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내 "바이든, 이스라엘 공개 비판하라" 연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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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1-08 09:29 조회93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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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내 "바이든, 이스라엘 공개 비판하라" 연판장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3.11.07 17:00
중동 근무경험자가 주도, 이스라엘 편애 비판
"팔' 민간인 학살 이스라엘에 면죄부 줘선 안돼"
"미국이 편향되고 부정직하다는 인식 확산 우려"
워싱턴주 항구에선 이스라엘 무기 선적 저지 시위
유엔 총장 "가자, 아이들 무덤"…즉각 휴전 촉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편애 정책이 '내우외환'에 처했다. 아랍‧중동 국가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날로 거세지는 와중에, 정작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국무부 내 외교관들의 반발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치군사국에서 대외 무기 이전 담당으로 11년 일했던 핵심 간부가 전격 사직했고, 한 외교관이 2일 "가자 주민 대량 학살 공범"이라고 바이든을 직접 비난한 데 이어 국무부 중간 간부 이하 다수의 외교관이 연대 서명한 '반대 메모'를 통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직후부터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집단 학살' 행위에는 눈을 감아온 바이든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미 외교관들, 휴전지지와 이스라엘 공개 비판 요구
민간인 폭격‧정착민 범죄‧과도한 무력 사용 적시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6일 '미국 외교관들이 유출 메모에서 이스라엘 정책을 질타하다'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사가 입수한 '반대 메모'를 보면, 국무부 안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해 바이든의 중동 정책에 대한 "내부 분노"를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메모에 따르면 서명 외교관들이 내건 핵심 요구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이 '휴전'을 지지하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의 군사 전술과 팔레스타인인 대우와 관련해 지금처럼 물밑으로만 거론하지 말고 "공개적인 비판"을 하라는 주문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공개 메시지와 물밑 메시지 간의 틈이 "미국이 편향되고 부정직한 행위자라는 지역 대중의 인식에 이바지해 최악의 경우 전 세계에 걸친 미국의 이익에 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당한 군사 목표물로 공격 작전을 제한하는 데 실패한 것과 같은 이스라엘의 국제 규범 위반행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외교관들은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민의 폭력과 토지 불법 강탈을 지원하거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과도한 무력을 사용할 때, 우리는 그것이 미국의 가치에 위배된다고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이스라엘이 면죄부를 지닌 듯이 행동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무부 내서 바이든 정책 '반대 메모' 다수 회람
"바이든 중동 접근법, 외교관 신뢰 붕괴 보여줘"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 메모에는 '민감하나 기밀은 아님'이란 마크가 있었으며 국무부 안에서는 이와 비슷한 종류의 메모 여러 개가 서명받기 위해 회람됐다. 이는 미국 외교관들 사이에서 바이든의 중동 위기 접근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앞으로 내부 이견이 심화되면 바이든의 중동 정책 입안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문제의 메모는 중동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두 명의 중간 간부가 주도해 작성했다.
외교관들은 또한 이 메모에서 하마스 공격에 대한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정당한 권리와 의무"(자위권)를 인정하지만,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지금까지의 인명 피해 규모는 용납할 수 없다"고 적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팔 전쟁 한 달째인 6일 현재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는 어린이 4104명을 포함해 최소 1만22명로 집계됐다. 하마스 공격에 따른 이스라엘 사망자 1440명의 약 7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점령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최소 152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숨졌다. 이들은 그런 막대한 규모의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미국의 "관용"은 "우리가 오랫동안 대변했던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대한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면서 그런 행동들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 모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바이든 팀은 민간인 보호의 중요성과 국제법 준수를 강조하는 공개적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지만, 대체로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비판은 여전히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테러 공격을 할 수 없도록 스스로 방어하고 안보를 지킬 권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라면서 "동시에 우리는 이스라엘에 테러리스트와 팔레스타인 주민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직접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 1만 명 사망에도 3.2억 달러 무기 제공 승인
워싱턴주 항구서 이스라엘 무기 선적 저지 시위
맨 먼저 불을 댕긴 사람은 국무부 정치군사국의 의회·대외 담당 과장이던 조시 폴이다. 폴 전 과장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정밀유도탄 등 대규모 살상무기를 이스라엘에 제공하면서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율배반적' 정책과 문제 제기를 그대로 묵살하는 상부의 강압적 태도에 '좌절'해 국무부를 떠났다. 그는 국무부에 보낸 사직 편지에서 이-팔 사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의 대응과 관련해 "확증편향과 정치적 편의, 지적 파산, 관료적 타성에 기반한 충동적 반작용"이라며 "한쪽에 대한 맹목적 지지는 장기적으론 양쪽 주민 모두의 이익에 파과적이며 나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저지른 같은 실수들을 반복하고 있는 게 두려웠다"고 썼다. 폴은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침해나 대규모 민간인 희생 '가능성'이 예상될 때 무기 이전 불허란 손수 만든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이스라엘에 살상 무기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6일 국무부가 3억2000만 달러(약 4000억 원) 상당의 비유도 폭탄을 보다 정밀한 GPS 유도 무기로 바꾸는 키트용 장비의 판매를 승인하고 그 내용을 담은 서한을 최근 미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보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미국 워싱턴주의 항구도시 터코마에서는 100명이 넘는 시위대가 항구에 모여 이스라엘 지원용 무기 등 군수물자 선적을 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폴 전 과장에 이어, 국무부의 중동 담당 실비아 야쿱은 2일 'X'(옛 트위터) 글에서 바이든을 향해 "당신은 무고한 가자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에 상당한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당신은 대량 학살 공범"이라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유엔 총장 "가자, 아이들 무덤"…즉각 휴전 촉구
바이든, 네타냐후와 통화…일시적 교전 중지 요구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매일 수백 명의 아이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 가자지구가 아이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휴전을 호소했다고 알자리라 방송이 전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스라엘군은 "병원과 난민캠프, 이슬람사원, 교회, 그리고 대피소를 포함한 유엔 시설들을 공격하고 있다"며 "벌어지고 있는 파국적 상황을 감안할 때 한시바삐 인도주의적 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에 대해서도 민간인의 인간 방패 사용을 중단하고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했다.
'내우외환'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은 급기야 이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이스라엘에 급파해 네타냐후를 설득하려 했지만, 별 성과가 없자 직접 나선 것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 한 뒤 △인도적 차원의 교전 일시 중지 △팔' 민간인 피해 최소화 △가자 반입 구호 물품 확대 △서안지구 유대 정착민의 폭력행위 처벌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전면적 휴전 반대를 재확인했다. 네타냐후는 이날 미국 ABC 뉴스 인터뷰에서 인질 석방이나 구호품 전달 등을 위해 "전술적 잠깐의 중지"를 검토할 것이지만 "일반적 휴전은 없다"고 못 박고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무기한 전반적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고 말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