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평화협상 망친 '주범'은 이스라엘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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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1-10 09:54 조회92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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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평화협상 망친 '주범'은 이스라엘과 미국"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3.11.10 06:30
평화협상 참가했던 이-팔 전문가들 언론 인터뷰
이스라엘, 평화로 이어질 협상안 절대 제시 안해
오슬로 협정에도 불법 정착 강행…하마스 키워
가자 음용 지하수 오염, 연명수준 식품만 들여보내
미국은 평화프로세스 독점, 국제적 협의 구조 붕괴
"우리는 평화로 이어질 협상안을 절대 제시하지 않았다." 이츠하크 라빈 총리 시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서 이스라엘 협상팀의 일원이었던 다니엘 레비 미국중동 프로젝트 대표는 8일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GT) 인터뷰에서 당시 협상팀에선 실용적, 현실적 입장과 최대치를 요구하는 이념적 입장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미국은 평화 만들기를 보장하는 대신에 실제론 이스라엘이 평화적 옵션을 거부해도 이스라엘에 책임이 돌아오지 않는데 주력했다"며 "이것이 평화협상이 깨지고 지금까지 오랫동안 깨져온 배경"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팔 전쟁의 해결 방안으로 소환한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에 대해 레비는 "의미 없다"고 봤다. 이스라엘이 '두 국가' 수립을 막아도 책임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가자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는 데다 평화 프로세스를 미국이 '독점'하면서 국제적 협의 구조도 붕괴됐다는 게 그의 견해다. 때론 '콰르텟'(유엔, 유럽연합, 미국, 러시아로 이뤄진 중동평화 중재 4자 협의체)과 아랍 국가들이 관여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관되게 콰르텟을 외면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마비시켰으며,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지 않은 채 아랍-이스라엘 관계 개선 작업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레비는 "우리에겐 다른 국제적 협의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것을 그냥 미국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평화 협상안 절대 제시하지 않았다"
오슬로 협정에도 불법 정착 강행…하마스 키워
이스라엘이 1993년 당시 라빈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간의 합의(1993년 오슬로 협정)를 '파탄'시킨 방법도 소개됐다. 레비에 따르면, 이 합의는 특히 팔레스타인으로선 불만이었다. 팔레스타인이 식민화되고 이스라엘이 정착 식민지를 조성함에 따라 이전 관할 지역의 단 22%에만 국가를 건설하는 내용이어서다. 합의에는 이스라엘의 철수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도 포함돼 있었다. 레비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막대한 영향력과 강력한 관계를 볼 때 미국이 이 합의의 성사를 담보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로 지정된 지역에 지속해서 더 많은 불법 정착민들을 이주시켰다. 국제법은 남의 영토를 점령 중일 때 그곳에 자국민의 이주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이스라엘의 불법 행동이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최대 정파로 협상 상대였던 '파타'의 대중지지 기반을 무너뜨렸다. 팔' 주민들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계속 악화되자 파타에 대한 신뢰를 거두게 됐고, 그와 반비례해 하마스의 세력 강화로 이어졌다.
레비 "2~3주내 휴전"vs 사이그 "오래 걸릴 것"
"이스라엘, 국제사회 개입때까지 최대한 파괴"
휴전 가능성에 대해 레비는 "늦지 않는 시기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근거로 △ 팔레스타인의 다른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전역에 걸친 사태 악화 △ 경악할 수준에 이른 민간인 사망자 규모 △ 깊어지는 미국과 서구의 고립 △ 가자 파괴가 진행될수록 복구의 어려움 △ 전쟁 여파에 대비한 이스라엘의 무계획 △ 전쟁 지속 시 하마스 억류 인질의 살해 등 석방 가능성 감소 등을 들었다. 현재 미국은 '휴전'을 압박하지 않고 이스라엘은 복수심에 불타 휴전에 반대하고 있지만, 예비군 동원에 따른 이스라엘 경제 피해와 군인 사망자 증가, 그리고 미국 민주당 내 반발 확산 등을 고려할 때 "2~3주 이내 휴전"을 점쳤다.
