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또다시 피해자 인권과 존엄 짓밟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3-07 09:14 조회894회관련링크
본문
“한국 정부가 또다시 피해자 인권과 존엄 짓밟아”
- 이광길 기자
- 승인 2023.03.06 17:27
대리인단·지원단체, “정부 ‘해법’은 집행절차에 영향 못줘”
“윤석열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에 급급하여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이 아닌 ‘기부금’을 받으라며 부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며 피해자들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고 있는 것이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들의 대리인 임재성·김세은 변호사와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민족문제연구소의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이 6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비판했다.
특히, 윤석열정부가 발표한 ‘해법’은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전범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 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일본의 선의에 기대어 ‘성의 있는 호응’, ‘기여’라는 표현을 고집하며 숙제검사를 받는 학생처럼 일본 정부에게 저자세로 일관하여 △일본의 사과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그 어떤 재정부담도 없는 오늘의 굴욕적인 해법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도 강제동원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가 25년전 과거 총리의 담화를 또다시 되풀이한다고 어느 누가 그것을 진정한 사죄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일본조차 그것을 사죄라 말하지 않을 것”인데, “가해자가 사죄라고 하지 않는 것을 피해자에게 사죄로 생각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10여년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화해 협상에서도 나왔던 장학기금은 한국의 외교참패를 감추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일 경제단체가 ‘(가)미래협력기금’을 조성, 운영한다는 방안을 겨냥한 것이다.
대리인단은 향후 대응책도 밝혔다.
해법에 동의하는 피해자들은 채권소멸(포기) 절차를 진행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의 경우 이전과 같이 집행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임재성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민법 제469조 1항)에는 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경우, 한국 정부가 공탁 등의 방식으로 채권을 일방적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것.
만약,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방적으로 공탁을 하여 집행사건에 제출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집행절차에서 공탁의 무효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법적으로 계속 다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피해자 다수가 동의한 것처럼 몰아간다’는 지적에 대해, 임 변호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명시적으로 동의한 피해자는 절반 이하”라고 했다. 특히, 양금덕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 3명은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원고 기준 14명)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와의 공통점’에 대해, 김영환 실장은 “피해자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고 짚었다. “2015년 합의는 그래도 ‘위안부’ 사안에 대한 사죄가 있으나 이번에는 ‘강제동원’을 특정한 사죄가 없으니 더 후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세은 변호사는 새로운 사실도 밝혔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에 가진 7천만원 가량의 채권에 대해, 2021년 9월 서울중앙지법이 압류·추심결정을 했고 이미 효력이 발생한 상태라는 것.
임재성 변호사는 “양국 정부의 외교적 협상을 지켜보고 액수도 작아서 굳이 밝히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추심의 소를 곧 하겠다”고 밝혔다.
입만 열면 ‘인권’을 외치더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쌍수 들고 환영하는 미국의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김영환 실장은 “1965년 한일협정, 2015년 위안부 합의, 그리고 이번에도 미국의 압력이 있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오늘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법’을 발표한 것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미래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한 총리는 “양국 간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청소년·대학생 등 미래세대를 위한 교류 사업 확대와 함께, 문화·외교·안보·경제·글로벌 이슈 등 분야별 협력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