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각 발사돼 1천㎞ 날아 동해로
액체 연료와는 다른 화염 포착
13일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미사일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고체연료 사용 여부다. 고체연료는 미사일 발사의 신속성과 은밀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이 때문에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선제 포착해 사전 타격하는 한국형 킬체인 작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때 화염이 주변으로 퍼진다. 반면 액체연료 미사일은 촛불 같은 형태로 화염이 모인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순간 추력도 강해 상승 속도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빠르다. 한·미는 다양한 정찰수단을 통해 이런 차이를 식별해 북한이 고체연료를 미사일에 장착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서 언급한 5대 과업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 명중률 제고 △수중·지상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5대 과업으로 꼽았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5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월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신형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2월 열병식때 공개 미사일 추정
‘3축 방어’ 중 선제타격 어려워져
‘군사정찰위성’ 시험 가능성도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 미사일에 견줘 발사 준비시간이 짧고 이동이 용이하다. 액체연료는 주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고체연료는 이 과정이 필요없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북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탐지·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북한 핵·미사일 공격 시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이뤄지는데 고체연료 미사일은 첫 단계인 킬 체인 가동을 무력화할 수 있다.
군 당국은 아울러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를 통해 정찰위성 시험을 했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이날 북한 미사일은 비행 중 하단 추진체 부분과 상단부가 분리되는 단 분리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했다.
고각발사된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3천㎞ 미만으로 알려졌다.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할 경우 고각 발사 때보다 2~3배 더 비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거리는 5~6천㎞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중거리미사일(IRBM·3000~5500㎞)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5500㎞ 이상) 사이에 걸쳐 있어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로 불렀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 한반도 정세는 한층 더 긴장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7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서·동해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다가 미사일을 발사했다. 아울러 북한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111주년과 4월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을 앞두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노동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쟁 억제력을 더욱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 고체연료 미사일 발사 확인 →전략 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추가 전개→북한의 무력시위로 이어지는 강대강 무한 악순환이 4월 내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셈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북한의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 후 대기권에 재진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미사일전문가인 조셉 뎁시 연구원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면 한국의 킬체인(Kill Chain)과 같은 선제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액체연료에 비해 발사 준비시간이 덜 걸려 한국과 미국의 사전징후 포착과 선제 대응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사전 징후 포착과 선제 공격을 포함하는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대량응징보복(KMPR)을 더한 '3축 체계'로 북한 핵·미사일을 막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뎁시 연구원은 북한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 후 대기권에 재진입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지금까지 모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왔다며 미국 대륙을 향해 미사일을 쏘려면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하고 이후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해야 하는데 그 역량을 갖췄는 지 알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전통적으로 한 발사대에서 여러개의 미사일을 발사해왔다며 한국의 킬체인이 첫번째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선제공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두번째, 세번째 등 그 다음 미사일은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베넷 박사: 한국(킬 체인)이 북한의 첫번째 고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은 발사 전에 타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발사되는 두번재, 세번째, 네번째 미사일에 대한 타격은 가능합니다.
그는 이런 점에서 북한의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고 해서 한국의 킬체인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안보석좌는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론적으로 북한의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한미의 공중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무력화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제로 사용하면 그것은 김정원 정권 생존에 대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 미사일 개발은 군사적 상징(military symbol)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면 북한의 전략 능력에 또다른 중대한 성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미 미사일방어를 무력화할 만큼 판도를 바꾸는 것(game changer)인지는 불확실하다며 다만 그 임무를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북한은 향후 미사일 체계 향상을 위한 시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4월 26일 혹은 선진7개국 정상회의인 G-7이 열리는5월 중순에 추가 미사일 시험을 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Markus Schiller) 박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기자 이상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