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임 하원의장에 25일(현지시간) ‘친트럼프’ 강경 보수 인사인 마이크 존슨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선출됐다. 이로써 초유의 의장 해임 이후 3주 넘게 계속된 의회 마비 사태는 해소됐다. 하지만 공화당 내 극심한 분열로 인해 세 명의 의장 후보가 잇따라 낙마하는 등 하원 난맥상이 뚜렷해지면서 예산안 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임신중단, 우크라이나 지원 등 주요 현안에서 극단적인 입장을 취해 온 존슨 의장과 민주당 간 대립 구도도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진행된 하원 본회의 표결에서 존슨 의장은 재석 의원(429표) 가운데 공화당 소속 의원 전원으로부터 220표를 얻어 과반을 획득했다. 민주당 측 후보로 나선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 전원으로부터 209표를 받았다. 앞서 존슨 의장은 전날 밤 톰 에머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가 후보로 선출된 지 네 시간 만에 자진사퇴한 이후 네번째 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2016년 첫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4선을 지낸 존슨 의장은 당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의원으로 꼽힌다. 헌법 전문 변호사 출신인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 인증에 반대하는 ‘법적 논리’를 개발하는 데 앞장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당시 트럼프 변호인단에도 참여했다.
존슨 의장은 공화당 초강경 모임 ‘프리덤 코커스’에는 몸담고 있지 않지만, 주요 이슈마다 강경 보수 색채를 분명히 해 왔다. 특히 임신중단에 대한 형사 처벌을 옹호하는 등 극단적 입장을 보여왔다. 성소수자 관련 사안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성적 지향·정체성 교육 금지 등을 지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존슨 의장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골자인 예산안에 두 차례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납세자들이 지난 한 해 1000억 달러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그들은 이처럼 엄청난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돈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투명하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지원은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중동에서 우리의 위대한 동맹이 공격받고 있다”며 첫번째 안건으로 이스라엘 지원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존슨 의장은 공화당 최대 모임 연구위원장을 지내기는 했지만 하원 지도부 등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의원” “수십년 만에 (선수가 낮은) 가장 주니어 의원”으로 거론되는 등 정치적 중량감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