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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의 충고 “한국과 미국의 이익이 늘 일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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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4-12 09:23 조회7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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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의 충고 “한국과 미국의 이익이 늘 일치하지 않는다”

김은지 기자입력 2023. 4. 12. 07:16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사진)는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한반도 평화이고, 한·미 동맹은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 자체를 목표로 내세우며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한다. 문정인 교수가 보기에 그것은 ‘가짜 평화’다. 국제 정세를 읽는 눈은 곧 생존과 연결된다.
ⓒ시사IN 조남진

국익이란 무엇인가? 집권 1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보가 던지는 질문이다. 대선 기간 ‘국익 우선 외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한·미 정상회담(2022년 5월21일 서울), 한·미·일 정상회담(2022년 11월13일 프놈펜), 한·일 정상회담(2023년 3월16일 도쿄)과 같은 굵직한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해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빈손 외교라는 비판이 거센 한·일 정상회담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국익의 연장선에 있다. 4월 방미, 5월 G7 히로시마 정상회의 참석 등은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가짜 평화’라고 공격해왔다. 대신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다. “무슨 종전선언이네 하는 상대방의 선의에 의한 그런 평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라고 지난 1월11일 2023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말했다.

이런 와중에 현재 미·중은 전 세계를 상대로 치열한 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정세를 읽는 눈은 곧 생존과 연결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동맹국에까지 강하게 밀어붙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중·러 밀착을 과시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나고 동시에 시진핑 주석을 우크라이나로 초청했다. 타이완의 전현직 총통은 각각 중국과 미국을 방문했다.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각기 다른 흐름 속 우리가 도모해야 할 생존법은 뭘까.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물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미·일 vs 북·중·러’ 전선은 실재하는가? 한국과 미국, 그리고 한·미·일이 도모하는 이익은 항상 일치하나? 미·중 갈등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국제 질서는 새롭게 재편될까? 이 상황 속에서 우리의 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결국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래서 2023년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국익’은 무엇이고, 한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뭔가.

문정인 교수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관여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을 설계했으며, 문재인 정부 동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파한 인물이다. 역대 모든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연구 활동만큼이나 정책 실무에도 적극 참여했다. 해외 언론매체나 세미나 등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관여(engagement) 정책을 앞장서 알렸다.

그는 ‘한반도 평화’가 우리의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예방 외교가 중요하고, 북한과도 대화해야 한다. 긴장 완화, 신뢰 구축을 통한 비핵화 협상이 평화를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를 ‘가짜 평화’로 몰아붙이며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식 ‘전쟁불사론’은 문정인 교수가 보기에 위험하다. 안보는 평화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전쟁은 일어나면 복원·복구가 힘들다. 개인적 원한도 생겨 치유와 협상 또한 어려워진다. 예방이 최선책이다.

또한 북핵 위기 대처에 대한 현 정부의 스텝도 잘못됐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하기보다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문정인 교수는 각 나라가 추구하는 국익과 목표는 각기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과 미국의 이익 또한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한·미 동맹은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그의 거침없는 주장은 한·미 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보수에 ‘종북좌파’라는 공격을 받게 했다. 문 교수는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야말로 미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외교안보 이슈에서 주어는 ‘우리’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구를 위한 평화이고 국익이냐는 질문이 핵심이라는 문정인 교수를 3월27일 만났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교체가 연이어 일어난 이틀 후 보충 질문을 했다. 현안부터 물었다.

3월16일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났다.ⓒ연합뉴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등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 언론과 인터뷰하며 알게 된 일본의 시각이 있다. 우리 대법원 판결에 문재인 청와대가 입김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는 아직도 한국의 대통령제를 박정희·전두환 시절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막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런 판결이 나오게 했다고 본다. 실제 일본에는 ‘법정의 조언자(Amicus Curiae, 자문 진술 제도)’라는 제도가 있다. 외교정책과 관련해 사법부가 행정부의 견해를 요청할 수 있다. 한국에는 없는 제도다. 우리 정부는 이런 삼권분립 상황을 설명해왔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했다면서 대법원 판결을 뛰어넘었다. 한국 민주주의 수준에 대한 일본인의 잘못된 생각을,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확인시켜준 게 아닌지 걱정된다.

4월에는 미국 국빈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무엇을 받아와야 할까?

