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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광란의 팔'지우기…강대국들 뿔뿔이 방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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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1-01 10:18 조회9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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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광란의 팔'지우기…강대국들 뿔뿔이 방관만


  •  이유 에디터
  •  
  •  승인 2023.11.01 09:10
 

네타나후, 난민 이집트 수용 추진…팔'사망자 9000명

'적극 관여' 의사도 능력도 없어…중동 권력 공백

"강대국 지리멸렬은 저주…옛 갈등이 새 위기로"

에르도안, 한국전 참전 거론…팔' 수호 의지 천명

 

31일 요르단 암만에서 진행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석한 한 요르단 소녀가 뺨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그려놓았다. 2023. 10.31 [로이터=연합뉴스]
31일 요르단 암만에서 진행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석한 한 요르단 소녀가 뺨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그려놓았다. 2023. 10.31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이 26일째 이어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지난 7일부터 가자를 완전히 봉쇄한 채 폭격과 포격을 퍼부었으며 10월 28일 가자로 지상군도 투입했다. 병원과 교회, 난민 캠프를 가리지 않았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9일까지 850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31일 가자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촌 공습으로 숨진 400명 사망자를 합치면 9000명에 육박한다.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나 '인종 청소'를 넘어 팔레스타인 지우기 수준이다. 인류가 시험대에 들었다.

이스라엘의 극단적 행보는 거침이 없다. '극우 포퓰리스트와 메시아적 광신자 연합'(유발 하라리) 정권다운 태도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극한에 이른 가자 주민의 인도주의 위기 완화를 위해 휴전을 연일 호소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마이웨이'다. 30일 전시내각을 주재한 네타냐후는 "휴전 요구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테러에, 야만에 항복하라는 것"이라며 "가자 지구에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겠다는 자세다. 네타냐후가 가자 난민들의 이집트 수용을 위해 유럽 정상들에게 이집트를 압박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스라엘의 막가파식 행보는 전쟁이 가자를 넘어 레바논, 시리아로 번질 우려를 키우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결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관심이 쏠린다. 2023.10.19. 신화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결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관심이 쏠린다. 2023.10.19. 신화 연합뉴스

네타나후, 난민 이집트 수용 추진…팔'사망자 9000명

문제는 글로벌 리더 국가 중에서도 이스라엘에 제동을 걸어 이번 전쟁을 중재하고 해결할 적임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오늘의 팔레스타인 문제를 만든 영국과 프랑스와 1970년대 이후 중동을 사실상 지배해온 미국도, 뒤늦게 발을 들여놓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하마스 공격 직후 곧바로 "하마스 제거"와 "이스라엘 전폭 지지" 입장을 천명하면서 처음부터 중재자 역할을 포기했다. 점령자인 이스라엘에 책임 대부분이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과 가자 주민의 참상은 사실상 외면했다가 국제여론이 싸늘해진 최근에야 작전 중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이스라엘에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휴전에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더 부채질하는 행태다. 미국의 한계는 30일 다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이날 회의는 가자에서 더 이상의 민간인 참사를 막자는 취지에서 교전 중지 수용을 이스라엘에 요구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요청에 따라 소집됐으나, 시종 이스라엘 편만 드는 미국의 반대로 결의안 채택은 다시 좌절됐다.

'중동의 중재자'를 자청해온 중국은 이스라엘 일변도인 미국과는 달리 비교적 중립적이지만, 본격적인 개입은 꺼리는 모양새다. 그동안 중국은 휴전과 적대행위 중지, 민간인 보호, 인도주의적 지원 통로 개방, 대규모 인도주의 재앙 방지, 공정하고 지속적인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추진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사실상 이 모든 것을 거부하는 네타냐후를 압박하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러시아는 휴전 촉구와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과 접촉하며 '중재'역을 자임하지만, '본인 코도 석 자'여서 한계가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워싱턴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3 10. 27 [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 워싱턴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3 10. 27 [로이터=연합뉴스]

'적극 관여' 의사도 능력도 없어…중동 권력 공백

이와 관련해 미국 가톨릭대 역사학과 마이클 키머지 교수와 제임스 마틴 유라시아 비확산연구센터의 해나 노트 국장은 '강대국의 위축 시대'(The Age of Great-Power Distraction)란 12일 자 <포린 어페어즈> 공동기고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을 받는 많은 관련국이 강대국들의 리더십을 기대하겠지만 이들 네 나라는 이 위기(해결)에 부적합하다는 것 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진단을 내린 근거에 대해 "러시아는 이란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은 이스라엘에 막대한 지원을 하지만 팔레스타인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어렵다. 중국은 점잖게 평화에 관해 좋은 말을 하지만 어떤 종류의 직접 개입도 꺼리고, 유럽은 대체로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현 상황을 대입하면, 미국과 러시아는 중립성의 문제가 있고, 중국은 의지가 없으며 유럽은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말이 된다. 내로라하는 강대국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지리멸렬해지면서 리더십과 권위가 훼손됐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라면 이들 강대국의 말이 네타냐후 정권에 먹히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간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키머지와 노트는 각자가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론 △ 강대국 간 새로운 형태의 복합적 경쟁 구도 △ 그로 인한 동원할 역량의 분산 △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한 적극적 관여를 방해하는 국내 정쟁이나 경제 문제 등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시티 근교의 자발리아 난민촌을 이스라엘이 폭격한 뒤, 생존한 난민들이 파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3 10. 31 [AP=연합뉴스]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시티 근교의 자발리아 난민촌을 이스라엘이 폭격한 뒤, 생존한 난민들이 파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3 10. 31 [AP=연합뉴스]

