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국내법에 바깥 교전국에 대해서 무기지원을 금지한다는 법률조항은 없다. 외교부 내부 훈령을 봐도 어려움에 빠진 제3국 군사지원을 못 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내비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교전국에 무기지원은 불법”이란 비판이 나오자 이에 대한 반박이다.
이 관계자의 주장과 달리 국가평화와 안전유지,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국내 법규가 여럿이다. 방위사업법상 국내 방산업체가 국외로 무기를 수출하거나 거래를 하려면 방위사업청장에게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방위사업청장은 무기 수출을 제한할 수 있고, 수출을 제한하는 경우는 방위사업법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방위사업청장은 △국제평화·안전유지 및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거나 전쟁·테러 등의 긴급한 국제정세 변화가 있을 경우 △방산물자 및 국방과학기술의 수출로 인해 외교적 마찰이 예상되는 경우 △외국과의 기술도입협정 또는 전략물자의 수출통제와 관련해 정부간에 체결된 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이면 방산물자(무기)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은 이 3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대외무역법에 근거해 무기 등 전략물자의 수출입은 산업통상부장관, 방위사업청장 등이 통제한다. 대외무역법에 근거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보면, ‘허가의 일반원칙’은 “전략물자 등에 대한 허가는 해당 물품이 평화적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가한다’ 이다. 현재 교전 중인 한쪽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이 원칙과도 충돌한다. ‘교전국에 무기지원은 불법”이란 주장은 이런 법령들을 근거로 나왔다.
‘외교부 훈령에도 관련 조항이 없다’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설명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 훈령(의 내용)은 직무 관리 등이지 대외관계까지 훈령으로 규정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애초 무기 수출은 외교부 훈령에 담길 내용이 아니란 것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펴낸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보면, 한국은 지난 2017~21년 5년간 전 세계에서 방산수출 규모 8위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에 무기를 수출해 지역 분쟁에 개입했다는 논란도 나왔다. 이 논란들은 복잡한 이유가 얽힌 내전 같은 지역 분규, 쿠르드족,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권탄압 같은 성격이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처럼 양국 군대가 벌이는 대규모 정규전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무기를 수출하거나 지원한 적은 없었다. 최근 야당에서는 민감한 전략물자를 수출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대외무역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