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블링컨 워싱턴 회담…'이-팔 전쟁 해법' 이견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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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0-30 10:00 조회1,06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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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블링컨 워싱턴 회담…'이-팔 전쟁 해법' 이견 조율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3.10.27 17:55
'두 국가 해법' 공감대, 이스라엘 폭격 대처엔 이견
미국, 중국에 이란 자제 요청…중국, 휴전 강조한 듯
설리번 "미·중 경쟁 최종 상태, 소련 붕괴와 달라"
시진핑 11월 방미, 바이든과 정상회담 등 협의
두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두 초강대국의 외교부 장관들이 만났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오후 국무부 청사에서 방미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했으며, 27일에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방미 기간에 왕 부장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예정이며, 조 바이든 대통령 예방 가능성도 크다. 왕이의 이번 방미는 지난 6월 블링컨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고위급 소통채널 유지를 통한 안정적인 미·중 관계 관리 노력의 일환이다.
회담에 대해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두 장관이 "이견 분야와 협력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양자, 지역, 국제 이슈를 논의했다"면서 블링컨은 "미국은 미국의 이익과 가치, 동맹국과 파트너국의 이익과 가치를 계속 옹호할 것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은 건설적 분위기에서 중·미관계와 공동의 관심사를 두고 깊이 있게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미국, 중국에 이란 자제 요청…중국, 휴전 강조한 듯
때가 때인 만큼 두 장관은 당장 수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무차별적인 팔레스타인 공습과 20개월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의 입장이 상당히 달라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 기회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중대한 국제 현안과 관련해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로 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우크라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관해선 상대적으로 침묵하는 것에 실망해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와 관련해 밀러 대변인은 중동에서 "영향력 있는 강대국인 중국은 가능한 모든 능력을 동원해 진정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하마스의 주요 후원자인 이란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보는 중국의 시각은 다르다. 제국주의 영국의 지원에 힘입은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고향 땅에서 강제로 쫓겨난 이후 지난 75년간 이어진 팔레스타인인의 고통과 수난을 완화하는 유일한 길이 이른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이란 점에는 미·중 양국은 공감한다. 하지만 미국은 선제 기습공격을 가한 하마스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보복을 구실로 65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을 용인하는 반면에, 중국은 즉각적 휴전과 이스라엘의 폭격 중단이 더 이상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두 국가 해법' 공감대, 이스라엘 폭격 대처엔 이견
두 나라의 입장 차가 커 좁히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18일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은 △ 이스라엘 자위권 지지 △ 가자지구 인도 지원 △ 민간인 보호와 이스라엘의 전쟁법 준수 △ 하마스의 팔레스타인 대표성 부정 △ 두 국가 해법 공약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쟁법은 물론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한 채 무차별 폭격을 퍼붓고 있다.
전략경쟁을 하는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도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다. 회담에 앞서 왕 부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중미 두 대국은 이견과 갈등이 있지만 중요한 공동이익과 함께 대응해야 할 도전들이 있다.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오해와 오판을 막고, 끊임없이 공동 인식을 확대하고 호혜적 협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고, 블링컨 장관은 공감을 표시했다. 미·중 전략경쟁의 '최종 상태'와 관련해 바이든의 책사인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소련의 붕괴처럼 중국이 붕괴하는 게 아니라 곧 국제무대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남을 것으로 봤다.
설리번은 '미국 국력의 원천'이란 제목의 <포린 어페어즈> 24일 자 기고에서 오늘날 미·중 전략경쟁의 성격을 "상호의존 시대의 경쟁"으로 규정하고 "그 경쟁은 제로섬이 아닌 진정으로 글로벌하며, 양측이 직면하는 공동의 도전들도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에 밀물과 썰물 교차할 것이고, 미국은 이익을 얻겠지만 중국도 얻을 것이다"라고 했다.
설리번 "미·중 경쟁 최종 상태, 소련 붕괴와 달라"
설리번은 미·중 경제 관계를 보는 미국의 스탠스를 명확히 정리했다. 중국과의 대규모 무역·투자 관계를 계속 이어가되,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요구하고 미국 기술을 이용해 미국에 해를 끼치는 반칙을 막고자 "디리스크"(위험 제거)와 다양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인도와 같은 "같은 생각을 지닌" 파트너국, 동맹국과의 기술협력 강화와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에 대한 투자 유지도 거론했다. 설리번은 이른바 '작은 마당, 높은 담장' 비유를 들며 "우리는 특정한 몇몇 민감한 기술들을 보호하고자 맞춤형 제한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미국의 디리스크도 '중국 죽이기'의 일환으로 보고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의 수출통제 등으로 맞서고 있어 이날 회담에서도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이슈에 대한 두 나라의 시각도 많이 다르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중국이 결국은 무력을 통해 대만의 현상을 변경하고자 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이 사안을 주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중국은 미국이 1972년 수교 당시 인정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해 내정 간섭을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문제도 유사하다.
이번 회담에서 획기적인 합의가 나오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양국은 현 수준에서 협력 가능한 부분을 찾는 데 집중하면서, 전략적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가드레일'(안전장치)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경제문제로 고민이고, 미국도 '두 곳의 전쟁'에 관여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관계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1월 15∼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방미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문제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양국 간 최근의 고위급 교류에 대해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그것은 오해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의사소통 실패를 피하고,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대형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양국 관계의 하향 추세를 저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베이징은 최근 안정화의 가치를 인식하는 듯한 고무적 사인이 있지만, 긴장이 불가피하게 터질 때 그 채널들이 견뎌낼 수 있는지가 진정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