡하고 상대국의 불안을 야기한다. 
지난 10월부터 국내외 정보 기관 등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한 이른바 북한 파병설은 한국 역시 허위 조작 정보(disinformation)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러 경로로 북한 파병설과 관련된 각종 사진·영상이 확산되고 있지만, 언론과 정부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제때 가리지 못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북한군 파병설을 둘러싸고 온라인 공간에 확산되고 있는 사진·영상 자료의 실태를 취재했다.

소리·프레임·자막·붕대…이상하지 않은 게 없다 

지난 1일, 많은 국내 언론들이 부상을 입은 북한군 장병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는 영상을 보도했다. 이 인물은 병상에 누워 북한 말 억양으로 "러시아군에 속았다", "40명 인원이 다 전사했다", "러시아가 공격 전에 아무런 정찰도 하지 않고 무기도 주지 않았다"는 등의 말을 한다. 연합뉴스, 뉴시스, 매일경제, 중앙일보, 한국경제, 서울신문, YTN, 연합뉴스TV, SBS 등 공신력 있는 국내 주요 매체들이 이 내용을 다뤘다. 
이 영상의 출처는 텔레그램 채널인 '익사일노바 플러스(ExileNova+)'다. 이 계정은 소개글에서 스스로를 '국제 친 우크라이나 팀의 채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계정은 지난달 31일 저녁에 2분 7초 길이의 이 영상을 올리며 '쿠르스크의 경고'라는 짤막한 설명을 붙였다. 쿠르스크는 러시아 서부의 한 지역으로, 현재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영토다. 파병된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텔레그램 채널(ExileNova+)에 올라온 생존 북한군 병사 영상.
문제는 이 영상의 진위다. 이 영상을 인용한 국내 다수 언론들은 "진위 파악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별도의 검증 없이 그대로 인용했다. 
취재진은 해당 영상을 정밀 분석했다. 일단 영상 자막과 실제 음성, 즉 북한 억양의 말이 내용상 일치하지 않는다. 영상에 붙은 영어 자막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다소 길지만 그대로 옮긴다. 어색한 영어 문장은 최대한 직역을 했다. 
우리는 40명 정도가 있었는데, 다 죽었습니다. 전 혼자 살아남았고, 더 이상 잃을 게 없습니다. 러시아 개(dogs)들이 우리더러 공격하라고 급히 몰아넣었습니다. 적이 포탄과 드론으로 우리를 덮쳤습니다. 지옥에서 온 악마였습니다. 제 형제 김과 민호(Kim and Minho)는 즉사했고, 김(kim)은 머리가 날아갔습니다. 저는 동료들의 시체 밑에 숨어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우리에게 요새를 구축하고 물품을 지키게 될 거라고 약속해놓고선, 쿠르스크 전선에 내보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모두를 사살했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우리 위대한 김정은 위원장을 속인 러시아 군대와 푸틴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정말 고기 분쇄기가 다름 없고, 50년 동안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전쟁에 대해 얘기한 적 있지만, 이 전쟁은 정말 지옥입니다. 그들은 사전 정보, 탄약, 정상적인 무기도 없이 우리를 전쟁터로 밀어 넣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에 없는 훌륭한 전투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끼로 사용됐습니다푸틴 대통령, 당신의 군대는 약하고 전쟁에서 질 것입니다. 전우들은 당신 군대의 혼돈으로 인해 죽었습니다. 이건 전쟁이 아닙니다. 도살입니다. 저는 우연히 살아남았고, 그들은 저를 대피시키지 않으려 했지만 스스로 살아남았습니다. 러시아 사령관은 제가 전투에서 죽지 않았기 때문에 제 조국을 배신한 거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전투병들을 일회용 나무 젓가락처럼 취급합니다. 쿠르스크 지역은 더이상 러시아 영토가 아닙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군을 쫓아낼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견고하고 강력합니다. 러시아인들은 그들이 직접 해야 할 일에 저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손실은 막대하고, 그래서 우리를 전장에 내보낸 것입니다. 이건 덫입니다. 저는 산더미같은 시체를 봤습니다. 러시아인들은 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지 않은 채, 사방에서 장비와 시신을 태우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할 겁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러시아 영토에 있습니다. 이것은 군사적 패배입니다.

 