북한 위협에 미국이 얼마나 계속 커미트먼트(commitment, 약속) 해주느냐 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전술핵 재배치를 할 것도 아니고,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 전술핵무기 등으로 동맹국을 지켜준다는 약속) 강화는 이미 약속했고, 한·미 연합 연습·훈련도 과거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하지 않았나. 게다가 전략무기(군사기지나 산업시설 공격에 쓰는 무기) 전진 배치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 그 이상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경제 부문에선 우리 국민이 바라는 게 있다. IRA나 반도체지원법에서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다. 이 또한 정상회담에서 주고받기가 쉽지 않다. 법은 의회가 만든다. 오히려 우리 국민이 원치도 않는 것을 미국에 양보하고 올까 걱정이다.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캠프 데이비드에 한국 정상 최초로 묵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됐고, 2009년 촛불시위의 원인이 되었다.

방미 일정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이 줄줄이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아주 걱정된다. 윤석열 정부의 난맥상이 드러났다. 여기에는 여러 설이 있다. 보고 실패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실장과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사이 갈등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적 정책 결정설 등이다. 아마 이 변수들이 복합작용해 지금의 총체적 난국을 가져왔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제왕적 국정 운영이 가져온 결과다. 이를 수정하지 않으면 난맥상이 구조화돼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 외교안보 행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먼저 현 정부 시각에서 보자.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 북한 위협에 잘 대처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이것이 가져오는 반작용도 크다. 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왜 당사자인 북한과는 대화하지 않나. 한편에서는 동맹, 다른 한편에서는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고 국민이 덜 불안하다. 결과적으로 북한 위협을 방치·악화시키는 오류를 범했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가 북한에 대한 억제력 구축에는 도움이 되지만, 정작 전쟁을 예방해주기는 상당히 어렵다. 현재 예방 외교가 없다. 예방 외교를 하려면 결국 북한과 대화를 하고 협상하게끔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가 필수적인데, 대외적으로도 대내적으로도 ‘편가름의 정치’를 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실질적 대북 핫라인이 없다. 윤 대통령이 영국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에 따른 오인·오산·오판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북 채널은 첫째 판문점의 통일부-통일전선부, 둘째 국정원-통일전선부, 셋째 문재인 대통령 시절 청와대-노동당 중앙당사, 넷째 군사 핫라인, 마지막으로 유엔군 사령부가 갖고 있다. 이 중 유엔군 사령부만 현재 작동한다. 그렇기에 위기 발생 시 북한 측과 소통하기가 상당히 힘들 거다. 소통이 단절될 때 사소한 충돌이 국지전,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 위협이 과거와 다른 수준이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윤석열 정부는 주장한다.

현 정부의 기본 입장은 ‘북한 비핵화 전까지 평화는 없다’이다. 지금 북한은 사실상 핵시설·핵물질·핵탄두, 모든 형태의 미사일을 갖고 있다. 6차에 걸친 핵실험을 했고 소형화·경량화·다종화도 이뤘다고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북한의 핵 보유를 우리가 인정(recognize)은 못하더라도 북한이 핵을 가진 것을 인지(aware)하고 그에 따라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하면 전폭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핵을 포기하면 자기들이 가진 유일한 방어체계가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북한이 이를 수용할 리 없다. 결국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를 동시 병행 추진해, 주고받는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

2018년 4월27일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는 그것을 ‘가짜 평화’라고 한다.

평화에 대해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평가다.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다. 강압적 방법으로 북을 항복시켜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의 저서 〈회복된 세계〉에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던 때 이야기가 나온다. 승자인 영국·프로이센·오스트리아·러시아가 패자인 프랑스도 협의에 참여시킨다. 다섯 국가가 협상해 유럽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키신저는, 평화는 일방의 승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공존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쳐부수자 공산당, 무찌르자 공산당, 북한 체제 망치자’라는 생각은 전쟁을 상수로 한다. 평화에 반대된다. 평화는 어떻게든 서로 양보해서 수용할 수 있는 접점과 공존의 논리를 찾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압도해서 승리하는 건 전쟁이지 평화가 아니다. 우리 국민은 전쟁 없는 평화를 원한다. 그래서 예방 외교가 중요한데, 대안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외통수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 어찌 보면 ‘힘에 의한 평화론’이야말로 가짜 평화다. 안보는 평화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다. 일부 극단적 인사들은 핵 주권과 핵 자강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엄청난 패착이 될 것이다. 한·미 동맹을 와해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한다. 한국 수출 경제와 원자력 산업도 초토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7차 핵실험 등 위협이 커지면, 핵무장론과 같은 강경 대응 여론이 커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그 여론에 편승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북한 영변에 선제타격을 할 건가? 그럼 북한도 우리에게 타격을 가할 것이다. 독자 핵무장도 한·미 동맹이 없거나, 미국이 확장 억제를 안 해주거나, 미국의 핵우산이 없다면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강력한 확장 억제를 해주겠다는 것 아닌가. 더 복잡한 문제는 우리가 핵무기를 가지면 일본도 당연히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으로선 우리 핵무기들이 북한보다 자신을 겨냥한다고 생각하고 대응할 것이다. 그럼 우리의 안전이 개선되는 건가, 악화되는 건가?

