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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코로나 확산으로 러시아 내 북 노동자도 발 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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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5-18 08:49 조회28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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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코로나 확산으로 러시아 내 북 노동자도 발 묶여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2.05.17

북 코로나 확산으로 러시아 내 북 노동자도 발 묶여2019년 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다.
/AFP

 

 

 

 

 












앵커: 전 세계적 코로나비루스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일자리 부족과 수입 감소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에서 급속히 확산 중인 코로나비루스 탓에 귀국은 커녕 가족과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딱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한 때 폭락했던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최근 회복됐지만, 송금과 외화 환전이 불가능해 북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곤란한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일자리는 줄고, 외화 환전 중단에 북한 노동자들 ‘발 동동’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외곽 지역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들이 나무판자로 지은 낡고 허름한 집에서 근근히 생활하고 있다고 이들의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소식통이 (5월 14일) RFA에 전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2019년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 파견돼 러시아 생활만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언제 북한으로 돌아갈지 기약조차 없는 상태로 폐허가 된 집을 개조한 열악한 환경에서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 등 북한 노동자들에게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의 대형 건설 현장에는 북한 노동자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외곽 지역에서 2~3명의 소규모 단위로 작은 아파트 개보수 작업에 투입되는 정도입니다.

모스크바에 본부를 두고 러시아 내 난민들을 지원하는 민간단체 ‘시민지원위원회(CAC)’는 (5월 6일) RFA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북한 노동자들을 비롯한 대다수 이민자의 생활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전했습니다.

시민지원위원회 대변인은 특히 한때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을 때 많은 외국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유독 북한 노동자들은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민지원위원회 대변인] 러시아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었는데, 루블화의 폭락으로 수입이 급락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또 현재는 루블화로 달러나 유로화 등을 구매할 수 없는데요. 대부분 노동자가 같은 상황입니다. 북한 노동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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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건설 노동을 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 RFA photo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제재로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했을 당시 북한 노동자들의 실질 수입도 반토막 나면서 큰 곤경에 빠졌습니다. 북한 당국에 바쳐야 하는 국가계획금을 채우기도 어려웠지만, 이를 내고 나면 한 달 생활비도 빠듯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5월 17일 현재) 1달러당 65루블로 지난 3월에 비해 환율이 2배 가까이 오르며 이전 가치를 회복했지만, 북한 노동자들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자리 감소로 수입은 점점 줄어드는 데다 송금, 환전 중단으로 북한에 돈을 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도 (5월 12일) RFA에 루블화를 달러화나 위안화 등으로 환전할 수 없는 것이 북한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원래는 자유롭게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로 자유롭게 바로 바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 사람들이 루블화를 갖고 있어도 해외로 송금하기 어렵고, 외국 돈으로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서 할 일이 많지 않아 예전보다 외화벌이가 어려워졌다며 지금은 외화로 바꿀 수 있는 루블화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고 돌아온 강동완 부산하나센터장도 (5월 16일) RFA에 “비자가 만료된 북한 노동자들이 대규모 인력 계약을 체결하기 어렵고, 일감도 많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상황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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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숙소의 모습. / 통생통사 강동완 TV

북한 코로나 상황에 가족과 연락도 못 하고…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

전 세계적 코로나 대유행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지 2년이 넘은 가운데 북한 내에서도 코로나비루스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 시점은 이제 예측조차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한때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면서 해외에 파견된 외화벌이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번 코로나 상황으로 귀국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겁니다.

특히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들은 고향에는 가지 못하면서 러시아에서도 적은 수입으로 힘겹게 살아야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처해 있습니다. 또 이들은 북한에서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졌음에도 가족과 연락은커녕 제대로 된 정보조차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강동완] 비자로 완료됐고, 유엔 대북 제재 때문에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갔어야 하는데도 지금은 갈 수 있는 비행기도 없고, 모든 국경이 통제돼 있으니까 오도 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러시아 생활이 녹록지 않지만, 오히려 북한에서의 생활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래도 러시아에서는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 약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음식도 어느 정도 배불리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그들이 생활이 어렵지만, 객관적으로 말하면 러시아의 생활이 어렵다고 해도 고향보다는 여전히 덜 어렵습니다. 러시아에서의 생활은 자유도 조금 있고, 먹을 것도 있기 때문에 북한보다 러시아에 있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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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의 북한 식당 모습.      / AP

이처럼 2017년에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북한 근로자의 해외 체류가 금지되면서 2019년까지 모두 본국으로 송환돼야 했지만, 러시아에서 여전히 북한 노동자들의 힘겨운 외화벌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러시아 당국이 2020년 3월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러시아에 노동 허가증을 가진 북한 국적자 511명이 남아 있다고 밝혔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7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의 유명 광고 사이트에는 여전히 북한 노동자들을 위한 채용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코로나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사태, 경기 침체 등에도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벌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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