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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판결, 국제법 발전추세에 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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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3-02 11:34 조회1,5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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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판결, 국제법 발전추세에 부합

  •  이장희
  •  
  •  승인 2021.03.01 16:28
 

[칼럼]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일본은 반인도적 범죄의 강행법규 위반, 사실 및 법적 책임 인정하라

2021년 1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4부(재판장 김민곤)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게 일본정부가 배상 판결을 해야 한다는 국내 피해자의 첫 승소 판결을 냈다. 동 법원은 피고 일본정부는 원고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판결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 “국가면제”(state immunity)라는 전통적 국가절대 주권 규범보다는 공권력에 의한 개인의 인권 침해를 우선시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피해자의 사법적 구제를 위해서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 위반을 이유로 주권면제를 배제하고 있다.

이어 판결문은 “일본의 행위가 주권적 행위라 할지자라도,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주권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일본정부는 물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 주 논거는 한국 사법부의 판결은 국가면제라는 국제관습법을 위반하였고, 나아가 1965년 청구권협정과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합의’를 위반했다고 강변한다. 후자 1965년 및 2012년 한일 합의 논거는 이미 국제법상 의미 없는 것으로 판명된 바 있다.

본고에서는 ‘이번 일본군 위안부 한국 사법부 판결은 과연 국제법상 국가면제 대상인가?’를 검토한다. 이를 위해서 국가면제 내용과 이번 1월 8일 일본군 위안부 소송사건 사건개요 두 가지를 우선 간단히 일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가면제(state immunity)란 국제법상 국가에 인정되는 법적인 면책을 말하며, 이에 따라 국가에 귀속되는 국가와 국가의 재산은 타국의 재판 관할권(타국 재판소의 집행관할권)으로부터 면제를 향유할 권리를 가지고, 타국은 면제를 부여할 의무를 진다. 이는 국제법의 기본원칙인 주권평등의 원칙의 논리적 귀결이다.

국가면제는 국제관습법과 유럽인권법원 및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의하며 인정되는 제도이다. 유엔 국제법위원회(ILC)는 1978년 협약초안을 준비하여 2004년 유엔총회에 제출, ‘국가 및 그 재산에 대한 관한 관할권면제에 관한 UN협약’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면제의 인정은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부정됨으로써 국가행위의 피해자 개인의 권리구제가 취약해 질수 있고, 또 국가면제는 주권의 평등에서 나오지 주권의 무제한적인 절대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수준에서 제한하려는 경향이 제2차 세계대전 말부터 계속 나타나고 있다.

19세기 절대적이었던 국가면제는 더 이상 고정불변의 가치가 아니다.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는 많은 예외가 나왔기 때문이다. 상행위, 불법행위, 인권 등의 예외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국가면제 여부를 다투기 위해서는 무엇이 국가의 행위에 해당되는가, 그리고 무엇이 면제대상이 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 2021년 1월 8일 서울중앙지법의 일본군‘위안부’ 소송 사건 개요를 2018년 11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사건 개요와 차이점을 살펴본다. 과거에 일본군‘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대부분 패소하였고, 일본 내에서 구제의 길이 막히자 드디어 한국 국내에서 배상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일본군‘위안부’ 판결은 세 가지 주요한 의미를 가진다. 1)원고들이 비로소 한국 법원에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한국헌법 제27조 1항 및 유엔인권선언 제8조상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았다. 2)일본군‘위안부’ 판결은 피고를 일본기업이 아닌 일본정부로 하였다. 3)이번 판결은 국제법상 국가면제 또는 주권면제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소장의 적법요건으로써 직권조사를 통해 국제재판관할권이 면제되었음을 이유로 ‘부적법 각하’ 처분을 하지 않고, 본안 심리를 통하여 반인권범죄를 이유로 주권면제를 배제함으로써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즉 일반국제법의 강행규범(jus cogens)위반 범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의 예외에 해당하는 것을 이유로 재판관할권 면제를 배제하고 있다.

