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옥수수를 말리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금강산 골프장에 이어 또 다른 한국 측 시설이 같은 용도로 활용되고 있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일 개성공단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노란색으로 물든 도로가 보입니다.
노란색 지대는 개성공단에서 알파벳 U자 모양으로 형성된 남쪽 도로 약 1.4km 구간과 중간 지점 도로 약 500m에 걸쳐 조성돼 있습니다.
또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건물 앞 가로 30m, 세로 75m의 공터도 노란색 물체로 가득합니다.
노란색 지대를 길이로만 놓고 본다면 무려 2km에 이른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에선 10월을 전후해 평평한 길 위에 옥수수를 말리는 광경이 종종 포착됐습니다. 이 광경은 위성사진 상에선 노란색 지대로 나타나곤 했는데, 이에 따라 이번에 개성공단을 노랗게 물들인 물체 역시 옥수수 등 농작물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개성공단 도로에서 농작물이 처음 포착된 건 지난달 22일입니다. 이날 남쪽 도로의 동쪽 끝부분 약 70m 구간과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공터에 노란색 지대가 형성됐습니다.
이어 이틀 뒤인 24일엔 남쪽 도로의 노란색 지대가 500m로 늘어났고, 이후 서쪽과 북쪽으로 연결된 도로로 이어지면서 노란색으로 물든 도로의 길이도 더 길어졌습니다.
이후 이달 5일 절정을 이룬 노란색 지대는 10일과 11일 사이 어느 시점부턴 자취를 감췄습니다.
25일 현재 개성공단 도로에선 노란색으로 된 구간은 더 이상 없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달 금강산 관광지구의 골프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이 이 일대를 옥수수를 말리는 장소로 활용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금강산 골프장은 한국의 리조트 기업인 아난티가 현대아산으로부터 임대한 대지에 세운 시설로, 북한은 지난해 골프장 내 숙박 단지를 무단 철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8월 중순부터 이곳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건물 바로 앞 공터에서 노란색 물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포착된 것입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데이비드 슈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당시 VOA에 “그간 북한이 평평한 콘크리트 지대에서 옥수수와 곡물을 말리는 장면을 봐 왔다”며 금강산 골프장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포착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종합하면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는 물론 또 다른 한국 측 자산이 몰려 있는 개성공단마저 곡식 건조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다만 사실상 방치된 금강산 관광지구와 달리 개성공단에선 무단 가동 정황이 지속적으로 포착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 VOA는 이달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촬영한 야간 위성사진을 분석해 개성공단에서 올해 중순부터 밝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낮에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버스와 인파, 자재가 포착된 데 이어 야간에 불빛까지 관측되면서 북한이 밤에도 공장을 불법 가동하는 듯한 정황을 노출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VOA에 “최근에도 공단 내 차량과 인원의 출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야간 점등 상황도 확인된다”며 북한이 개성공단 내 공장 일부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고,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