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 병원 폭발 참사를 보는 또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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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0-20 09:26 조회98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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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 병원 폭발 참사를 보는 또 다른 시각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3.10.19 16:45
"누구 책임이든 미국 향한 엄청난 분노로 귀결"
할리디 "서구 제외 모두가 이스라엘 공격 믿어"
'이스라엘 퍼스트' 정책…'인종청소' 용인 뜻해
"팔레스타인인 동정 표시와 테러리즘 동일시해"
"미국, 중동서 1967년 전쟁 이후 가장 위태"
"누구의 책임이든 간에 가자지구의 막대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뿐 아니라 이스라엘 지지로 인해 미국을 향한 엄청나고 엄청난 분노로 귀결될 것이다."
세계적인 중동 문제 전문가이자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역사학자인 라시드 할리디 교수는 18일 미국의 비영리 매체인 <데모크라시 나우> 인터뷰에서 전날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 병원 폭발 참사의 '책임'을 놓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상대방을 지목하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을 급히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자 내 테러리스트 그룹이 잘못 발사한 로켓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해 진실 공방에 가세했다. 바이든은 "미국 국방부 자료"를 판단 근거로 들었다.
인터뷰에서 할리디 교수는 △ 이전에 이스라엘이 병원과 학교를 위협한 점 △ 이전에 이스라엘이 병원과 학교를 타격한 점 △ 이슬라믹 지하드와 하마스가 사용한 그런 종류의 무기는 탄두(개수)가 아주 제한돼있는 점 등을 들며 "이스라엘이 주장하듯이 오발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이 공개한 비디오 영상이 병원 공격이 있고 40분 후에 생산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들은 자신들의 한 모든 행동에 대한 변명을 제조하는 탁월한 기계(시스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 이스라엘 정보 기구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할리디 "서구 제외 모두가 이스라엘 공격 믿어"
팔레스타인의 명문 할리디가 출신으로 1992년 오슬로 회담의 일환이었던 워싱턴 교섭에 고문으로 참여했던 그는 현재 뉴욕 컬럼비아대의 현대 아랍 연구 담당 에드워드 사이드 교수로 재직 중이며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할리디 교수는 "어떤 경우든 인식이 현실"이라면서 현 상황에선 '누구의 소행인지'가 아니라, '누가 했다고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이 지난 11일 동안 가자지구에 적어도 6000개의 폭탄을 퍼부은 점을 들면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 중 했던 일에 대해 얼마나 체계적으로 거짓말을 해왔는지를 아는, 최소한 중동 지역 주민으로선 이번 일을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했을 거라고 믿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은 중요한 사실은 팔레스타인 주민, 아랍 주민, 그리고 소규모의 미국과 서유럽 미디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이번 사태를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네타냐후를 만나 '전폭 지지'를 천명한 것과 관련해 그는 "바이든은 전 세계가 보는 가운데 미국이 모든 걸 책임진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엄청난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 예산은 "사람들의 마음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나라는 관념을 각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디 교수에 따르면, 이것은 무고한 민간인의 죽음과 북부 가자의 인종청소 등 현재 가자지구에서 진행되는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것임을 뜻하고 그 결과 이런 모든 일에 대한 비난을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도 받게 돼 있다. 그는 "미국은 중동에서 1967년 전쟁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1967년 6월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아랍연합군을 이기고 서안지구(요르단), 가자지구(이집트), 골란고원(시리아)을 강제 점령했으며, 그 이후 점령지역에 정착촌 건설을 확대하며 자국 영토화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퍼스트' 정책…'인종청소' 용인 뜻해
이스라엘이 북부 국경에서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을 그는 "가장 종말론적 시나리오"로 봤다. 할리디 교수는 "그것은 시리아와 이란, 그런 다음 아마도 미국 등 다른 많은 행위자를 불러들이면서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전쟁으로 바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가 상황이 그렇게까지 비화하는 것은 꺼리겠지만, 그중 누군가의 도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통제를 벗어난 행동으로 인한 전혀 의도하지 않는 결과가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자칫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레바논과 이스라엘 북부 지역이 초토화될 뿐 아니라 그 너머로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미국 대통령이라면 어떤 해결책을 내놓겠느냐'는 질문에 할리디 교수는 즉각적인 휴전 촉구와 인질 석방 문제 해결을 제시했다. 그는 "인질 대부분은 무고한 시민들이다. 그들을 계속 인질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라면서 "인질 협상 조건에 관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48년 5월 이스라엘 국가 창설 이후 75년 이어진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책과 관련해 할리디 교수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인정하는 한편, 무제한적 정착촌 팽창을 그치고 기존의 정착촌들을 철수해야 한다면서 "이런 것들이 빠진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 동정 표시와 테러리즘 동일시해"
할리디 교수는 진행자가 '미 행정부 내에서 무슬림 참모들이 팔레스타인인 사망 문제를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고 하자 "지금 우리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동정을 표시하면 테러리즘과 동일시 하는 '매카시 시대'(1950~1954년 미국을 휩쓴 반공주의 광풍)로 가고 있다"면서 FBI(미 연방수사국) 요원이 학생운동가들을 찾고 기업주들은 인도주의적 감정을 표현하는 종업원들을 엄중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이스라엘의 고통에 관한 주문(呪文)만을 읊어야 한다"며 "이런 일들이 학계, 대학에서,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할리디 교수는 세상을 선과 악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마니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스라엘인들의 무한한 고통 외의 다른 것을 언급하면 절대악을 지지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것은 미국과 서구 세계에는 편안하겠지만, 인도와 중국 등 나머지 세계에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런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이스라엘 퍼스트(최우선) 접근법이 이 나라에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