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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서 마주앉은 북-미, 실무협상 성패 가늠할 3개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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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0-04 15:30 조회3,3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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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서 마주앉은 북-미, 실무협상 성패 가늠할 3개 키워드

노지원 입력 2019.10.04 15:06 수정 2019.10.04 15:16
북-미, 협상장도 비밀로 한 채 4일 예비접촉·5일 실무협상
협상 연장되거나 다음 협상 날짜 확정, '합의문' 내면 성공
비핵화-상응조처 접점 찾기 위한 치열한 협상 예상
미국 비핵화 최종 상태 정의와 로드맵 요구 입장 불변
북-미 실무협상의 북쪽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오른쪽 두번째), 김광학 미국연구소 연구사(오른쪽) 등 미국 대표단이 3일 오후(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 도착해 차량에 타고 있다. 스톡홀름/AFP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의 북핵 실무협상 대표단이 4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마주 앉는다.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을 내지 못한 채 결렬된 지 7개월여만이다.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본격적인 실무협상에 돌입할 계획이지만 협상 진척 상황에 따라 하루나 이틀, 그 이상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실무협상의 북쪽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쪽 대표단 일행은 3일(현지시각) 오후 5시40분께 스웨덴 스톡홀롬 알란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몰려든 취재진을 피해 귀빈 전용 출구로 나왔고 차량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스톡홀름 북쪽 외곽 리딩외 지역에 있는 주스웨덴 북한대사관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 대표단 숙소와 북-미 실무협상 장소 등 동선은 사전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스웨덴 정부 차원에서 지난 1월 남·북·미 스톡홀름 회동 때처럼 외부 노출을 피해 협상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줬다고 전해진다. 4일부터 북-미 대표단은 협상장과 본국에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대사관을 각자 오가며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과 미국의 대사관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3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 밖에서 불이 켜진 내부 모습이 보인다. 이날 북미 실무협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한 대표단은 공항을 빠져나와 스톡홀름 북쪽 외곽 리딩외에 위치한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스톡홀름/연합뉴스

북한 대표단에는 권정근 전 미국담당 국장, 정남혁·김광학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 등이 포함됐다. 모두 미국 업무 경력이 있는 인사들이다. 권정근 국장은 바로 몇달 전까지 외무성에서 미국 업무를 담당하다 이번에 협상 대표단에 합류했다. 김광학 연구사는 지난 3월15일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배석했던 인물로 추정된다.

4일 오전 예비접촉에는 권정근 국장과 마크 램버트 대북정책특별부대표 등 차석대표급 인사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 예비접촉을 하는 구체적인 시간, 장소를 비롯해 의제가 공개된 것은 없다. 다만 북핵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예비접촉에서는 5일부터 구체적인 협의를 하기 위해 의제를 정리할 가능성 높다. 북-미 협상단이 ‘하노이 회담’ 이후 사실상 처음 정식으로 마주 않아 논의를 하는 만큼 예비접촉에서는 논의 대상을 정하고 5일에는 실제 협상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5일 북-미 수석대표인 김명길 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만나 본격 논의할 실무협상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두고 서로 입장을 교환하면서 이견을 좁히고 타협점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이 이미 하노이 회담에서 제시한 영변 핵 시설의 완전한 폐기 및 검증에 대한 대가로 어떠한 제재 완화, 안전 보장 조치를 요구할지가 관건이다.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9월16일 북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라는 말로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처로 대북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해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제재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조미관계를 퇴보시켰다”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9월27일 담화대로 북한이 협상에서 안전 보장의 일환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한편, 미국은 ‘비핵화 최종단계’에 대한 정의와 ‘로드맵’을 합의하고 초보적 행동 단계인 핵 물질 생산 ‘동결’을 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수준에 따라 상응조처에서 하노이 회담때보다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진다. 예컨대,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완전한 폐기와 검증이 이뤄지고나면 부분적인 제재 완화라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가 2일(현지시각) 보도한 ‘영변 핵 시설의 검증 가능한 폐쇄+알파’를 대가로 북한 섬유, 석탄 수출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결의 2371·2375호) 일부를 3년동안 유예하는 방안도 미국의 구상에 포함되는 여러가지 가능성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모두 하노이 회담 이후 꾸준히 입장을 냈다. 특히 북한은 9월에만 최선희(9일), 미국담당 국장(16일), 김명길 대사(20일), 김계관 고문(27일)이 연달아 담화를 냈다”며 “서로 입장을 잘 숙지하고 있겠지만, 발표만으로 알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이번 협상은 그 간극을 메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최선희 제1부상은 3월 기자회견부터 9월9일 실무협상 발표 때까지 5차례 이상 북-미관계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고, 대표단의 일원인 김명길 대사(9월20일)와 권정근 국장(4월18일, 6월27일, 8월11일)도 담화를 냈다.

협상 경험이 많은 정부 당국자는 4일 협상 성패를 예측할 수 있는 세 가늠자로 △협상이 하루나 이틀 이상 길어지는 상황 △다음 실무 협상 날짜가 잡히는 상황 △일종의 ‘합의문’이 나오는 상황을 꼽았다. 북-미가 대화와 추가 협상 의지를 보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협상이 순탄하지 않더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고 계속 협의를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다음 협상의 구체적인 날짜가 나오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실무협상을 거듭해 작더라도 성과를 만든다면 3차 정상회담으로 갈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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