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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종대] 인도·태평양 전략, 주술인가 과학인가 (2023.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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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4-26 09:32 조회1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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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인도·태평양 전략, 주술인가 과학인가

  •  동양일보
  •  
  •  승인 2023.03.28 18:35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동양일보]지난 3월 22일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한일이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에 적극 협력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지금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넘어 “한미일 군사협력”을 정당화하는 핵심 논리다. 냉전 시대로부터 우리는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지역중시 전략을 고수하였으나 지금은 유라시아, 특히 중국을 제외한 인도·태평양으로 그 담론이 전환되고 있다. 인·태 전략은 2007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인도 의회에서 “인도양과 태평양을 하나의 전략 공간으로 인식하고 일본과 인도가 공동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연설로부터 비롯되었다. 당시에는 이상한 연설로 들렸지만 이후 미국이 적극 호응하면서 이제 인도·태평양은 서방의 해양 세력을 결집하는 핵심 가치이자 목표로 널리 확산되어 있다.

1970년대에 서방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손을 잡는다는 새로운 대전략의 출현이다. 냉전 시기에 미·일 서방세력이 중국과 데탕트를 실현한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인·태 전략의 선두에 선 일본은 작년에 인도의 인프라 개발에 5년 간 4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3월에 기시다 총리는 인도의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그 금액을 580억 달러로 더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런 조치 이면에는 미래에 인도가 중국을 제칠 미래의 강대국이라는 전망이 있다. 인도의 성장과 발전을 확신했던 아베 총리는 2006년에 쓴 책에서 10년 안에 일본과 인도의 무역규모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인도의 지하철과 고속철도는 일본이 건설하고 있다.

그렇게 인도에 공을 들인 지난 16년. 과연 인·태 전략은 성공하였는가. 길게 살펴볼 것도 없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이코노미스트지의 3월 19일자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도와 일본이 서로의 품에 안기다”라는 기사를 보자. 2022년 중국은 일본 수입의 24%, 수출의 22%를 차지한 데 반해, 인도는 일본 수입의 0.8%, 수출의 1.7%에 불과하다. 아베 총리는 2014년에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수를 5년 내에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2019년까지 그 수는 1,156개에서 1,454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13,000개가 넘는다. 군사협력 역시 양국 간에는 장비이전 협정을 체결하였으나 실질적인 군사협력이 아니라 서로 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일본은 인·태 전략으로 탈중국을 시도하였지만 성과는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도가 러시아에 밀착되는 경향은 아예 인·태 전략과 정반대의 방향이다. 전쟁 이후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배럴당 40달러 수준에서 원유를 구입하여 막대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였다. 인도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중국 및 러시아로부터 이익을 도모할 기회의 창을 열었다. 미국이 인·태 전략의 핵심으로 만들어 온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하는 쿼드(QUAD)는 아예 무력화되어 실질적 존재 의미조차 없다. 인도의 전략 변화를 기다리다 지친 미국은 쿼드로부터 일본, 영국과 함께 하는 오커스(AUKUS)로 전략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인·태 전략은 현실성 있는 전략이라기보다 희망을 표현하는 지향성 담론에 가깝다. 더 나쁘게 말하면 주술이다.

이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인·태 전략은 뒷북이다. 외교부는 지난 해 12월에 “한국판 인·태 전략”이라는 걸 발표했다. 그런데 이 전략을 작성한 주체가 외교부의 아주국이 아니라 북미국이었다. 동아시아 전략을 왜 미국을 담당하는 북미국이 나섰냐는 거다. 미국이나 일본은 절대 탈중국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이 나서서 인·태 전략을 주술처럼 외며 탈중국의 길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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