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6~30일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 8기9차 전원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해 12월26~30일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 8기9차 전원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지난 1일 발생한 일본 노토반도 강진에 따른 피해를 위로하는 전문을 보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6일 보도했다. 북-일 정상외교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일본국 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각하”에게 보낸 두 문장짜리 “위문전문”에서 “나는 일본에서 정초부터 지진으로 많은 인명 피해와 물질적 손해를 입었다는 소식에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합니다”라며 “피해 지역 인민들이 하루빨리 안정된 생활을 회복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뒤 일본 총리한테 공개편지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그는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9차 전원회의(2023년 12월26~30일)에서 “미국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실현하는 데서 가장 충실한 졸개, ‘충견’ 역할을 놀고 있는 남조선놈들과 일본놈들”이라며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공개 표출한 터다. 그런데 며칠 뒤 기시다 총리한테 “각하”라는 존칭을 써가며 편지를 보냈다. 인도주의 정신의 겉옷을 입었지만, 공식 외교관계가 없는 ‘적대국 관계’인 북-일 관계를 고려할 때 눈길을 끄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 6일 김 위원장의 위문전문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야시 장관은 “일본과 조선 간의 대화에 대해서는 이번 메시지에 대한 대응을 포함해 사안의 성질상 답변을 삼가겠다”고 입을 닫았다. 하지만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강조해온 기시다 총리가 답전을 보내고, 김 위원장이 이에 답한다면 북·일 정상 사이에 ‘대화의 문’이 열릴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