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규탄 아랍 전역 확산…"가자 병원 폭격 만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0-19 09:48 조회976회관련링크
본문
이스라엘 규탄 아랍 전역 확산…"가자 병원 폭격 만행"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3.10.18 16:20
'무방비' 피란민‧환자 몰살 참사…최소 500명 사망
미국, 이스라엘 비판 없어…반미‧반서구 시위 확산
아랍 정상들, 병원 폭격 항의…바이든 회담 '거부'
난감한 바이든, 이스라엘 도착…'중동 통제력' 위기
바이든, 가자 병원 폭발 "다른 팀의 소행으로 보여"
팔' 서안지구선 아바스 반대 시위대와 보안군 충돌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살해‧납치한 하마스 규탄과 이스라엘 동정론이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그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하마스에 대한 보복 공격을 구실로 2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는 초밀집 지역인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한 채 물과 식량, 전력 공급을 전면 차단하고 12일째 무차별 폭격을 퍼부으면서 민간인 희생이 급증하며 '지옥도'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자시티 병원 폭격이 기름을 부었다. 17일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스라엘 군이 알아흘리 아랍 병원을 공습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 그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날 게 확실시된다. 2008년 이후 가자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 하마스의 '오발' 탓으로 책임을 돌렸지만, 폭탄의 위력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그 주장은 신빙성이 거의 없다.
'무방비' 피란민‧환자 몰살 참사…최소 500명 사망
병원 폭격은 팔레스타인과 인근 아랍‧이슬람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에 충격과 분노를 촉발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피란민과 부상자, 환자 등으로 가득 찬 민간인 보호시설인 병원을 공격한 것은 국제법상 '전쟁 범죄'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반인륜적 만행'이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제쳐두더라도 사태를 관망해오던 팔레스타인 당국도 나섰다. 로이터·AFP 등에 따르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병원 대학살"이라고 비난하며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란과 레바논 등도 이날을 '공식 애도의 날'로 선포하며 추모했다.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우리는 그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우리를 그곳에서 추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아랍‧이슬람 국가들도 이스라엘의 '만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곳곳에서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미국 등 서방 국가를 규탄하는 시위가 봇물 터지듯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이런 위험한 사태 전개는 국제사회에 이스라엘의 범죄 행위와 관련해선 국제법을 선택 적용하는 이중기준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며, 무방비의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진지하고 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안지구와 접경한 요르단 외무부는 "이스라엘이 이 심각한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했고, 카타르 외무부는 "잔인한 학살이자 무방비 상태 민간인에 대한 극악무도한 범죄다. 국제법 조항의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비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안와르 가르가쉬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고문도 X(옛 트위터)를 통해 "비난받을 이스라엘의 가자 병원 공격으로 무고한 이들의 비극과 끔찍한 장면"을 개탄한 뒤 국제법상 민간인은 공격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썼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사우디‧이란 포함 아랍‧중동 전역 규탄 동참
이란의 반응은 더 격렬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병원에서 팔레스타인 부상자들 위로 떨어진 미국·이스라엘 폭탄의 화염이 곧 시오니스트들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학살"과 "잔인한 범죄"라면서 무슬림과 아랍인들에게 "거리와 광장으로 즉시 가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16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가자 민간인 살해를 지속한다면, '저항의 축'으로 알려진 지역 민병대 네크워크가 여러 곳에 전선을 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가치도 없는 이스라엘의 공격 사례"라며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잔혹함을 멈추기 위해 모든 인류가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바레인 외교부는 "가자에서의 긴급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위한 평화 프로세스의 복원과 폭력 사태의 진정과 중단을 위한 "어떤 지역적, 국제적 노력도 지지할 것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연합(AU)도 나섰다. 무사 파키 마하마트 AU 집행위원장은 X를 통해 "오늘 이스라엘이 가자 병원을 폭격해 수백 명이 사망한 것에 대한 우리의 비난을 충분히 표현할 말이 없다"며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벌어지는 공포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의료에 대해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온 지역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이스라엘 비판 없어…반미‧반서구 시위 확산
그러나, 미국은 민간인 희생에는 애도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은 비판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히 미국은 분쟁 중에 민간인 생명 보호를 옹호한다. 이번 비극에서 사상한 환자와 의료진, 다른 무고한 분들을 애도한다"고만 말했다.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미국 등 서방국의 태도는 당연히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베이루트 주레바논 미국 대사관 앞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으며,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도 수백 명이 시위를 펼치며 돌을 던지기도 했다.
튀니지에서도 규탄 시위가 있었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프랑스 대사관 앞에 모여 "프랑스인과 미국인은 시오니스트 동맹들"이라며 "튀니지에서 미국 대사관을 철수하라"고 외쳤다.
이란의 테헤란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영국과 프랑스 대사관 앞에 모여 "프랑스와 잉글랜드에 죽음을"이라고 소리치고 대사관 벽에 달걀을 던지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이스라엘과의 투쟁에 '미온적인' 아바스 수반에 대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시위대와 팔레스타인 보안군이 돌과 최루탄을 교환하며 충돌하기도 했다. 요르단 암만에서는 분노한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 급습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번 공격은 분명히 전쟁 범죄"라며 "최종 책임은 다른 나라와 다른 대륙에서 전쟁으로 돈을 버는 바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난감한 바이든, 이스라엘 도착…중동 통제력 위기
가장 난감한 처지에 빠진 것은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이다. 이스라엘의 병원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현지와 그 주변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미국의 통제력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지지'를 재확인하고 가자 민간인 피해 해소책을 찾은 뒤, 요르단 암만으로 건너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아바스 수반과 만나 전쟁의 물결이 가자지구 너머로 넘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 정상들은 이스라엘의 병원 폭격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이와 관련, 영국 BBC는 "몇 년 전만 해도 아랍국가들이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이렇게 거부할 용기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 중동에서 미국 영향력 약화 조짐으로 봤다.
'반쪽 순방'이 됐지만, 바이든은 네타냐후를 만나기 위해 예정대로 출국해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바이든은 텔아비브 국제공항 활주로로 직접 나온 네타냐후의 영접을 받았다. AP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 자리에서 가자 병원 폭발은 "내가 본 것에 의하면, 당신이 아니라 다른 팀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아랍세계의 반발을 예고했다.
바이든, 가자 병원 폭발 "다른 팀의 소행으로 보여"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NBC 방송을 통해 "그들(이스라엘)의 계획, 그들의 전략, 현지 진행 상황에 관해 직접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지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가자에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바이든이 직접 방문해 이스라엘의 전략을 확인하는 목적도 있다는 얘기다. 뭣보다 하마스와 가자지구를 확실히 구별하는 한편,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군사작전은 과도한 보복이 돼선 안 되고 국제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네타냐후에게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중동 전문가인 조너선 페니코프는 NYT에 "미국은 이스라엘을 아주 긴밀하게 지원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에 실제 주요 전략이 없다는 점이 장기적으로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명예회장도 "지속가능한 유일한 해결책은 하마스와 가자를 구별하는 것"이라며 "방문 리스크는 크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장기간 가자 점령이나 침공은 현실적이거나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분명히 할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계기로 18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제 현안을 놓고 양국 공조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중국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가자 보복 공격을 "자위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하는 '두 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한 평화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러시아는 지난 13일 인질 석방, 인도주의 지원 접근, 민간인 안전 대피 등을 담은 휴전 촉구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올렸으나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