해당 영상에 있는 영문 자막을 번역한 내용
간신히 전투에서 살아남은 군인이 한 말이라고 되어있는 이 자막은 실제 들리는 이 남성의 말과 상당 부분이 다르다. 예컨대 영어 자막은 "40명의 전우들이 다 죽었다"고 시작하지만, 실제 음성은 '러시아 군은 저희가 방호 시설들에만 있고, 절대로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는 말로 시작한다. 실제 음성에는 없는 말도 많다. 굵은 글씨로 표시한 부분은 실제 영상 속 인물이 하지 않은 말이 영문 자막으로 실린 대목이다. 영문 자막에는 병사의 친구 이름이 '민호'로 되어있지만, 실제 영상 속 음성은 '혁철'과 '경환'을 언급하는 등 실제와 다른 내용이 자막에 쓰였다.
뉴스타파는 한국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의 도움을 받아 해당 영상을 분석했다. 먼저 영상 속 북한 장병의 음성 파형을 확인해 봤다. 
한국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가 분석한 위 동영상의 음성 파형
위 이미지에 흰색 파형이 있는 부분이 소리가 있는 부분이고, 파형이 없는 부분은 말이 없는 빈 구간이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영상이라면 말이 없는 구간이라도 환경에 따라 잡음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영상은 말이 없는 구간이 깨끗하다. 구 교수는 이를 두고 "소리 (편집) 작업을 몇 차례 한 것", "이미 몇 차례 손을 댄 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영상의 화면 비율도 어색하다.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크기를 보면 가로 464 픽셀, 세로 848 픽셀로 나타난다. 화면 비율은 1: 1.83이다. 구 교수는 "이는 (영상 파일의) 일반적인 사이즈가 아니고 큰 영상에서 이 부분만 자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1.83 : 1의 비율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촬영 옵션에) 없는 비율이다. 임의로 프레이밍(편집 구성)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영상의 크기 정보. 한국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 제공.
병사의 얼굴에 둘러진 붕대도 의심되는 부분이다. 이마의 붕대를 자세히 보면, 아래쪽과 위쪽 두 군데에 그을린 듯한 자국이 보인다. 불에 타거나 피에 물들었다면 나머지 부분에도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영상 속 인물은 그렇지 않다. 
입으로 들어가는 수액 호스도 이상하다. 일반적인 의료용 호스는 혈관 등으로 연결된다. 해당 영상을 본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유동식(액체 상태의 음식)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보통은 (입으로 넣기 보다는) 콧줄로 넣는다"고 말했다.
빨간 동그라미 : 불에 그을린 듯한 붕대/ 초록 동그라미 : 링거 호스
구 교수는 "AI로 영상을 만들게 되면, 비논리적인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사항을 종합했을 때 생성형 AI로 조작한 영상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구 교수의 분석이다. 
'익사일노바 플러스' 계정에 이 영상이 올라온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그런데 같은 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내 언론 KBS와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북한 병력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에도 해당 영상을 인용한 보도는 계속 이어졌다. 언론사들은 '해당 영상이 촬영된 시점이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 이후이거나, (북한군 병사의) 신원이 늦게 확인되는 등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로 언급했을 뿐이다.
지난 6일 대통령실은 북한군이 아직 본격적인 전투를 개시하지 않았다고 거듭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40명 전우들이 다 죽었다"고 말하는 북한 생존 병사의 영상이 사실일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허위 조작 정보와의 전쟁, 우리 공론장에서 재현되다

한 외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가짜 뉴스 시대의 가장 큰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2022년 개전 이후, 최신 AI 기술 등을 접목한 허위 조작 정보들이 쏟아졌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도피설, 프랑스 용병 우크라이나 투입설, 푸틴 대통령의 심정지설 등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사칭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민들에게 '러시아군이 포위하기 전에 도망가라'고 하는 문자를 보내는 일도 있었다
러시아 전문가인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의 러시아 가짜 계정이 몇 천 개가 된다고 하고, 러시아와 서방 모두 정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각국 전사자 수는 평가하는 기관 별로 열배 씩 차이가 난다. 그만큼 진실을 알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 채널(ExileNova+)에 올라온 북한 병사의 인민군 신분증 사진
북한 파병설과 접목된 허위 조작 정보는 국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쓰러져 있는 북한 병사의 인민군 신분증이나 북한 인공기를 우크라이나 군이 노획했다는 사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을 나란히 놓고 북한군이 논의를 하고 있다는 사진 등 진위 파악이 불가능한 이미지나 영상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을 통해 여과없이 확산되고 있다.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희생자는 진실이다. 진실이 실종되어 버렸다"며 "AI 발달 과정도 한몫 하고, 유튜브·SNS 등 채널의 다양화로 인해 검증이 안 된 것들이 무작위로 나오고 있다. 북한 파병 문제도 똑같다"고 지적했다.
북한 러시아 파병설은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 격전지에서 북한군 장교 6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우크라이나 언론이 보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국정원은 북한 군인 수천 명이 러시아로 이동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은 북한군 다수가 러시아 동부가 아닌, 우크라이나와 교전 중인 러시아 서쪽으로 이동했고, 그중에서도 일부를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상태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 (출처 : 구글맵)
하지만 여전히 북한군의 관여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파병의 규모, 인원 등이 정확하게 파악된 것은 없다. 최대 1만 2000명으로 알려진 북한군 파병 인원 역시 전부 전투병으로 꾸려진 것인지 여부 등 여전히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달만 해도 대통령이 직접 '살상무기 지원'을 언급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지켜왔지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윤석열 대통령, 지난달 24일)"는 발언 등이다. 
안보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여론의 비판 속에 이전보다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늘(7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무기 지원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무기 지원을 하면 방어 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제성훈 교수는 "국정원의 발표 등이 큰 틀에서는 맞을 수 있으나 디테일하게는 잘 봐야 한다"며 "예컨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에 있다는 사실, 진지 보수 같은 데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은 작년부터 보도가 됐었다. 정확한 사실이 뭔지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와 북한 모두 파병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역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러시아를 적대 관계로 만드는 게 이로운 것인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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