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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터뷰] "미국이 정치화된 일부 탈북민 증언만 들어 안타깝다" - 전수미 변호사(202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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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4-19 10:27 조회1,4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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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정치화된 일부 탈북민 증언만 들어 안타깝다"

권혁철 입력 2021.04.07. 05:06 수정 2021.04.07. 10:16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권혁철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북한인권변호사' 전수미
인권 강조 바이든 정부, 평범한 탈북민 이야기도 들어야
대북전단, 기대만큼 외부정보 유입효과 없고 부작용만 커
미국 위세 등에 업고 권력화된 탈북민, 탈북여성 인권침해
북한 압박 도구로 인권 이용말고 실질 개선방법 찾아야
'정상국가' 인정받으려면 북한도 국제사회 의견 기울이길
한반도 전체 아우르는 '코리아 인권' 개선으로 논의 확대
북한 인권 변호사 전수미 화해평화연대 이사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화해평화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 인권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왜 북한 인권 문제가 불거지고,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고, 또 실질적으로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지, ‘북한 인권 변호사’인 전수미 화해평화연대 이사장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전 이사장은 탈북민 지원 엔지오(NGO) 활동가와 변호사로 20년간 북한 인권 문제에 관여했다. 그는 성폭행 피해 탈북민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구하려다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탈북민을 무료로 변호한다. 그는 20대 시절 엔지오에서 활동하면서 국내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날리고, 중국에서 탈북자를 국내로 데려오기도 했다. 당시 국내 북한인권단체에 자금을 지원해온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과 연계 활동도 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대북전단 금지법’ 논란 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북전단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인터뷰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화해평화연구소 사무실에서 했다.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스무살 무렵 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인도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다 만난 외국인 친구가 ‘왜 한국 사람들은 멋있어 보이는 국제기구 활동에만 관심있고 가까이 있는 북한 사람에게 관심이 없느냐’고 물었다. 당시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망치로 맞는 것처럼 놀랐다. 이후 북한 인권 엔지오에서 일했다. ”

―어떤 활동을 했나.

“유엔에 탈북 루트, 탈북민 인권 유린 상황을 기록한 북한 인권 영문 보고서를 작성해 냈다. <비비시>(BBC)나 <시엔엔>(CNN) 같은 외국 언론사들의 북한 인권 관련 인터뷰를 도와주고 미국 민주주의인권진흥재단에 분기별로 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제 나름대로는 북한인권을 위해서 일하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 단체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5년간 일하고 이후 다른 북한 인권 단체에서 일했다.”

―북한 인권 활동가로 일하다 변호사가 된 계기는?

“제가 일하던 단체로 탈북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었다. 빨리 대처해야하는데 도움을 주는 변호사들이 평소엔 자기 일을 해야하고 남는 시간에 봉사활동을 하니까 제때 못 도와주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제가 변호사가 돼 직접 도와드리고 싶어서 법 공부를 시작해 변호사가 됐다.”

―변호사로 어떤 활동을 하나?

“저는 다른 민형사 사건은 맡지 않고 탈북민 사건만 무료로 맡는다. 남성들은 국가보안법 사건, 여성들은 성폭력 피해가 많다. 군사독재 때는 남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보안법으로 기소됐는데 지금은 탈북민들이 많이 기소되고 있다. 북한 정보기관이 남한에 있는 탈북민에게 ‘돈과 탈북민 연락처 등 정보를 갖고 중국으로 오지 않으면 북에 있는 너희 가족 다 죽는다’고 협박 전화를 건다. 가족을 살리기위해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북쪽 정보원을 만났다가 간첩 혐의나 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법정에선 언어의 뉘앙스가 아주 중요한데 탈북자들은 이 뉘앙스를 잡지 못해서 재판에서 패소하곤 한다. 성폭행 사건 같은 경우에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법정에서 탈북 여성 피해자들이 판사의 질문을 잘 이해를 못해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판사는 그 사람이 다 알아듣고 대답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저는 경찰 조사. 검찰 조사. 재판을 할 때 법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양쪽에서 ‘통역’을 많이 한다. 특히 탈북 여성 성폭행 문제가 심각하다. 제가 성폭력 피해 탈북 여성 100명을 상담하면 소송까지 이어지는 것은 10명도 안 된다. 가해자 협박이나 보복이 두려워서 못한다. 피해를 입고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진짜 월북하고 싶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여름 대북 전단 살포가 논란이 됐을 때 본인 경험에 비춰 대북 전단이 문제가 있다고 증언했는데.

