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0년 중동정책 실패, 팔레스타인 대재앙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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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0-25 09:26 조회99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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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0년 중동정책 실패, 팔레스타인 대재앙 불렀다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3.10.25 06:30
최대 실책은 이란·팔레스타인 배제한 평화 프로세스
월트 "트럼프, 이란 핵합의 파기…몇몇 불행한 결과"
아브라함협정, 700만 팔'주민 지우기…참극 예고
23일 현재 사망자 팔' 5087명, 이스라엘 1405명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집단 살해와 납치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채 17일째 무차별 폭격을 가하면서 23일 현재 어린이 2055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5087명이 숨지고 1만5273명이 다쳤다. 또한 이스라엘 사망자는 1405명, 부상자는 5천431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에도 폭격을 더 강화하고 지상전 준비도 마쳐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가자지구 대참사가 확대일로인 가운데, 신현실주의 국제관계 이론의 대가인 스티븐 M. 월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근본 원인은 미국'이란 제목의 <포린 폴리시>(10월 18일 자) 기고를 통해 지난 30여 년 미국 역대 행정부들의 중동 정책 실패가 어떻게 이런 대재앙으로 귀결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의 저작으로는 '동맹의 기원', '혁명과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 외교정책'(공저) 등이 있다.
월트 교수는 시오니스트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 아랍인 간 분쟁의 역사가 깊지만, 미국이 걸프전을 통해 유일한 역외 강대국이 되고 미국 국익에 맞는 중동 질서 구축을 시도한 1991년을 기점으로 잡았다. 그리고 오늘의 비극을 낳은 5가지 핵심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마드리드 평화회담, 이란 배제로 분란의 씨앗 뿌려
그 첫 번째가 1991년 1~2월 진행된 걸프전에서의 승리다. 월트 교수는 "걸프전은 미국의 군사력과 외교 예술을 멋지게 보여주며 사담 후세인이 역내 세력 균형에 가한 위협을 제거했다"며 "소련 붕괴(1991년 12월)가 다가오면서 미국은 이제 확고하게 운전석에 앉았다"고 썼다. 이 기회를 활용해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그해 10월 마드리드 평화회담을 주재했다. 이스라엘, 시리아, 레바논, 이집트, 유럽경제공동체(EEC), 요르단-팔레스타인 합동 대표단이 참가했다. 큰 성과 없었지만, 평화적 중동 질서 구축을 위한 토대를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 회담에 이란을 배제함으로써 분란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월트 교수에 따르면, 이를 계기로 이란은 "거부 세력" 모임을 조직하고 그간 무시해온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에까지 손을 내밀었다. 이란은 자국 이익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미국 주도의 새 중동 질서 창출 노력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하겠다. 실제로 자살 폭탄과 극단주의자의 폭력 행위로 오슬로협약 협상 프로세스가 흔들리고 '협상에 따른 정착'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지도 타격을 받았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평화는 붙잡지 못하고 이란-서구 관계가 악화할수록 이란-하마스의 유대는 계속해서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중대한 사건은 2001년 9‧11 테러와 뒤이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 제거를 통해 이른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없애고 적들에게 미국의 힘을 각인하며 더 넓게는 테러리즘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민주주의 실현을 통해 중동 전역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길을 닦게 될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론 미국은 이라크 수렁에 빠졌고 이란의 전략적 위상은 극적으로 높아졌다. 이 같은 걸프 지역의 세력 균형 이동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걸프 국가들의 불안을 키워 이란의 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일부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관계를 바꾸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 주도의 "레짐 체인지"(체제 전복)에 대한 공포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촉발했고 이란은 꾸준히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강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받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이란 핵합의 파기…몇몇 불행한 결과"
세 번째는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신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채택한 사건이다. JCPOA는 이란과 '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긴 협상 끝에 2015년 합의했다. 월트 교수는 "이 바보 같은 결정은 몇몇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개와 핵 능력 고도화,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 선박과 사우디 유전에 대한 공격 등을 거론했다. 이런 상황은 사우디의 우려를 증폭시켜 자체 핵 보유에 관심을 돌리게 했으며, 이스라엘과 일부 걸프 국가 간의 안보협력을 부채질했다는 얘기다.
