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간첩, 그리고 사보타주(고의·비밀 파괴공작)에 관해 방첩 활동을 강화하라고 28일 연방보안국(FSB)에 지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FSB와의 회의에서 "러시아로 들어오는 사보타주 그룹을 막고 기반시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라"면서 "서방 기관이 러시아 내 테러주의자 또는 극단주의 조직을 되살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러시아로 불법 무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고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는 헤르손과 자포리자, 도네츠크, 루한시크 등지로, 지난해 9월 현지 친러 행정당국이 주도한 주민투표를 거쳐 그 다음달 러시아 정부가 병합 처리한 곳들입니다.
■ "사회 분열 시도 적발해야"
푸틴 대통령은 이날(28일) 회의에서 "우리 군과 사법기관 통제 시스템, 방산기업, 중요 기술과 개인 데이터와 관련한 중요 정보는 확실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분리주의와 민족주의, 네오나치즘, 외국인 혐오를 무기 삼아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약화하려는 자들의 불법 활동을 적발하고 멈춰야 한다"면서 "지금 우리 땅에는 이런 쓰레기들을 되살리려는 시도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가 있던 당일(28일), 전날 밤부터 모스크바 인근을 비롯한 러시아 본토 곳곳에 드론이 출현하면서 일부 기반시설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러시아 매체들은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에선 아직 공식 반응이 없습니다.
현지 언론은 이번에 출현한 드론이 2021년 개발된 우크라이나제 'UJ-22'이라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해당 기종은 14시간 동안 800km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 '뉴스타트' 참여 중단 명문화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28일), 앞서 상·하원을 통과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 결정 이행 법안에 서명해 공식 발효시켰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연례 국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핵 군축 협정인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푸틴 대통령의 결정을 이행하는 법안이 다음날인 22일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데 이어, 상원인 연방평의회에서도 가결됐습니다.
이번에 푸틴 대통령의 서명으로 뉴스타트 불참을 명문화한 것입니다.
■ 미-러 유일 핵 통제 조약
뉴스타트는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해 이듬해 발효된 협정으로, 양국이 배치할 수 있는 장거리 핵탄두를 1천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두 나라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지난 1991년 7월 미국과 옛소련 간에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의 맥락을 이어가는 것이어서 뉴스타트로 불립니다.
뉴스타트는 2019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공식 파기되면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핵 통제 조약입니다.
■ 복귀 여지는 열어놔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서명·발효시킨 법규는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뉴스타트 참여를 재개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정연설 당시 뉴스타트에 관해, 참여를 중단하는 것이고 완전히 탈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복귀 조건으로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 통제를 내세웠습니다.
곧이어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결정은 뒤집힐 수 있다"며 미국이 정치적 의지와 긴장 완화를 위한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이 자신들의 입장에 귀를 기울여야, 뉴스타트 복귀에 관해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28일자 '이즈베스티아' 신문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