“20대 때 삐라(대북전단)도 날렸다. 삐라와 달러, 이동저장장치(USB)를 함께 보냈다. 삐라 보내다 경찰한테 여러 번 잡혔다 훈방됐다. 삐라에 들어가는 문구 선정 등 제작 과정도 다 봤다. ”

―최근 미국 국무부 연례 인권보고서가 대북전단금지법을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대북전단을 폐쇄 사회인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는 주요 수단이라고 보는 것 같다.

“대북전단 살포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받는 사람들 말고 북-중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종교적 신념을 갖고 안 드러나게 조용하게 북한으로 물자를 보낸다. 유에스비에 담긴 한국 드라마, 영화가 북한에 들어가서 외부 소식을 알리고 북한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북-중 국경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외부 정보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 북한에 외부 정보 유입이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는데 굳이 무리해서 경기도 접경 지역에서 대북전단을 보낼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북전단 살포가 외부 정보 유입 실효가 없다는 건가?

“실효가 없고 부작용만 크다. 북한 사람들이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니까 북한 당국이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묵인했다. 그런데 지난해 대북전단이 문제가 되면서 남한 드라마, 영화 등을 적성물품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탈북 주민 색출 작업을 대대적으로 했다. 북한 사람들은 가족이 탈북하면 사망이나 실종 신고를 한다. 지난해 북한당국이 실제 사망·실종자가 맞는지, 남쪽과 송금 내역이 있는지 전화 통화를 한 내역이 있는지 샅샅이 조사했다. 탈북민 색출 작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지면서 북한에 있는 탈북민 가족들이 굉장히 위험해졌다. `북에 남은 저희 가족이 위험해졌어요‘라고 제게 울며 전화한 탈북민이 여럿 있었다. 대북전단 살포로 북한 인권이 나아지기는커녕 북한 사람들 일상이 더 위험해졌다. 그래서 누구를 위한 북한 인권인지, 누구를 위한 대북 전단이냐는 고민이 깊어져 지난해 대북전단의 문제점을 공개 증언했다.”

북한 인권 변호사 전수미 화해평화연대 이사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화해평화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평범한 탈북민들은 대북전단을 어떻게 보나.

“전체 탈북민 가운데 1%도 안 되는 분들이 언론에 나와서 얘기를 하는데, 전체 의견이 절대 아니다. 국내 정착을 잘하려고 하루하루 힘들게 노력하는 탈북민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지난해 대북 전단 논란이 있은 뒤 탈북민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확정됐던 취업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대북전단을 받아본 북한 사람들 반응은.

“대북전단 내용을 보면, 온통 김정은 체제 까부수자는 내용이다. 제가 너무 궁금해서 대북전단을 받은 경험 있는 분들한테 물어봤더니 다들 `너무 기분 나쁘다. 까부신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불쾌했다는 거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교육받은 것과 너무 다르고 내가 내 지도자 욕하는 것은 괜찮지만 남이 욕하면 기분 나쁘다는 거다. 두 번째 불만은 `이왕 줄 거면 통 크게 주지 왜 가짜 1달러를 넣어서 주냐’였다. 가짜 달러가 북한 장마당에서는 반절 가격으로 통용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가짜 달러 줄거면 통 크게 100달러짜리 보내주면 50달러를 살 수 있는데 왜 1달러 보내 0.5달러밖에 못쓰느냐는 거다. 예전에는 대북전단이 북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지만 지금은 북한 장마당에 돌아다니는 작은 유에스비에 영화, 드라마 등 수만 가지 정보를 다 담았을 수 있고 누구나 한국 영화, 드라마를 다 보고 있다. 예전에는 대북전단이 정보유입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효과도 별로 없는 대북 전단을 왜 보내나.