네 번째 사건은 이스라엘이 일부 아랍 국가와 관계 정상화를 위해 맺은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이다. 이에 대해 월트 교수는 "아마추어 전략가 재러드 쿠슈너의 아이디어"라고 썼다. 트럼프의 사위인 쿠슈너는 유대인으로 당시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중동 정책 총괄 고문직을 맡고 있었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은 2020년 9월 UAE, 바레인과 각각 양자 협정에 서명했으며, 그 후 모로코, 수단으로 확대했다.
아브라함 협정의 '결함'에 대해 월트 교수는 "실제로 이들 나라는 이스라엘에 적대적이지도 않고 해칠 능력도 없어 평화의 대의를 진전시키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당시 다른 나라들은 이스라엘 지배하에 사는 7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 운명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역내 평화는 달성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지우기를 시도한 셈이다.
아브라함협정, 700만 팔'주민 지우기…참극 예고
문제는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월트 교수에 따르면, 바이든은 지난 2년간 팔레스타인인의 죽음과 난민 증가를 초래한 극단주의 정착민들의 폭력적 행동에 대한 극우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을 중단시키는 의미 있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못했다. 또한 이란 핵합의에 즉각 복귀하겠다던 대선 공약도 못 지켰다. 그 대신 주된 초점을 안전보장 공약과 첨단 핵기술 접근의 대가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도록 사우디를 설득하는데 맞췄다. 그러나 이것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 해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사우디를 중국과 더 가까워지지 못하도록 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월트 교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와 마찬가지로 미국 고위 관리들도 어떤 팔레스타인 그룹이든 이 프로세스를 흔들거나 지연시키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다시 주목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여겼지만, "불행히도 사우디-이스라엘 협상 소식이 하마스에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동기가 됐다"고 풀이했다.
다섯 번째 요소는 이른바 평화 프로세스의 실패다. 1993년 9월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서명한 오슬로협약 이후 평화 프로세스의 관리는 미국이 '독점'해왔다는 게 월트의 견해다. 1995년 9월에는 이집트 타바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에 서안과 가자지구에 대한 잠정 협약(오슬로Ⅱ협약)을 맺었다.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지도자를 캠프 데이비드로 불러 최종 평화협정을 중재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월트 교수는 "활짝 핀 일극 시대에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 부시, 버락 오바마가 '두 국가 해법'을 반복적으로 공약했지만, 그 결과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두 국가 해법에서) 더 멀어졌고 아마도 불가능할 것 같다"고 적었다. 결론적으로 지난 30여 년 미국이 펴온 중동 정책의 최대 실책은 역내에 일정한 지분이 있는 이란과 함께 이스라엘의 건국 당시 고향 땅에서 강제로 추방되고 그 이후 75년간 ‘열린 감옥’에 갇혀 비인간적 삶을 강요당하는 팔레스타인을 배제한 대목이다.
최대 실책은 이란·팔레스타인 배제한 평화 프로세스
월트 교수가 보기에, 미국의 중동 정책 실패 여파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일극 체제와 "규칙에 기초한 질서"에 도전하며 다극화된 질서로 재편하려는 중국,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이란 등과 같은 '수정주의 세력'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봤다. 미국이 30년 이상 중동 지역을 관리했지만, 미국의 리더십이 내놓을 만한 생산적 성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동의 현주소에 대해 이들 나라가 "이라크와 시리아, 수단, 예멘에선 파괴적 전쟁들이 있었고, 레바논은 생명을 경우 부지하고, 리비아는 무정부 상태이며, 이집트는 휘청거리며 붕괴를 향하고 있다. 테러리스트 그룹들은 변형과 변이를 통해 일부 대륙에 공포를 심고, 이란은 핵무기에 근접해 있다. 또한 이스라엘에는 안보가 없고, 팔레스타인인에겐 안보도 정의도 없는 상태다"라고 비판해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게 월트 교수의 생각이다.
월트 교수는 "당신이 부상하는 중국에 대처하는 걸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미국의 과거 행동들이 현재의 위기에 얼마나 기여하고, 과거의 그늘이 장래에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에 얼마나 지속해서 해를 끼칠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월트 교수는 바이든과 그의 외교정책팀이 "숙련된 기계공이지 건축가는 아니다"라면서 "이들은 중동이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정말 잘못 알고 있고, 지금 반창고를 붙인다면 그 밑의 상처들은 전혀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이번 사태의) 최종 결과가 단지 '10‧7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 현상 유지하는 것이라면" 지켜보던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실망과 반감 속에서 "이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 때"라고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