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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세대엔 분단세상 물려주지 않겠다는 ‘평화시민들’ 나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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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2-27 09:48 조회3,8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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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세대엔 분단세상 물려주지 않겠다는 ‘평화시민들’ 나섰죠”

등록 :2020-02-26 19:11수정 :2020-02-27 02:36

 

[짬] ‘평화여행2020’ 발기인 공동대표 김중기 배우

 

배우 김중기씨가 지난 9일 평화여행2020 발기인 모임에서 공동대표로 ‘북녁여행 함께 가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평화여행2020 제공
배우 김중기씨가 지난 9일 평화여행2020 발기인 모임에서 공동대표로 ‘북녁여행 함께 가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평화여행2020 제공

 

중견 배우 김중기(54)씨는 “한 사람의 일생은 수많은 인연과 우연이 작동하는 아무 의미 없는 놀이 같은 것”이라 “예측 불가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여 “몸과 마음의 본능대로 움직이는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하지만 “가끔은 운명의 흐름이라는 게 있나” 싶기도 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이미지가 생명인 배우”인 그가 최근 ‘평화여행2020’ 발기인 공동대표를 맡았다. 20대를 학생운동과 통일운동으로 담금질하고, 서른살 이후론 배우의 길을 묵묵히 다져온 그는 다시 찾아온 ‘운명’을 피하지 않겠다고 26일 말했다.

 

 

평창올림픽 2돌 맞아 ‘발기인 103명’
9일 ‘북녘여행 함께 가요’ 선언문 채택
발기인 427명 채워 ‘시민 1만명’ 목표

 

 

80년대 후반 서울대 학생운동권 대표
94년 한예종 연기과 1기로 배우 변신
“30년전 남북청년교류 제안한 책임감”

 

 

지난 9일 서울에서 모인 평화여행2020 발기인 103명이 채택한 선언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평화여행2020 제공
지난 9일 서울에서 모인 평화여행2020 발기인 103명이 채택한 선언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평화여행2020 제공

 

‘평화여행2020’은 남과 북의 시민들이 남북을 서로 오가는 여행에 나서 꽉 막힌 한반도의 숨통을 트자는 운동이다. 거창하게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이후 뒷걸음질치는 한반도 평화 흐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자는 것이고, 근본적으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발걸음”이자 “자유를 향한 여정”에 나서자는 호소다.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자식 세대들만은 하루하루가 불안한 분단세상에서 살아가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의 시민들이 먼저 북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보자, 민간교류라도해서 막힌 대화와 화해의 물꼬를 터보자, 지구상 어느 나라 어느 땅이든 갈 수 있게 된 2020년의 남녘 시민들이 지척에 둔 북녘의 금수강산은 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을까, 그게 가능하도록 바꾸고 추진해보자, 이런 생각을 벗들과 나누고 뜻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지난 9일 그가 대표로 읽은 ‘평화여행2020’ 발기인 선언의 한 대목이다. 한반도 평화 과정의 물꼬를 튼 평창겨울철올림픽 개막 두 돌을 맞아 이날 한 데 모여 ‘평화여행2020 발기인 103인’의 이름으로 “북녘 여행 함께 가요!”라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올해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2돌이 되는 그날에는 427명의 발기인과 함께하겠습니다. 427명이 된 우리는 문호를 활짝 열어 ‘평화여행2020 북녘 여행단’ 1만명과 함께할 것입니다. 북녘을 여행하고 싶어하는 모든 국민이 마음만을 내걸고도 참여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겠습니다. 북녘의 시민들 역시 ‘평화여행2020 남녘 여행단’으로 화답해주십시오.”

 

그는 서울대 철학과에 다니던 1988년 3월 총학생회 선거에 나서 ‘김일성대학 청년학생들에게 드리는 공개서한’을 통해 남북국토종단순례대행진과 남북청년학생체육대회를 제안했고, 그해 4월엔 총학생회 산하 ‘조국의 평화와 자주적 통일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남북학생회담을 제안했다. 1987년 6월항쟁 직후 통일운동의 물꼬를 튼 대표적 학생운동가인 그는, 삶의 방향을 틀어 19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1기로 입학했고 지금껏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영화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중기 역)와 <선택>(김선명 역)의 주연을 맡았고, <남한산성>(도승지 역)과 <암수살인>(변호사 역), <웰컴2라이프>(박기범 역) 등 숱한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크고 작은 역을 맡았다.

 

삶은 참 얄굿지만, 귀한 인연도 선물한다. 1988년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때 다른 학생운동 정파의 대표로 김씨를 이기고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던 전상훈(기업인)씨가 지금은 ‘평화여행2020’ 발기인 모임의 공동대표를 함께 맡고 있다. 김씨와 짝을 이뤄 부총학생회장 후보로 나섰던 유재석씨는 모임의 대외협력국장으로 정부·지자체 등과 협의 창구 구실을 하고 있다.

 

그와 친구들은 1988년 남북청년학생 교류를 제안한 “그 책임을 끝까지 지고 가겠다는 결심”, “예전 친구들 사이의 인연과 책임감”이 ‘평화여행2020’을 제안하게 이끈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30여년의 긴 세월은 무쇠도 씹어먹을 듯한 기세의 혈기방장한 20대 학생운동가를 이상과 현실의 균형, 여유와 배려의 태도 따위를 중시하는 중년으로 키웠다.

 

이들은 ‘평화여행2020’을 ‘통일운동’이라 규정하지 않는다. 모두 466개 단어로 이뤄진 발기인 선언문엔 ‘통일’ ‘민족’ ‘동포’라는 익숙한 개념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와 친구들의 의식적 선택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민족’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어요. … 여러 고민 끝에 우리도 발기인 선언문에 ‘통일’ ‘민족‘ ‘동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대신 ‘평화’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시민’이라는 말을 썼어요. 남한의 상식적 시민들이 광범위하게 합의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는 ‘평화여행2020’ 제안을 “평화를 위한 것이자 자유를 향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 2년 남짓 나레이터 노릇을 했던 그는 “여행은 기본적으로 자유를 향한, 자유로운 발걸음”이라며 “평화여행2020 제안도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다는 자유로운 본능에서 출발한 것”이라 말했다.

 

 

 

‘평화여행2020’ 제안에는 배우 문성근·김의성·방은진·강신일, 김조광수 감독, 신동엽 시인의 아들 신좌섭 교수, 김태완 인천사랑병원장을 포함한 주부·회사원·예술가·교육자·문학인·기업인 등 각계각층의 150여명이 100만원(여행경비)씩 미리 내고 참여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두돌 기념일인 오는 4월27일까지 427명의 발기인을 채운 뒤, ‘평화여행2020’에 함께할 시민 1만명을 모을 계획이다. 자유와 평화와 화해를 향한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070)8095-4271, peace.2020.0427@gmail.com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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