“굳이 기자들을 모아서 살포해야 북한 인권 투사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NED 등 미국 관련 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북한 인권의 도구화다. 대북전단을 날리다 경찰에 제지당하는 모습이 외신 카라메에 잡히면, 미국에서 북한 인권 투사, 열사 대접을 받는다. 더 많은 후원금이 모이니까 인권이 도구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 이들 때문에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북한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분들까지 폄하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대북전단은 냉전의 산물로 전쟁의 도구였다. 우리가 휴전 상황이기 때문에 전쟁이 어디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단은 전쟁 도구이기 때문에 날리면 안 된다고 해야 한다.”

―왜 미국이 대북전단의 위험을 간과하고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한다고 보나?

“제가 대북전단을 날릴 때 만난 미국 인권 활동가나 미 국무부 사람들이 너무 안타깝게도 한쪽 말만 들었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지금 저 같은 사람이나 접경지역 주민 등 대북 전단 반대쪽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한쪽 말만 듣고 그게 전부로 알아 안타깝다. 미국이 다양한 생각을 가진 탈북민을 골고루 만났으면 좋겠다. 대북 전단 때문에 북한에 있는 가족이 위험해졌고 남한에서 취업이 힘들어져 평범한 탈북민들은 불만이 많다. 그런데 이들은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서 자기 목소리를 낼 여유조차 없다. 1%도 안 되는 몇몇 사람들의 의견이 탈북민 3만4천명을 대변하는 것처럼 됐다. 미국이 정치화되지 않은 평범한 탈북민들의 이야기도 들었으면 좋겠다.”

―왜 미국은 북한 인권에 대해 한쪽 말만 듣나?

“미국과 선이 연결된 사람들이 오랫동안 한쪽에만 몰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북한에서 온 분들을 만나서 직접 얘기 듣기를 원한다. 미국은 탈북민 증언이 굉장히 신빙성 있다고 여긴다. 증언자 중에는 정말 인권 유린을 당한 분들이 있고 의미있는 증언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대부분이 1990년대나 2000년 초반에 탈북했다. 30년전, 20년전 북한 인권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북한 전체의 이미지를 악마화시키고 고착화시키고, 오래전 북한 상황을 기준으로 현재 북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 이익과 직결된 면도 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강조하면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하는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 정부에게 실제 북한 인권 개선 의지가 있다고 보나?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강하게 문제삼는다. 분단 당시 서독은 26년간 동독의 정치범 3만2천명을 돈을 주고 데려왔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 싶다면 동서독의 전례처럼 돈을 주고 데려올 수도 있다. 북한 정치범을 구출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이 있는데 미국은 이런 방법은 왜 고민하지 않나.”

―북한 인권 활동가로 접촉했던 미국 사람들은 어땠나?

“북한을 압박 붕괴시키는 도구로서 인권을 보는 사람도 있었고, 북한 인권을 개선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나선 사람도 있었다. 북한 정권 붕괴를 원하는 쪽은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까부수는 모임’ 같은 북한 지하 조직 양성에 나서기도 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는 미국 사람들은 국내 북한 인권 엔지오에 돈을 지원하고 영수증도 안 받았다. 북한인권 운동을 무조건 신뢰하고 당연히 북한 인권을 위해 사용할 거란 믿음이 강했다. 그런데 영수증이 필요없는 이 돈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북한인권단체 관련자 중에는 지인 자녀가 결혼하면 지원받은 돈 가운데서 300달러 가량 꺼내 축하한다고 주는 장면도 봤다. 한마디로 미국 돈을 받는 것은 남한 탈북민 사회에서는 하나의 권력이다. 미국이 인증한 사람이라는 거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있으니까 자꾸 이 사람들 주위로 탈북민들이 모인다.”

―탈북민 증언의 신빙성은?

