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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이면 평화 온다”던 트럼프의 귀환…두 개의 전쟁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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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1-08 14:34 조회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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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와 세계] “전화 한 통이면 평화 온다”던 트럼프의 귀환…두 개의 전쟁 운명은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지난 3일(현지시간) 미 대사관 점거 45주년 기념 반미 집회가 열리고 있는 테헤란의 옛 대사관 건물 앞을 한 이란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 대사관 점거 45주년 기념 반미 집회가 열리고 있는 테헤란의 옛 대사관 건물 앞을 한 이란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전화 한 통이면 세계 평화를 되찾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지난 7월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되던 자리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나는 미국 역사상 새 전쟁을 벌이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자화자찬했다.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올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시급한 국제 현안인 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기조는 이번에도 ‘힘을 통한 평화’와 ‘미국 우선주의’다. 미 공화당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작성한 정강·정책 10장을 보면, 트럼프 캠프는 지정학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강한 미국’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허약한 외교 정책이 미국을 위기에 빠뜨렸고,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미국의 이익을 중심에 둔 외교 정책을 펼 것”이라고 공약했다.

가자지구 전쟁은

선거 기간 중에 트럼프 당선인은 가자지구 전쟁 해법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전쟁”이라며 지난 1기 행정부 동안에는 중동이 평화로웠다고 강조했다.

1기 집권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보다 강하게 이스라엘을 옹호해왔다. 당시 그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미국 대사관을 옮겼으며,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선포했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이란과 팔레스타인을 고립시키는 정책으로 중동 내 ‘힘을 통한 평화’를 이뤘다고 주장한다.

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옛 미국 대사관 외벽에 그려진 팔이 부러진 자유의 여신상 벽화 앞으로 히잡을 쓴 이란 여성들이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옛 미국 대사관 외벽에 그려진 팔이 부러진 자유의 여신상 벽화 앞으로 히잡을 쓴 이란 여성들이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이스라엘에 편향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고립주의 성향이 짙은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식으로든 가자지구 전쟁을 빠르게 끝내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트럼프는 평화 협상의 실제 내용이 어떻게 되어 있든 전쟁 자체를 끝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자신이 이스라엘에 끌려다니던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른 ‘피스메이커’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7월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내가 재집권하면) 취임식 전까지 전쟁을 끝내라”고 주문했다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도 지난달 30일 나왔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더 이상 (가자지구 전쟁에) 개입할 의사가 없으니 알아서 끝내라는 의미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에 전쟁 해결을 완전히 맡겨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직 구체적인 방식은 알 수 없지만, 점령지 문제를 이스라엘에 유리한 쪽으로 처리해주는 방향으로 전쟁이 일단락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때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중동 평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네타냐후를 ‘훌륭한 지도자’로 치켜세워주고, 이른 시일 내에 팔레스타인 등 영토 문제를 안정시키겠다고 밝히면서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 페르시아어로 ‘미국은 거대한 악마’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 페르시아어로 ‘미국은 거대한 악마’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EPA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와 마찰을 빚어 온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은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역사상 최고의 복귀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인 교수는 “지금 이스라엘이 전쟁을 계속하는 명분은 지난해 하마스 기습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것”이라며 “국내에서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로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을 정당성 있는 지도자로 인정해주면 정치적 출구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에 전쟁을 계속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관성이 없고 변칙적인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이 가뜩이나 불안정한 중동 정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의 낸시 오케일 대표는 “이미 중동 갈등은 폭발 직전”이라며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라는) 또 다른 불안정성이 추가되면 (임기) 4년 안에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은 비교적 분명하다. 지난해 7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더 이상 지원은 안 된다, 협상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협상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를 더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에서 한 여성이 미국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가 함께 그려진 기념품 가판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에서 한 여성이 미국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가 함께 그려진 기념품 가판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7월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흘러나온 종전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1기 시절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키스 켈로그 전 해병 중장 등이 작성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고했다는 이 종전안은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상을 해야만 무기 지원을 해주겠다고 압박하는 동시에, 러시아에도 평화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주겠다고 압박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도 당분간 회복할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강하게 비판해 온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무기 지원부터 대폭 줄일 가능성이 크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정치 구조상 대통령이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을 요청해야 승인할 수 있는데, 트럼프는 이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빠지면 유럽이 독자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주기는 어려워진다”고 했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한 여성이 전사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기리는 추모비 앞에서 사진들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한 여성이 전사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기리는 추모비 앞에서 사진들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유럽연합이 대외적으로는 러시아 침략을 규탄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먼저 발을 빼면 휴전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휴전 협상은 러시아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지난 9월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당선 즉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아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재 경계선’을 비무장지대로 만드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치 중인 전선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대부분 넘겨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인 측 구상이 “푸틴 대통령이 바라던바”라며 “바이든 정부에서는 협상이 아니라 항복으로 여겼던 방식”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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