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일부의 ‘2020년 업무계획 보고’를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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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3-05 09:40 조회3,13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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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의 ‘2020년 업무계획 보고’를 어떻게 볼 것인가? | ||||
<기고> 김광수 정치학 박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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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3월 3일 공개된 통일부의 ‘2020년 업무계획 보고’의 첫머리가 "'새로운 사고'로 남북관계의 공간을 넓혀 비핵화‧평화체제를 견인하겠다"라고 한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과연 그런가? 결론은 실망 그 자체이다. 왜냐하면 위 인과관계가 실효적으로 성립하려면 반드시 대전제가 성립해야만 하는데, 제아무리 눈 씻고 봐도 그런 전제가 성립되지 않아서 그렇다. 논리적 설명은 이렇다. 위의 어떤 ‘새로운 사고’냐에 따라 표현대로 ‘비핵화·평화체제’를 견인할 수도, 혹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라면 2월 3일 통일부가 제출한 ‘새로운 사고’로 볼 때는 전혀 ‘불가능하다’이다. 근거는 다름 아닌, 통일부가 제출한 ‘새로운 사고’가 고작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북한 개별 관광 △교류협력 다변화‧다각화 △인도적 문제의 실질적 해결 △통일‧대북정책의 추진 기반 구축, 이렇게 올해 추진할 5대 주요 과제로 꼽았는데, 이는 첫째 위 5대 과제가 ‘새로운 사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지금의 남북국면을 도저히 넘어설 수도, 또 약간의 기억을 상기해보더라도 분명 알 수 있는, 즉 통일부가 이제까지 늘 해오던 일상적 추진사업(혹은 추진하려던 사업)을 지금의 국면에 맞게 안전 빵으로 잘 포장한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미 언론에 많이 노출되기도 했고 알려지기도 한 DMZ의 국제평화지대화의 경우도 북미 간, 혹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비례해 추진될 수 있는 그런 추진과제인데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또한 개별 관광 문제도 본인이 누누이 밝히고 있듯이(<민 플러스>, “개별관광 과연 좋은 아이디어인가?”, 2020-2-28) 그 자체로만으로는 절대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없다. 반드시 현 정부가 민족공조 관점 복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다. 이렇게 정세가, 상황이 이러한데도 통일부 이 정도의 5대 과제를 내놓았다? 정말 정세의 엄중함에는 무감각한 한심 그 자체이다. 더 나아간다면 국민들은 농락당한 기분이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지금의 국면에서 고작 이 정도 밖에 생각해 낼 수 없는 그런 인식과 아이디어라면 통일부가 뭐하려 세금 축내고 있단 말인가? 암담하고 참담하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간다면 김연철 장관에 대한 실망도 참으로 크다.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서 그렇다. 점점 더 실망하고 있다는 말이고, 학자로써 갖는 한계인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북을 보는’ 내재적 관점의 전문가라기보다는 남북협상론자로서 갖는 한계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대했던 통일부 수장으로서의 역할은 영 못하고 있다. 전문가답게 북을, 지금의 남북정세를 정확하게 보고 관료들을 장악해 나가는 예리한 맛도 없고, 분단을 극복해 내어야 하는 주무부서의 수장답게 지금의 국면에서 통일부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파악하고, 그 결과 지금 추진되어야 할 역점사업과 핵심사업, 주변사업을 분명하게 가려내지도 못한다. 더해서 본인은 물론 전 (통일부) 고위관료들을 함께 추동시켜 유관부서들인 국방부와 외교부, 교육부, 문체부 등을 설득하는데 매진하고, 그 다음은 북과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가동되지 않는다면 가동하게 하고) 수시적으로 만나 협의하고 합의안을 만들어 내어야 하는데도 그러하질 못한다. 미국 뒤에, 정부(대통령) 뒤에 숨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수십 년 동안 관료들이 편안하게 여러 번 필요에 따라 우려먹으면서 반복만 해온 그런 것들을 정책이랍시고 내놓아도 그냥 수용한다. 바로 그 결과가 이번 5대 주요과제이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뭔가는 해야 한다. 