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이후 수출 물량 크게 늘어
중동·러시아의 ‘원유 협력’ 강화 보여줘
중동·러시아의 ‘원유 협력’ 강화 보여줘
러시아의 주요 원유 생산 시설이 있는 흑해 연안 노보로시스크 항구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노보로시스크/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자국산 원유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동의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에도 원유를 수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통신은 에너지 시장 분석 기관들의 유조선 운항 추적 기록을 인용해 적어도 150만배럴의 러시아산 원유가 아랍에미리트로 수출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주요 원유 수출국인 아랍에미리트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중동 국가들과 러시아가 협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통신은 러시아 원유의 아랍에미리트 수출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지난해 4월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에너지 분석 기업 크플러의 자료를 보면, 첫 수출은 2019년 시작됐고 지난해 4월부터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다. 또 다른 분석 업체 ‘레피니티브 에이콘’은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지난해 처음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업체 또한 수출 물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시기를 지난해 4월 이후로 보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아랍에미리트의 루와이스 정유 시설에 도착한 것이 확인됐고, 이달 초에도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푸자이라 항구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확인됐던 아랍에미리트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사례는 지난해 4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코즈미노 항구에서 푸자이라 항구로 수출된 것이 유일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이 유조선을 통한 자국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서방이 지난해 12월부터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팔리는 러시아산 원유 수송을 금지하는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인도·중국·아프리카 등에 대한 원유 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한 논평 요구에 응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원유 무역 관련 소식통은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원유 수출이 종종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추적하고 있는 벨기에의 싱크탱크 브뤼헐의 자료를 보면, 러시아의 유조선을 통한 원유 수출량은 올해 1월 주당 400만t 이상을 기록하면서 300만t 수준에 그친 지난해 초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수출량의 66.8%는 유럽연합이나 주요 7개국(G7)이 아닌 지역으로 수출된 물량이다. 이는 지난해 1월 21.1%의 3배 이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유조선을 통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러시아 원유 수입도 완전히 중단되진 않아, 1월 러시아 전체 수출량의 14% 정도를 차지했다고 브뤼헐은 파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