“고위직이 아닌 평범한 탈북자가 북한의 정치. 사회, 경제, 군사 등 모든 것을 알 수가 없다. 한번은 방송을 같이 보던 한 탈북민이 “아니 저 동무는 우리 옆집 살았는데 어떻게 저런 거짓말을 하느냐. 남조선에서는 거짓말하면 처벌하는 법이 없느냐”며 분노한 적도 있다. 탈북민에 대한 방송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않으면 본인의 가치가 없어지니까 방송에 나와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한다. 언론에 많이 나와 얼굴이 많이 알려지는게 하나의 권력이다. 유명 탈북민에 대한 경찰의 신변보호가 강화되면 다른 탈북민이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부당한 일을 당했어도 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가 되는 거다. 제가 탈북 여성을 도우면서 보니 폐해가 심각하다.”

북한 인권 변호사 전수미씨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화해평화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

“이들은 국내에 갓 들어온 여성 탈북민들에게 ‘미국 의회에서 연설한 누구도 내가 영어 선생님 붙여서 발음 교정 다 해줬어. 내가 만들어줬어. 너도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다. 한 사람을 성공 샘플로 만들고, 이 샘플이 탈북 여성의 성 착취나 성폭력 도구로 악용된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탈북민들과 사진을 많이 찍었다.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사진을 찍으면 그 사람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된다. 탈북민이 미국 대통령, 국회의원과 사진을 찍으면 탈북자 사회에서 ‘그 사람을 건드리면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우리를 죽인다’고 소문이 난다. 이들에게 부당한 피해를 당해도 미국이 우리 죽일 거라고 겁내 피해 사실을 얘기할 엄두도 못 낸다. 북한에서의 위계질서가 남한에서 건너와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 의회 연설, 미국 대통령과 사진 촬영 등이 탈북 여성들의 성착취와 인권 유린의 도구로서 활용이 된다.”

―이 문제가 공론화가 안되나?

“북한에서 온 여성들이 탈북 공동체 안에서 매장이 돼서 얘기를 할 수가 없다. 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려면 ‘탈북민 전체 공동체 이미지가 망가진다. 얘기하지 마’ 이런 입막음을 계속 당해왔다. 저는 북한과의 진정한 인권 대화를 위해서라도 남한 땅에 있는 북한 사람들의 인권 개선과 자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국내 탈북민들의 인권 유린도 제대로 대처못하면서 북한 인권을 제기하는 게 진정성이 있는 인권 대화일까 의문이다.”

―진보 쪽 일각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 자체가 없다’는 주장도 한다.

“한쪽에서 북한 인권을 부풀려서 공격을 하니까 그런 식의 반응을 보였는데 지금은 ‘문제는 분명히 있다’에는 합의한다. 그런데 실효적으로 개선시키는 방법이 뭔가를 놓고는 의견이 다르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에 과거에는 무조건적 거부였다가 유보, 수용으로 태도가 바뀌고 있다. 일부 북한 국내법도 개정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북한 정부는 인권 문제 제기를 미제국주의 원수들과 남조선 당국이 북한에게 모략질을 하기위한 수단이고 '주권' 침해로 간주하고 반발하고 있는데.

“북한은 정상국가를 지향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에 귀 기울이고 인류 보편적 기준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에서 아동과 여성 관련 법 제도를 개선해왔다는 점은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가 북한 스스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북한도 자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북한 인권 논의를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 인권을 북한에 사는 사람들의 인권 문제로 제한하지 말고 한반도 전체 ‘코리아 인권’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북한 영토 안 인권으로 국한하면 정치공세화되고 남한 정착 탈북민들의 인권은 논의에서 배제된다. 우리 안 인권 문제도 제기하고 북한 안의 문제도 포함해 코리아 인권 개선으로 확대해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질문에 대한 답변 외에 하고 싶은 말은?

“20년간 북한인권 활동을 하며 한나라당, 새누리당, 보수꼴통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제가 마음이 제일 아픈 게 북한에서 온 사람을 돕는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진영 사람 아니냐는 시선이다. 북한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도구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고향, 성별 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의 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사람 한명 한명을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로 인정하는 게 북한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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