진보적 지식인이 통일부 장관하니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평가를 들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이후 보수반동세력들의 반격도 이겨낼 수 있다. 그럼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평화와 통일’을 균형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정부의 주무부서가 되게 해야 한다.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제까지 너무나도 많은 평화얘기만 해왔다. 그런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길로 갈 수 있는 길이 막혀있다면 통일부는 통일부답게-다른 부서와는 달리 통일의 주무 부서답게 통일(담론)을 위해 또 다른 주요 지점인 우리 자국민들이 기간 수 십 년간 쌓여온 반북반공의식을 넘어설 수 있도록 북 바로알기, 통일의식 함양에 매진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과 로드맵을 작성해야만 한다. 시민교육 차원에서, 혹은 시민운동 차원에서, 혹은 학교교육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방안들을 통일부가 찾아내어야 한다. 둘째는, 북과의 다양한 대화채널과 실무협의 등을 반드시 복원해내어야만 한다. 중요함을 생각해보면 이는 금방 알 수 있는 문제이다. 6.15공동선언이후 각 부처별 장관급 회담, 민간단위에서의 다양한 교류협력사업 등 이 모든 것들이 미국의 분명한 반대가 있었지만, 민족공조의 차원에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이뤄내니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가? 그러다보니 얼마나 많은 설렘과 감동이 있었던가, 누구다 다 통일이 눈앞에 온듯하였다. 그렇게 그 어려운 한미관계였을 때도 6.15시대를 열어냈고, 통일을 상상할 수 있었는데, 왜 지금은 그때보다는 훨씬 더 좋은 조건-촛불시민들이 백그라운드로 떡 버텨주고 있는 자랑스러운 ‘판문점 시대’인데도 왜 6.15때만도 못해야 한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다. 해서 통일부는 다른 정부부서와는 달리 통일부답게 민족공조의 관점에서 북과의 다양한 채널복원에 정말 힘써야 한다(북이 응하지 않으면 북이 응할 수 있도록 조건과 상황을 만들고, 돌파해내어야 한다). 왜냐하면 통일부는 그 상대가 북이고, 파트너가 통일전선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통일부가 북을 상대하지도, 북의 의도를 파악할 생각을 전혀 하지도 않는다면 이거야말로 낭패이고 직무유기다. 반드시 북의 요구가 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렇게 파악된데 기초해서 정부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면 협조를, 설득이 필요하면 설득을, 필요하다면 대통령까지 설득해내어야 한다. 또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문제가 나서는 문제가 있다면 유관부서를 움직여 이를 설득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국민들을 움직여 그 힘으로 미국을 넘어서가야 한다. 셋째는, 지금의 남북관계 국면은 근본문제가 풀어져야만 남북관계가 진전될 수 있는 그런 국면이다. 해서 통일부는 그 근본문제를 풀 수 있게끔 모든 조직역량(통일부)을 집중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는 한-근본문제가 풀어져야 할 국면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통일부는 아무런 할 일이 없는 부서로 전락한다. 비례해 지금의 국면에서는 아무런 소용없는, 위에서 나온 5대 주요과제와 같은 것으로 면피 받을 생각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실행할 수 없는 그런 현안문제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혹은, 지금의 남북관계를 핑계대면서 아무 할 일 하지 않아도 누구하나 뭐라는 사람이 없으니 관료들은 아주 편안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여느 부서보다 통일부는 이런 논리 뒤에 숨어 무사안일주의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만 구사하게 된다. 바로 그런 통일부가 되지 않기 위해 장관은 폭넓은 식견과 철학으로 반드시 관료들을 장악해) 위 표현대로 정말 ‘새로운 사고’를 하게 해야 한다. 우선은 지금과는 확실히 다른 180° 변화된 대북정책을 수립해내어야 한다. 평화를 넘어 통일로, 비핵화를 넘어 평화체제로, 반공반북(혹은, 종북)을 넘어 연공연북으로, 경쟁과 대립을 넘어 협력과 상생으로... 그런 통일담론과 정책을 선보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정상들끼리 합의한 선언 이행을 위해 TF팀을 꾸려 정상선언 이행방안과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걸 갖고 각 정부부처와 집권여당, 미국을 설득할 수 있도록 발이 닳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그런 통일부가 되어야 기대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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