‘국제 정세가 급변해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윤석열 정부 논리다.

우리의 국익은 한반도 평화다. 정권을 가리지 않는 이야기다. 다만 대응책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모든 걸 부인하는 ‘ABM(Anything But Moon, 문재인 정부 정책 빼고 다)’ 정책을 하고 있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축적된 대북 협상의 역사를 걷어찼다. ‘북한은 악마’라는 생각이다. 악마와는 대화도 협상도 할 필요 없으니, 길은 하나다.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은 계속 여기에 일본을 끼우라고 하니, 한·미·일 공조로 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대중국 견제에 동참한 모양새가 됐다.

윤석열 정부가 대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이라고 보나?

현 정부 자체가 중국을 배제하려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중국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은 많겠지만.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북한 이슈를 다루려고 하니 미국과 동맹이 필요하다. 정작 미국은 북한만 다루는 동맹에는 관심이 떨어진다. 중국까지 견제하는 동맹이 필요하다. 자꾸 일본을 동참시키라고 한다. 현 정부는 원하든 원치 않든 결국 중국을 잠재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중국은 우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본다. 이 과정이 더 심해지면 한·중 관계는 나빠지고, 북·중 관계는 좋아질 것이다.

한국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가?

한·미 동맹은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한·미 동맹은 목적 그 자체가 아니다. 수단이다. 우리 안보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고,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이고, 전쟁 발발 시 전쟁에서 이기는 수단이다. 그런데 한국 보수는 한·미 동맹 그 자체를 목적으로 본다. 그래서 한·미 동맹에 대해 조금만 비판해도 ‘종북좌파’로 몬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았나?

내가 대표적이다(웃음). 그런데 나는 미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동맹은 각 나라가 자기의 국익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고 도구다. 동맹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의 이익이 똑같을 수 없다. 그럴 때는 대화와 협상으로 차이점을 줄여갈 수 있다. 우리의 한·미 동맹 목표는 북한 위협에 대한 대처다. 미국의 목표는 다르다. 북한 위협만 있는 게 아니다. 중국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갖는 여러 국익을 이루는 수단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윤 대통령 지지 세력은 북한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국익 훼손이라고 본다. 그들 대부분은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일체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미국의 국익을 따라가야 한다는 건데, 그건 수용할 수 없다. 게다가 한·미 동맹은 영구불변의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인가?

미국 외교정책의 가변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미 동맹은 기본적으로 미국 유권자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다. 미국 정치 풍향에 따라 미국의 외교정책이 바뀐다. ‘또 하나의 전쟁에 참전하고 싶지 않다’는 미국 내 여론이 선거의 당락을 정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한·미 동맹 강화에 올인하는 외교는 위험해 보인다.

한·미·일 공조로 우리가 얻는 건 뭐라고 보나?

미국과 일본은 얻을 게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이 작동하는 현시점에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얻을 것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갖고 있다. 정규군이 없다. 미·일 동맹은 비대칭이다. 정규군을 갖지 않는 조건하에서 미국이 일본을 보호해준다는 의미의 상호방위조약이다. 그런데 중국과 북한 위협으로부터 일본이 우릴 어떻게 군사적으로 도와줄 수 있나. 평화헌법 9조에 의해, 일본 자위대는 일본 영해·영토·영공을 넘어서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가 일본 평화헌법 개정에 빌미를 주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가 동북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하고, 한국이 거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을 벌인 가장 큰 이유다. ‘도미노 이론’이다. 베트남 전체가 공산화되면 다음은 캄보디아, 라오스, 타이 할 것 없이 전부 공산주의에 넘어갈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걸로 미국은 베트남 개입을 정당화했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지금 중국은 그럴 여유가 없다. 경제가 어렵다. 인구 정체 등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그럴 의도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권위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민주주의 연합’은 미국이 중국·러시아 견제를 하기 위한 하나의 명분으로 보인다. 이는 신냉전으로 가는 길이다.