다른 한편 그 동안 2018년 1월 28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피고로 일본정부가 아닌 일본기업(전범기업)을 당사자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한국 대법원에서 최종 재상고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 강제징용 사건에서 피고를 일본정부가 아닌 일본 전범기업으로 한 이유는 바로 국가면제를 국내법원으로부터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대법원 판결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2018년 11월 15일 2013다61.381 손해배상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일본정부가 아니고 ‘신일철주금 주식회사’라는 일본기업이다.

그리고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2년 2월 3일 독일-이태리 사건(일명 Ferrini 사건)에서 독일군의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과 강행규범 구성 및 그 위반이 주권면제 보다 우선하다는 것을 최초로 주장하는 이태리 대법원 입장(피해자 입장)을 배척하고 있다.

ICJ는 강행규범은 실체법상의 개념이고, 국가면제는 절차법상의 개념이므로 양자는 대상과 목적이 다른 별개의 차원의 문제라고 하면서 국가면제를 인정하였다. 하지만 ICJ는 이 분야에서 추후 법 발전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2014년 이태리 헌법재판소는 국제사법재판소 입장(2012)을 거부하고 다시 이태리 대법원 입장(2004)을 재확인하여 주었다.

특히 이태리는 학살, 추방, 강제노역 등 반인륜범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국제법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에 대한 사법면제가 부인된다고 주장하였다. 이태리 대법원은 국가면제는 임의규범에 불과하므로, 강행규범에 충돌하는 경우 당연 무효이며 강행규범 위반시에는 국가면제 적용이 불가하다고 하였다. 결국 이태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둘 다 국가면제에 대하여 인권을 근거로 한 예외를 인정한 셈이다.

다른 한편 그리스 지방법원은 강행규범위반과 국가면제에 대해서 주권면제를 부인하였다. 그 주 논거는 첫째, 국가면제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국가의 공법적 행위에만 적용되고, 어느 행위가 공법적 행위인지 아닌지 판단은 법정지법에 따라 결정되어진다. 둘째로, 국가가 강행규범을 위반하는 경우 정당한 면제가 부여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으므로 묵시적 포기로 추정된다. 셋째로 불법행위에서 권리가 발생할 수 없다.

지금까지 국가면제 관행을 분석해 보면,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국제관습법을 근거로 강행법규의 주권면제를 인정하고 있다. 한편 식민지 및 전쟁 피해국가들의 국내 법원은 국가 내부의 재판에서 여러 가지 사유로 강행규범 위반행위에 대해서 국가면제를 배제하려는 판결을 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건데 국제법의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는 국제법의 인도주의화이다. 국제법의 인도주의화는 과거 1648년 웨스트팔리아 체제에서 비롯한 절대주권 중심의 국가주의체제 보다는 제2차 대전 종결 이후부터는 국제사회에서도 개인의 존엄과 인권을 더 중시하는 가치가 국제법의 중심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명백한 징표이다.

이를 위해서 국제사회도 점차적으로 상위 국제규범인 강행규범에 위반하는 하위 국제규범인 국가면제에 의해서 침해되는 개인의 권리를 대해서 우선적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흐름에서 볼 때, 일본군 강제징용 및 일본군성노예 문제는 일본이라는 국가에 의해서 전시 중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이고 전쟁범죄임이 이미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국제사회에서 상위 국제규범인 강행규범 위반으로 널리 입증되었다.

그러므로 최근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지난 1월 8일 한국 사법부 판결은 강행규범에 대해서는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행규범은 국제법상 상위규범으로서 어떠한 국가도 위반할 수 없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법이다. 국제법에서는 무력분쟁 자체를 부인하지 않기 때문에 무력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망, 상해 등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무력충돌이라 하더라도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는 강행규범 위반으로 본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 보호주의에 기반한 국가면제에 대한 전쟁 피해국, 특히 이태리 및 그리스의 국내법원 판결 그리고 현대 국제법적 발전추세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다.

빠른 해답은 있다, 일본 정부가 이번 판결에 따라서 정직하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실 인정과 그 불법성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 사죄하고 그 대가로 손해배상을 법적으로 약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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