그러나 전혀 다른 견해도 있다. 1994년 팔레스타인 협상팀의 일원이었던 예지드 사이그 카네기중동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날 글로벌 타임스 인터뷰에서 휴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이스라엘인이 목표가 달성됐다고 느낄 때까지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정작 자신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하마스의 10‧7 공격에 허를 찔린 이스라엘의 정치 리더십과 군 지휘부는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 복원과 면책 등이 가능해졌다고 느낄 때까지 전투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협상팀이었던 레비 대표도 "이들은 전쟁이 끝나면 그들의 개인적 경력도 끝날 것이기에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 제거 이후 '가자 통치' 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이 명확한 플랜이 없다면서 "그들의 계획은 세계가 개입할 때까지 가능한 최대로 파괴한 다음 상황을 다시 평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휴전은 하마스에 도움을 줄 뿐'이란 베냐민 네타냐후의 주장과 이를 복창하는 바이든에 대해 레비 대표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생명에 아무런 가치를 두지 않는 것"이라면서 "한 사람의 생명과 다른 사람의 생명에 서로 다른 가치를 두는 것으로서 국제무대에 선 미국에겐 아주 나쁜 순간"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율배반적' 전략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팔' 협상팀이었던 사이그에 따르면, 바이든은 정치적, 군사적으로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 이스라엘이 팔 민간인을 죽이는 "매우 사악한 폭격"을 허용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민간인 피해를 원치 않는다며 이스라엘에 피해 최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은 가자에서 이스라엘에 많은 행동의 자유를 주는 동시에, 그것이 헤즈볼라, 이란과의 전쟁으로 확전되거나, 미국과 나머지 아랍 세계와의 전체 협력 구조를 해칠, 이집트와 요르단으로 수백만 명의 팔 주민 추방은 막으려고 한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가자 식수용 지하수에 바닷물 주입
1인 하루 생존칼로리 계산해 식품 반입 허용
지난 세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만행들도 소개됐다. 가자는 540㎢의 협소한 부지에 230만 명이 사는 초밀집 지구다. 이스라엘 건국 시기인 1948~49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곳으로 강제 이주시켜 조성한 곳이다. 사이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를 전면 봉쇄한 후 출입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100% 통제권 안에 뒀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식수로 사용하던 지하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지하수가 흐르는 대수층에 바닷물을 주입해 오염시켰다.
하마스가 사용한다면서 연료 공급을 제한했다. 가장 잔인했던 것은 주민 1인당 1일 생존 칼로리를 "과학적으로 계산해" 딱 230만 명분만큼만 식량 반입을 허용했다고 한다. 사이그는 "이런 비정상적 형태의 통제는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배 성격을 드러내는 과학적 점령으로 볼 수 있다"며 "그래서 가자를 '하늘 뚫린 감옥'이라고 하고 주민들은 폭격과 전투가 있어도 어디 도망갈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조직원은 하나도 남김없이 죽이겠다'는 네타냐후 정권에 대해 그는 "3만~5만 명, 그 이상도 될 수 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승리해도 가자에는 혹독한 여건에 사는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있다"고 말했다. 레비 대표도 "계속해서 울분에 찬 사람들을 군사적으로 제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역사가 말해준다"고 가세했다.
팔' 정치 시스템 구축 때 이스라엘과 미국 배제 조언
미국, 이스라엘 만행에 면죄부…'괴물' 이스라엘 키워
이-팔 분쟁의 해법과 관련해 레비 대표는 네 가지 고려할 점을 짚었다. 첫째는 현 팔레스타인 정치가 기능 장애로 주민을 대표하지 못하고, 여기에 이스라엘과 미국의 책임이 있는 만큼, 차후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구축할 때 이들의 간섭을 배제하는 대신에 제3의 우호적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이스라엘에 행위에는 댓가가 있다는 것을 믿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이스라엘의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것이 지금과 같은 이스라엘의 전쟁 문화와 극단적 행동을 부추겼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당연히 세 번째는 앞으로 문제 해결을 미국에만 맡겨선 안 된다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주요 20개국(G20)이나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일부 글로벌 사우스(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의 개도국·저개발국) 등이 적극적으로 관여해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관련 당사자들은 물론 국제사회도 전통적인 '두 국가 해법'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모두의 권리와 평등이 담보된다면 다른 옵션들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레비 대표는 "우리는 관련 당사자들에게 서로를 인간으로 보고 서로의 현실을 인정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