미국이 ‘중국 위협론’을 과장한다?

외부 위협론은 미국 외교정책의 오래된 습관이다. 냉전 때는 소련, 그다음 일본, 9·11 사태 이후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대상이었다. 지금은 중국이다. 올해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20주년이다. 미국의 웬만한 싱크탱크에서 이라크 침공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잘못이라는 반성이 쏟아진다.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마찬가지다. 특히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이후 미국이 벌인 전쟁은 미국의 잘못된 계산(mis- calculation)에 의해 일어났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외교적 타결을 피하고,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고 확대 재생산하면서, 호전적 분위기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정인 교수는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과 다자 협의체를 만들어 미·중이 싸우는 걸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AP Photo

그럼 ‘미·중 신냉전’은 없는 구도라는 건가?

아직은 신냉전이 오지 않았다. 지금 미·중 관계는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헨리 키신저 얘기처럼 미국과 중국이 대타협을 해서 G2를 이뤄 평화적 공존 관계로 가는 것이다. 두 번째 모델은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다. 그게 신냉전으로 가는 길이다. 세 번째는 신냉전까지 가지는 않지만 콜드 피스(cold peace), 즉 차가운 평화 관계다. 협력, 경쟁, 대결이 공존하는 상태인데 지금이 그러하다.

어떤 점에서 차가운 평화인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량살상무기, 기후변화, 전염병 대응은 중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대신 무역과 기술 분야는 아주 치열한 경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지정학적 문제(타이완, 남중국해 등)나 가치 문제(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등)는 양보하지 않겠다고 했다. 바이든 식으로 중국과 협력, 경쟁, 대결이 공존하는 모델을 얘기한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남중국해, 신장위구르 문제는 내정에 관한 핵심 이익이라 양보할 수 없다.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미국과 다른 분야의 협력을 어떻게 기대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악화되면 신냉전으로, 개선되면 G2로 갈 거다.

미·중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은 더 이상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할 수 없는 처지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것부터 바로잡자. 원래부터 안미경중은 없었다. ‘현상 유지 전략’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미국과는 동맹,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는 의미가 잘못 쓰였다. 중국도 미국도 모두 한국 안보와 경제에 다 영향을 미친다. 다만 상황이 바뀐 건 맞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처럼 미·중 관계가 좋을 때는 현상 유지 전략이 가능했다. 지금은 쉽지 않다. 강대강 대결 구도에서는 초월적 외교가 필요하다.

초월적 외교가 뭔가?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이 있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이다. 이들은 모두 한편으로는 미국과 동맹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다. 미·중이 싸우게 되면 한국은 더 어렵다. 한국이 최전선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런 중간 세력 국가들과 협력해서 미국과 중국이 싸움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일본, 호주는 다 못하고 있다.

미·중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 오히려 양쪽에서 두들겨 맞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길은 결국 외교적으로 우리의 생존과 번영의 공간을 찾는 것이다. 그러려면 미·중이 싸우는 걸 막아야 한다. 미·중이 싸우는 걸 막으려면 우리 혼자 힘으로 안 된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샌드위치 국가들과 다자 협의체를 만들어서, 미국과 중국에 계속 경고하고,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중재하는 노력을 할 때 우리가 살 수 있다. 창의적인 지도자가 상상력과 용기를 가지고 해나간다면 국제 여론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유엔이 아무 역할을 못하고 있다. 사실 이 주장은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이미 했다.

국내 반중 정서가 강해, 정부는 그것에 편승하기 쉬운 상황이다.

문제는 벌써 중국과 교역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2~3년 이내 대중 적자가 생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지금 한국 경제는 당장 중국 시장이 없이는 버티기가 상당히 힘들다. 2022년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의 제1교역국(22.8%)이다. 2위가 미국(16.1%), 3위가 베트남(8.9%), 4위가 일본(4.5%)이다. 그런데 5위가 홍콩(4.0%)이라, 실질적으로 홍콩·마카오까지 중국 교역량에 더하면 대중 무역 규모가 상당하다. 이런 점을 정부가 간과할 수 없다.

반중 정서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의 과제다. 중국은 그 반중 정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시진핑 3기에서 어떤 대외 행태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18년 9월18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한 문정인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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