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GDP도 전망치보다 1%P 하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이스라엘·이란전으로 확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GDP)은 예상치보다 1.0%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블룸버그 통신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3일(현지시간) 이번 전쟁의 향후 양상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전쟁의 전개 양상을 가자지구 내 제한적 분쟁, 레바논과 시리아 등이 참전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리전, 이스라엘·이란 직접 전쟁 등 세 가지로 전개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가운데 이란 참전이 현실화하면 국제 유가는 현재보다 배럴당 무려 64달러가 올라 150달러 선을 넘어서는 ‘오일쇼크’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은 주요 산유국이자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해 세계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 이란이 전쟁에 참여해 이 해협을 봉쇄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가 지닌 예비 산유능력만으론 유가 급등을 막는 데 역부족이다.
블룸버그는 이란의 전쟁 개입 시 금융 시장에도 위험성이 커져 변동성지수(VIX)가 16포인트 이상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오일 쇼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심각해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년도 세계 물가상승률은 기준보다 1.2% 포인트 올라 6.7%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보다 1.0% 포인트 하락해 1조 달러(한화 약 1335조원)가량의 손실을 전 세계에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전쟁이 현재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에서의 제한된 충돌이나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등 인근 친이란 진영이 참전하기만 해도 유가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지난 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6%가량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78달러(5.77%) 오른 배럴당 87.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 10월 3일 이후 최고치로 WTI 가격은 4거래일 만에 상승했다. 유가는 이번 주에만 5.92% 올랐다. 주간 상승률은 지난 9월 1일 이후 최대치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할수록 유가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란은 올해 미국과 관계 개선의 조짐을 보이며 하루 원유를 70만 배럴 더 증산했지만 미국의 압박이 이어진다면 이 증산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
이경우 유가는 배럴 당 3~4달러 가량 오를 수 있으며 전쟁이 레바논과 시리아 등으로 확전한다면 배럴 당 8달러 상승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이란전으로 사태가 번질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지금처럼 양국 간 반감이 격화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10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천연가스 유가연동보조금을 연말까지 한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와 관련해 최근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에너지 수급과 금융·실물 부문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이 다소 진정돼가는 상황에서 다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