이스라엘, 마이웨이…'지리멸렬' 강대국들 방관만

두 사람은 냉전 시기의 미국-소련과는 달리 "강대국들이 더는 양분돼 있지 않다. 미국과 유럽은 공식 동맹이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느슨한 파트너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그린 테크 보조금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 경쟁으로 미국과 유럽이 갈등을 빚고, 경제의 깊은 상호의존성이 미국과 중국을 서로 우유부단한 적수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강대국들은 유럽과 중동, 아시아의 몇몇 분쟁지역에선 충돌하지만, 그 밖의 지역에선 소극적이거나 아예 방치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그리고 방치한 지역에선 자연히 문제가 뒤따른다. 키머지와 노트는 "강대국의 지리멸렬은 '집단적 저주'에 더 가깝다"며 "권력 공백이 확산되면서 아프리카, 발칸, 중동, 남부 코카서스 등지에서 옛 갈등이 새로운 위기로 다시 불붙고 있다"고 썼다. 이어 "중·소 규모의 나라들과 심지어 비국가 활동 세력까지 가세해 충돌하고 있지만, 강대국들은 억제할 능력도 봉쇄할 능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좀 더 들어가 보면,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20개월 넘게 전쟁을 치르면서 상당한 인력과 자원을 소진하면서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유럽은 오랜 기간 세계적 위기가 있을 때면 "법의 지배와 심사숙고"라는 가치를 내걸고 소프트파워 사용을 추구해왔지만, 러시아나 미국에 버금갈 만큼 신속한 군사력 투사 능력이 없다. 그리고 현재 우크라 전쟁 수렁에 빠져 있는 데다, EU 회원국 간에 국익과 전략적 우선순위가 다르고 각자 두통거리가 있다 보니 지금까지 각종 분쟁에서 "효과적인 중재자보단 구경꾼"이 됐다는 것이다.

 

니제르 군부 쿠데타 지지자들이 27일(현지시각) 수도 니아메에 위치한 집권당 본부에 불을 지르고 시위하고 있다. 전날 니제르 군부는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선언했다. 2023.07.28. AP 연합뉴스
니제르 군부 쿠데타 지지자들이 27일(현지시각) 수도 니아메에 위치한 집권당 본부에 불을 지르고 시위하고 있다. 전날 니제르 군부는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선언했다. 2023.07.28. AP 연합뉴스

"아프리카, 발칸, 중동서 옛 갈등이 새 위기로 불붙어"

경제와 정보기구, 군사력 등 종합적 전략자산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국은 △ 중국 견제 차원의 EU-인도-중동을 잇는 경제회랑 건설 △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파트너십 강화 △ 사우디 등 아랍국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중재 △ 기후변화 대처 등과 같이 나름 국제적 역할에 힘을 쏟고 있지만, 그동안 우크라 전쟁과 대만 문제 등에 너무 주력한 나머지 최근 나고르노-가라바흐 사태나 일련의 서아프리카 쿠데타 등에는 아예 손 놓고 있다. 또한 극단화되는 정쟁과 확대되는 행정부-의회 간 괴리로 외교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신중'을 국가의 정체성으로 여길 만큼 대가를 치르는 전쟁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그 결과, 글로벌 사우스(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의 개도국·저개발국)에서 위상이 커지고 경제 대국의 명성도 얻었다. 또한 충분한 군사력은 보유했지만, 러시아나 미국에 비하면 군사력 사용을 훨신 자제하는 편이다. 이들은 "그러나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과 불가침에 대한 명성을 글로벌 문제들에 대한 성공적 관리로 바꿔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중재자를 자임하면서 지난 2월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제시했지만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 내용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전쟁의 장기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3월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중재를 발표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재 의지를 천명했지만, 그 후 기여한 게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고 국내 경제 문제에 짓눌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하고 싶어 하지만 가장 능력이 없는 중재자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튀르키예 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9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부' 아타튀르크 영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 10.29 [EPA=연합뉴스]
튀르키예 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9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부' 아타튀르크 영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 10.29 [EPA=연합뉴스]

에르도안, 한국전 참전 언급…팔' 수호 의지 천명

키머지와 노트는 "지금은 강대국 경쟁의 또 하나의 시기일 뿐 아니라, 파워가 무질서하게 파편화하는, 강대국 위축의 시대이기도 하다"며 "중강국과 지역 강국들이 더욱더 대담하게 목소리를 내고, 강대국들은 무기력하게 방관하는 일이 매우 잦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가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으로 변질한 데 대해 이란과 튀르키예가 가장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8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오니스트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이스탄불에서 열린 대규모 친팔레스타인 집회에 참석해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특히 에르도안은 튀르키예 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9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한국전 참전을 언급한 뒤 "세계의 수호자"로서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를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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