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우크라 종전협상에…유럽 “대서양 동맹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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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2-25 09:40 조회5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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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우크라 종전협상에…유럽 “대서양 동맹 무너진다”
- 한승동 에디터
- 승인 2025.02.24 20:30
역사는 되풀이되나? “우크라 팔려가고 러시아 복귀”
1938년 뮌헨협정의 주데텐=2025년 돈바스와 크림
푸틴의 어법 따르는 트럼프, 질서붕괴 문 여나?
제국주의적 영토확장주의에 집착하는 시대착오
트럼프, 푸틴과 손잡은 것은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

“지난 주는 철의 장막이 무너진 이래 유럽에서 가장 암울한 주였다. 우크라이나는 팔렸으며, 러시아는 복귀했고, 도널드 트럼프 치하의 미국은 더 이상 전시에 유럽을 도울 수 없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를 통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하 ‘우크라이나 전쟁’)을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및 유럽과 협의도 없이 양국이 서둘러 끝내기로 하고 협상을 본격화한 뒤에 벌어진 일을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사회주의권 몰락, 유럽 재편 이후 유럽이 직면한 최대 사건으로 지목했다.
“대서양 동맹이 무너지고 있다”
<가디언>은 같은 날, “미국의 배신”으로 시작된 그 사건을 1939년 히틀러 나치 독일군의 폴란드 침공으로 이어진 1938년 뮌헨회의와, 미국과 영국이 동유럽을 소련에게 넘긴 1945년 2월의 얄타회담과 같은 사건에 비유하면서 “대서양 동맹이 붕괴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24일은 푸틴의 러시아군이 2022년 2월 24일 ‘특별 군사작전’이란 미명하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년을 넘긴 날이다.
지난해 말 미국 대선 유세 때 “당선되면 하루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호언한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3주만에 미국이 지원해 온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침략자 러시아와 종전협상을 밀어붙이면서 이제까지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려 하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 되나?
1938년 뮌헨회의(협정) 때 당시 영국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히틀러가 요구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서부 주데텐 지역을 넘겨줌으로써 전쟁을 피하려고 했다. 히틀러는 주데텐을 넘겨주면 더는 영토확장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바로 다음해에 폴란드를 침공, 점령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영국과 독일은 당사국인 체코슬로바키아를 배제한 채 뮌헨협정을 체결했다. 독소 불가침조약까지 체결한 히틀러는 폴란드 점령 뒤 소련을 침공했다.
독일 패전 뒤 연합국은 얄타회담에서 독일을 분할점령하고 폴란드의 예전 영토를 소련에 넘기는 등 동유럽을 스탈린에게 넘겨 주었다. 히틀러의 야망을 꺾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한 스탈린을 배려할 수밖에 없었지만, 원자폭탄이 완성되기 전이었던 미국은 일본 점령을 위해 소련군을 대일전쟁에 끌어들이려 했고, 그 때문에 스탈린의 요구를 들어 주었다. 미국 소련의 한반도 분할 점령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1938년의 주데텐, 지금의 돈바스와 크림?
유럽은 지금 자신들을 배제한 채 푸틴과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벌이는 트럼프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그리고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의 종전협상 조건을 수용함으로써, 1938년 주데텐을 넘겨준 체임벌린이 저지른 과오를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의구심과 함께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넘기는 것은, 히틀러의 야망이 주데텐 확보로 끝나지 않았던 것처럼, 유럽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푸틴의 어법을 따르는 트럼프, 금단의 문 여나?
푸틴은 지금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영구 편입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퇴진시킬 것을 종전협상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거의 그대로 수용할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책임이 푸틴이 아니라 젤렌스키에게 있다며, 그를 우크라이나를 이끌 자격이 없는 “독재자”라 비난하고 있다. 그가 푸틴의 어법을 따르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트럼프가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 줄 경우 미국은 세계가 불안정과 무질서로 빨려 들어가는 금단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는 경고들이 나오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24일 워싱턴으로 날아가 트럼프를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일 얘기했듯이 “중국에겐 대만을 침략할 권리가 없는데, 러시아에겐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권리가 있단 말인가?”라는 반발이 튀어나오게 돼 있다.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푸틴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미국이 이제까지 전쟁불사의 태도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중국의 대만침공을 반대할 근거가 없어진다.

식민주의적 영토확장에 집착하는 시대착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질서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조하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미일 준군사동맹과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 등을 앞세워 짜 놓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중시해 온 ‘일방적인 현상변경 반대’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바이든 정부가 중시했던 그 정책을 트럼프는 이미 폐기처분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식 때부터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한 영토확장주의적 발언을 거듭하더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미국이 “소유”해 팔레스타인인들을 다른 데로 이주시킨 뒤 “중동의 리비에라”로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제국주의 영토확장주의적 강성 발언이 다른 무엇을 더 얻어내기 위한 그 특유의 장삿군 협상기술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집착하는 것은 그가 최대의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중국 견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북미대륙 바로 위에 자리잡은 그린란드는 중국과 유럽, 미국의 지리적 중간이라는 위치 때문에 안보상 요지일 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열릴지 모를 북극항로 개척에도 중요하고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트럼프는 ‘일대일로’를 추진해 온 중국의 그린란드 관여를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홍콩 자본가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파나마 운하 운영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푸틴과의 최근 협상과정에서 흘러나온 그의 발언들은 그가 단지 중국 견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세계관 자체가 2차 세계대전으로 종언을 고했다고 얘기해 온 식민주의적 영토확장을 꾀하는 시대착오적인 제국주의 영토확장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제안한 우크라이나 희토류 등 자원개발 제안을 개발이익 50% 보장 요구로 받은 트럼프 정부의 강압적인 거래 태도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푸틴과 손잡은 것은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
한편으로 트럼프가 푸틴의 협상조건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가 협상의 달인다운 묘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 외에 달리 유효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트럼프가 동원할 수 있는 종전협상 압박용으로 거론되는 것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추가 군사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마찬가지로 전쟁피로에 시달리는 러시아의 푸틴이 종전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대선 유세 때부터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기차게 비판하면서 재집권하면 기존정책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그 카드를 쓸 수 없다. 달리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푸틴과 공조하는 것이 가장 손쉽게 조기 종전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푸틴과 손잡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둘러 끝내려 한다면 ‘대서양 동맹’의 분열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질서를 무너뜨리는 길을 미국 자신이 열어제치는 꼴이 될 수 있다.
24일 마크롱 대통령에 이어 27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나 유럽의 주장을 듣고 협상을 벌일 트럼프가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